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엔딩 시장 도장깨기

by 위키워키

치앙마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중 하나가 바로 시장 구경이었다. 선데이마켓, 세터데이마켓, 나이트바자, 창푸악 시장, 치앙마이대학 시장 등등 많기도 많아서 처음엔 어디가 어딘지 헷갈렸는데, 별 목적 없이 떠돌며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기에 꾸준히 방문해 보았다. 점차 크고 작은 차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마침내 루틴도 생겼다.




물건(기념품, 선물 등) 살 땐? 선데이마켓

일요일 해질녘, 올드시티 동쪽의 타패문으로 가서 구경을 시작하면 된다. 매일 들를 수 있는 나이트바자보다 좀 더 특색 있는 물건들이 많고 제품의 반복도도 낮았다.

돌아다니다 길에서 받는 발마사지

그림, 아기자기한 소품, 의류 등이 주된 품목이라 기념품이나 선물을 사기에 적합하다. 음식은 상대적으로 선택의 폭이 좁고 앉을 데도 여의치 않아 우리는 보통 구경을 마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해서 먹었다. 물론 주스나 과일, 꼬치 등 간단히 사 먹을만한 요깃거리는 있다.


같은 물건이라도 도입부에 가까울수록 비싼 가격에 판매하니 너무 일찌감치 혹해서 사면 안 된다. 높은 확률로 같은 물건을 더 저렴한 가격에 다시 만나게 되어있다.

타패문으로 들어오자마자 산 종지그릇.(약 1000원/개). 더 걸어 들어가니 거의 절반 가격에 판매 중이었다.

망고나무로 만드셨다는 와인병 홀더. 그다음 주 선데이마켓에선 찾아볼 수 없었다. 매주 같은 가판이 펼쳐지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 열리는 유명하고 큰 시장인만큼 엄청난 인파몰리기 때문에, 이 날 다른 야시장을 역방문(?)하면 오히려 한산하게 즐길 수 있다.




먹을 땐? 치앙마이 게이트 야시장


올드시티 인근 야시장중 먹거리론 가장 마음에 들었다. 제일 좋아했던 수끼, 로띠, 꼬치집이 죄다 이쪽에 있기 때문. 딱히 행선지가 없을 때 무조건 이쪽으로 걸어가서 하루를 마무리하곤 했다.


* 수끼

우리가 가장 좋아했던 치앙마이 게이트 바로 옆 수끼집. 닭고기나 돼지고기를 토핑으로 선택하고 '볶음(fried)'식으로 먼저 먹어보는 걸 추천한다. '화산을 보라'는 이 집의 상호명답게 불맛+얼큰한 맛의 조화가 완전 넘사벽. 로띠맥주까지 사오면 완전체 탄생.


* 로띠

치앙마이 게이트 바로 길 건너 로띠 가판. 늘 꺼내놓으시는 코코넛 오일병이 그냥 전시용인가 여쭤봤더니 "이걸로 튀긴다"고 하셨다. 그 덕분인지 왠지 다른 곳보다 맛도 훌륭하다. 반죽을 전병처럼 얇게 펴 지글지글 익혀주시는 과정을 보다 보면 절로 평온해지는 로띠멍 경험할 수 있다.


* 꼬치

게이트시장 입구 앞 가판에서 사먹던 꼬치들. 주문하면 숯불에 다시 한번 뜨뜻하게 데워주신다. 납작한 단짠 떡갈비 꼬치와 쫄깃한 찰밥 세트가 다른 곳에서 먹어본 것 보다도 훨 맛났는데, 현지인들이 아침메뉴로도 즐겨 찾는 조합이라고 한다.




장 볼 땐? 매크로(Makro)

식료품을 구매할 때는 현지인들의 이마트 격인 매크로로 가면 된다. 시장을 실내로 옮겨놓은 듯 생선, 고기, 채소, 과일들이 매우 다양하고 신선하다(식용 두꺼비까지 판다).

한국 라면, 조미료 코너
"한국불닭맛"이라 적힌 일본 닛신사의 라면

재미있게도 들어가자마자 소주 궤짝들이 반겨준다. '건배', '태양' 등 초록병에 한글 이름을 가진 짝퉁 과일소주들을 현지인은 물론이고 외국인 관광객들도 물처럼 들고 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매크로에서도 큰 비중을 두고 판매 중이었다. 이외에도 고추장, 된장, 라면 등 한국식품이 진열된 코너들의 비중이 꽤 컸는데 한식에 대한 수요가 꽤 탄탄한 듯 보여 뿌듯했다.


구경하는 재미가 있지만 이렇게나 큰 마트에서 카드결제가 아예 안 된다는 점이 아쉬웠다. 무조건 현금!




2% 부족할 때? 림핑 슈퍼마켓(Rimping Supermarket)

우리나라의 백화점 식품관정도 되는 곳 같았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인테리어, 제품 종류, 진열 방식 하나하나 중~고급이다. 한국 식품 또한 매크로에서는 주로 냉동이나 레토르트를 판매했다면 여기에선 다양한 냉장 김치와 양념류까지도 발견할 수 있었다. 저렴하지는 않지만 시장이나 매크로에서 살 수 없는 고급 식품이나 생활용품을 구매할 수 있는 곳이었다. 가족 선물로 구하러 다닌 피부용 코코넛오일도 여기서 샀다(590밧/1L).

화려한 컬렉션

역시 소주를 판매 중이었는데 당연히 짝퉁 소주보다는 K소주가 더 비쌌고 같은 K소주 중에서는 높은 수요를 반영한 듯 오리지널보다 과일소주가 다소 비쌌다.

건과일도 팔고 있었는데 우리나라 동대문시장 격인 와로롯시장까지 가서 구매했던 가격과 별반 다르지 않아 충격이었다. 여기가 저렴할 리는 없을 테니 우리가 와로롯시장에서 흥정을 잘못한 것이었고, 왕복 차비까지 고려하면 잘못된 선택이었다. 와로롯에 다시 간다면 더 적극적으로 네고하겠단 다짐을 하게 만든 이곳은, 제한 없이 카드결제가 가능한 것이 특장점이었다.




치앙마이 지도에 등록된 시장만 해도 수십 개에, 등록 안 된 비정기, 로컬 시장들까지 합하면 셀 수나 있을까? 나름 도장 깬다며 다녀봤지만 일부에 불과했고, 개인적으로 추려본 위 장소들은 그중에서도 일부였을 것이다. 즐겨 찾던 장소들이었을지라도 다음에 다시 가면 또 어찌 변심할는지 모르겠다. 아담한 치앙마이에 시장이 참 많기도 해서 숨은 보석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으니, 그 재미가 벌써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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