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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아리 Dec 11. 2020

천사의 도시에서 피라미드를 만나다

2) 천사의 도시에서 피라미드를 만나다

푸에블라에 머무는 동안 우리는 또 다른 피라미드인 Cholula Pyramid도 방문하였다. 아직 발굴이 다 진행되지 않아 마치 산처럼 보이는 거대한 피라미드는 내부를 걸어 볼 수 있도록 일부만 개방을 해 놓기도 했다. 내가 피라미드 내부를 걸어 볼 수 있을 줄이야. 여행 전에도 이런 경험을 할 줄은 몰랐었다. 

옛 스페인 식민지 시절에 그들은 여러 고대 유적지 위에다 성당을 지었다고 한다. 촐룰라 꼭대기에는 어김없이 성당이 지어져 있었다. 거대한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는 성당이라... 참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데 묘한 발란스를 맞추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촐룰라 꼭대기의 성당과 피라미드 앞 전경, 내부의 모습


우리는 여행을 하면서 길거리에서 음식을 사 먹는 것을 많이 조심하는 편이다. 아무래도 위생상의 문제도 있고 혹여 배탈이라도 나면 많이 불편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촐룰라를 방문했을 당시에 날씨가 너무 더워 무심코 길거리 음료수를 사 마셨는데(멕시코 전통 음료), 아니나 다를까 그날 저녁 찰스와 나는 화장실을 엄청 다니고 나서야 겨우 진정시킬 수 있었다. 아무리 맛있게 생겼어도 경계를 했어야 하는데, 한 번의 방심이 우리를 배탈로 이끌 줄이야... 


푸에블라에서도 여러 가지 음식들을 맛볼 수 있었다. 소깔로 주변에 워낙 cemitas집들이 많아서 나는 푸에블라 사람들은 죄다 cemitas(멕시코식 햄버거) 아니면 mole를 먹고사는 줄 알았다. 역사지구의 식당들은 거의 이 두 가지 음식을 주로 팔고 있었으니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Cemitas는 그럭저럭 먹을 만한 바게트 샌드위치에 얇은 돈까스 같은 고기와 치즈가 가득 들어간 것이었고, 이 지역에서 유명하다는 mole는 자신이 없어 맛보지 못했다. 워낙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이라 우리는 아예 처음부터 포기를 했었다. 여전히 아쉬울 따름이다. 그러나 한식당인 희원(이곳은 정말 가성비 최고의 한식당이다. 사장님 내외분들이 정말 사심 없이 음식을 주신다는 것을 의심할 여지없이 푸짐하고 저렴한 가격을 자랑하는 곳이다. 다만 남자 사장님의 말씀이 너~무 많아서 때로는 식사에 방해가 된다는 것만 빼면 최고의 식당이다)을 가기 위해 신시가지의 거리를 걷다 보면 아주 세련되고 비~싼 음식점이 정말 많았다.


소깔로 주변에서 먹었던 식사들과 후원에서 먹었던 한식 반찬들
cemitas와 mole (google image)


우리는 많은 고급 음식점 중에 브라질 슈하스코 전문점을 방문하기로 했다. 그곳을 결정하게 된 결정적 이유는 바로 뷔페식 무한리필! 나의 뷔페 사랑은 멕시코에 가서도 잦아들지 않았고 아주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그동안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살이 좀 빠지는가 싶었는데 이곳 Puebla에서의 한식 먹방과 슈하스코 덕에 나의 몸은 다시 원상복구 되는 느낌이었다.

슈하스코 전문점 Mr. Pampas


푸에블라에서의 주말은 시장 구경으로 하루가 모자랄 지경이었다. 골목골목마다 각기 다른 테마로 구성된 벼룩시장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평소 골동품이나 이런 것에는 별 관심이 없지만 역시나 찰스는 옛날 피규어나 그림 등에 엄청난 관심을 보이며 그것들을 구경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는 듯했다. 그래서 나도 빨리 가자고 보채지 않고 이것저것 구경을 하다 보니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게 하루 종일 구경을 하게 됐다. 열쇠고리, 머리끈, 마그네틱 몇 개를 산 것이 전부이지만 그래도 하루 종일 재미있게 잘 보낸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벼룩시장에서 보았던 다양한 물건들


이밖에도 푸에블라에서는 케이블카를 타고 전망대에 올라가기도 하고, 자연사 박물관에서 너무나 인공적인 냄새가 나는 공룡 및 과거 동물들도 구경하고 도시 곳곳에 있는 성당들도 구경하면서 나름 알차게 보낸 것 같다. 푸에블라는 역사와 현재가 공존하는 것 같은 도시이다. 역사지구에서는 옛 시절의 유럽풍 건축물과 문화를 볼 수 있었으며 역사지구를 조금만 벗어나면 현대적인 건축물로 구성된 도시가 나타났다. 또한 같은 도시 내에서도 빈부 격차가 엄청나게 심하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극과 극을 보여주는 도시의 풍경이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푸에블라 전경과 자연사 박물관의 대놓고 인공적인 조형물들


푸에블라를 떠나는 마지막 날 우리는 버스 터미널이 여러 곳인 줄도 모르고 당연히 우리가 왔던 곳을 지정하여 우버를 예약했지만 우버 기사가 아무래도 그곳이 아닌 것 같다며 새로 생긴 터미널로 데려다줘서 무사히 와하까로 출발할 수 있었다. 아무리 철저하게 준비하고 체크한다고 해도 낯선 곳에 가면 헤매고 많은 실수를 하게 된다. 완벽하다고, 완벽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정말 나의 교만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는 일들이 너무나 비일비재하다. 다시 한번 세심하게 체크하고 배려해준 우버 기사님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덕분에 팁도 넉넉히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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