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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아리 Dec 11. 2020

천사의 도시 Puebla

1) 천사의 도시 푸에블라

처음 이곳을 알았을 때는 그냥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 정도의 동네인 줄 알았다. 특히나 이곳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이유는 푸에블라에는 365개의 성당이 있다는 것이었다. 1년 365일 매일 다른 성당을 방문하기 위한 목적으로 365개의 성당을 지은 푸에블라. 내가 이곳에 대해 아는 것은 이것이 전부였다. 그렇지만 나는 이곳을 꼭 한번 방문해 보고 싶었다. 멕시코 사람들이 천사의 도시라고 부르는 이곳! 어떤 느낌일까? 너무나 평화롭고 조용하고 한가 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우리는 푸에블라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천사의 도시? 푸에블라? 버스 터미널에 도착한 우리는 시작부터 대 혼란 그 자체였다. 터미널은 많은 사람들로 너무 복잡했고, 도대체 우버나 택시는 어디서 타야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길은 또 얼마나 울퉁불퉁...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우리로서는 갑작스러운 이 사태에 대해 너무나 빠르게 지쳐가고 있었다. 버스 터미널을 겨우 빠져나와 우버 기사와 만날 수 있는 장소를 모색하여 우버를 예약하는 데 성공한 우리는 겨우겨우 숙소로 향할 수 있었다. 


우리가 예약한 숙소는 역사지구의 소깔로와 가까운 곳으로 그곳에 접근할수록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건물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러한 감상도 잠시. 우버 기사가 내려준 곳에서는 우리의 숙소를 찾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둘러봐도 숙소 사진과 비슷한 곳도 보이지 않았다. 이곳이 역사지구이다 보니 바닥은 돌바닥으로 캐리어를 끌고 돌아다니기에는 너무나도 버거운 상황이었다. 캐리어 바퀴는 튀어 나갈 듯이 우렁찬 소리를 내며 굴러가고 있었고, 에어비앤비 호스트와 만나기로 한 시간은 이미 지난 지 오래였다. 아... 푸에블라... 내가 상상한 건 이게 아닌데... 대 혼란. 짜증. 그렇게 한 30여분쯤 헤매다가 겨우 우리의 숙소를 찾았고 호스트는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빨간 대문의 집! 잊지 못할 거야.


숙소 내부 및 숙소 발코니에서 찍은 전경


우리가 예약한 숙소는 여행 내내 머물렀던 곳 중에서 손꼽을 정도로 인테리어가 멋진 곳이었다. 어렵게 찾아간 그곳이 꽤나 마음에 들어서 참 다행이었다. 매트리스가 가라앉은 침대만 빼면... 그곳엔 고양이 한 마리가 함께 거주하고 있었는데 나는 고양이가 무서워서 주방이나 화장실을 갈 때면 언제나 찰스가 고양이를 막아줘야만 했다. 나의 동물 공포증은 언제쯤 극복되려나. 머릿속으로는 괜찮다고 몇 번이고 생각을 하지만 막상 그들과 마주하면 영락없이 피하고 무서워한다. 그럴 때면 나는 언제나 나의 트라우마에 대해서 동물들의 주인에게 설명하곤 하지만 그들의 대답은 한결같다. “얘 괜찮아. 안 물어.” 세계 공통의 애견인들!


우리가 머문 숙소는 역사지구 한복판에 있는 숙소인지라 밤이고 낮이고 자동차 소음이 끊이질 않았다. 특히나 밤에는 어찌나 크락션을 울려대는지 멕시코 사람들도 꽤나 한 성깔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크락션 소리는 죽은 자의 날을 기념하는 일종의 세레모니 같은 거였다고 한다. 2002 월드컵 때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아니나 다를까 죽은 자의 날이 지나고 나니 밤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엄청 조용해졌다. 아... 멕시코인들... 축제도 좋아하고 흥도 많은 사람들 같으니라고. 친해지면 정말 즐거울 것 같은 민족이다.



나에게 Puebla는 두 가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하나는 맥도널드이고 다른 하나는 벼룩시장이다. 역사지구의 소깔로 광장에는 테라스 카페가 상당히 많지만, 가격이 엄청 비싸고 음식 맛은 그닥 별로인 곳들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소깔로 광장의 최대 뷰 맛집은 맥도널드이고 그곳의 3층 테라스 자리는 단연 최고이다. 이곳에서는 소깔로 광장 전체뿐만 아니라 밤이면 화려하게 장식이 되는 성당의 야경까지 가히 최고의 뷰 맛집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맥도널드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푸에블라 최고의 야경을 감상하곤 했다. 또 우리가 머물렀던 때에는 아침저녁으로는 아주 청명한 가을 날씨를, 낮에는 한여름이지만 끈적이지 않는 최고의 날씨를 만끽할 수 있었다.


맥도널드에서 바라본 소깔로 광장과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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