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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나로 Sep 09. 2023

프리랜서로 살고 있다

프리와 정규,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하루를 내가 원하는 대로 채울 수 있다는 유능감

정말 꿈같은 생활이 아닐 수 없다.


여덟 시간 자고 일어나서 내가 원하는 만큼 글을 쓰고

속 편한 음식으로 배를 채운다.


내가 선택한 것도 아닌 일에 열중하느라 가짜 커피를 마실 일도 없고

최대로 집중할 수 있는 여섯 시간 동안만 일을 한다.

내가 일하는 시간, 내 급여, 내가 할 일을 내가 정한다.

유능한 사람들과 서로를 프로로 대접하며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한다.


어쩌면 나는 내 일을 하고 싶었던 것보다는

내 시간을 내가 원하는 대로 사용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둘 다일지도 모른다.


일터에서 자기 결정권을 잃어버렸을 때 번아웃이 온다는 말에 공감한다.

출근 한 시간, 퇴근 한 시간 동안 검은 봉다리에 키우는 콩나물처럼 불쾌한 공기 속에서 남과 살을 부대끼며 출퇴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너무 좋다.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서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는다.

하루에 여섯 시간씩 열흘 동안 일하며, 하루에 여덟 시간씩 한 달 동안 일할 때와 같은 급여를 받는다.

물론 앞으로도 이렇게 일이 들어올지는 잘 모르겠어서 매일 너무 막막하고 불안하지만 회사에 가는 것보다는 이 생활이 좋다.


출퇴근하면서 월 700만원씩 받을 수 있는 일을 거절하고는 가끔씩 후회한다.

물론 다시 결정할 수 있는 때로 돌아가더라도 거절할 거지만,

내 시간이 그만큼 비싼 값어치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계속 든다.

집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두고, 쓰고 싶은 만큼 원하는 글을 쓰면서, 수영을 가지 않는 저녁에는 헬스장에 가는 삶이 700만원에 해당하는 값어치를 하는 걸까?


이 생활을 계속해도 되는 걸까에 대한 의문에는 아직도 대답하질 못하겠지만

예전처럼 숨 막히는 회사에서 답답한 사람들과 다 꺼져가는 불씨에 간간히 숨만 불어넣는 일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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