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일이 싫어지면요?
회사를 그만두자마자 두 달 동안 바텐더 학원을 다녔다.
나는 오전에 글을 쓰면서 저녁에 돈을 벌 일을 배울 목적이었고,
다른 이들은 워킹홀리데이의 백업용 공부, 창업 준비, 또는 취미로 배우러 다녔다.
마지막 수업 날에는 공부 대신 술판을 벌였다.
매일 수업이 끝나자마자 후다닥 집으로 가던 사람들은 그날 처음으로 다 같이 지하철을 타러 가게 됐다.
평소보다 술을 많이 마신 여덟 명은 두세 명씩 찢어져서 마지막처럼 대화했고,
나는 내 대화 상대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제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거예요."
그리고 내 대화 상대, 창업을 준비한다던, 나보다 세 살 많은 분이 내게 되물었다.
"하고 싶은 일이 싫어지면 어떻게 할 거예요?"
나는 그때 잠깐 고민하다가 별로 힘들이지 않고 대답했다.
"아직 하고 싶은 일이 싫어진 적은 없는 것 같은데요?"
그 후로 네 달이 지났다. 회사를 그만둔 지는 여섯 달이 넘은 참이다.
나는 가끔 그 질문이 사실은 그가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년 가을에 대학로에서 창업을 하고 싶은데, 힘들게 오픈했는데, 그게 스스로 만든 감옥이 되면 어떡하지?
이제 내가 생각하는 대답은 꽤나 다르다.
"하고 싶은 일이 싫어질 때가 너무 많아요. 나는 글을 쓰는 게 너무 좋은데, 그래서 글 쓰는 일에 방해되는 일은 모두 그만뒀는데도 내 글이 너무 싫어요. 내 글은 너무 거지 같고 분리수거도 안 되는 쓰레기라서 갱생의 여지가 없어요. 나는 재능도 없고 백업도 없어요. 잘 되리라는 보장도 없는데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을 느껴본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화가 나고 너무 억울해요. 지금부터 일 분 안에 울어 보라고 하신다면 말씀이 끝나자마자 두루마리 휴지를 준비하셔야 할 거예요. 콧물이 발가락까지 늘어지는 데에 삼십 초도 안 걸릴 걸요.
그런데 이제는 그냥 울면서 해내야 돼요. 왜냐하면 글을 쓰는 일은 내 전부와도 같아서, 글을 쓰지 않으면 나를 잃어버리는 것만 같은 기분이거든요. 눈물이 시야를 가리고 콧볼이 빨개져서 어지러워도 그냥 해야 돼요. 할 수밖에 없어요."
요약하자면 이렇다.
"싫어도 그냥 해야 될 것 같아요. 선택지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