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인에게 떡볶이와 소맥을 권하면?

by 위키워키


우리가 태국음식을 잘 먹는 모습이 보기 좋았는지, 니우는 점점 더 낯설고 어려운 음식들을 권했다. 민물게 내장을 밥에 얹어 직접 먹여주기에 눈 딱 감고 맛보았는데 고소함과 짭조름함의 조화가 좋았던 적도 있고, 메기가 들어간 '똠얌'과 맵고 시고 단, '똠샙'이라는 국을 사주기도 했다. '김치찌개와 청국장 맛을 알려주고 싶은 한국인 마음'과 같겠거니 하며 최대한 먹어치우곤 했는데, 일정 난이도 이상이 되니 곤란했다. 신기한 지금 와서 그 시큼 매콤한, 라임향 담긴 국물 맛이 불현듯 떠오를 때가 있다. 먹고 싶을 만큼은 아니어도.




하루는 우리가 나섰다. 넷플릭스 드라마 덕분에 한국 음식에 대해 꽤나 빠삭한 니우네 가족과 아르바이트생 푼, 남폰을 위해 떡볶이를 만든 것이다.

니우네 딸 닉이 매워할까봐 제일 좋아한다던 피자헛도 주문했는데 기우였다. 피자뿐 아니라 떡볶이의 반은 닉이 먹어치웠다. 반에서 키가 제일 크다더니 이유가 있구나 싶었다. 니우에게 딸이 잘 먹는다 칭찬하니 "비싼 것만 좋아한다" 투덜거리면서도 눈에선 꿀이 떨어졌다.


남편이 다친 손으로 소주병에 회오리를 치며 "이렇게 따는 거"라 투혼도 해보였는데 신기하다면서도 '굳이?'라 말하는 듯, 시큰둥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게 재밌었다.




"한국 사람들은 왜 그렇게 뜨거운 음식에 소맥을 많이 먹냐"는 남폰의 질문에 답이 되길 바라면서, 완벽한 떡볶이는 아니지만 소맥과 함께 맛보라고 권했다. 그런데 웬일. 두 손으로 공손히 잔을 받고, 그 잔이 채워지자마자 한 손으로 잔을 가리고 꺾어마시기 시작했다.

빵 터진 우리가 어디서 보았냐 물었더니 "한국 드라마 속 배우들이 이렇게 마시는 걸 보고 이유가 궁금했다"고 한다. 지금처럼 편한 친구들끼리 마실 때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었지만 재미가 들렸는지 말을 듣지 않았다. 미디어 파워가 세긴 세다.


장난기 많고 짓궂은 사장 니우에게 굴하지 않고 더 큰 장난으로 받아치는 스물셋의 남폰은 몇 년간의 군 생활 후 군무원에 도전 중이며, 현재 럭비선수이기도 했다. 다재다능하고 유쾌한 그녀 덕분에 우리 부부도 갈 때마다 태국 MZ의 기운을 받는 듯했다. 이 날 이 친구가 '건배'를 뜻하는 '촌깨-오'를 알려주었는데 그들은 건배를, 우리는 촌깨오를 외치며 배우자마자 수십 번은 써먹었다.

떡볶이나 우리 입에 맵던 태국 고춧가루는 잘 먹으면서 사천 짜파게티는 매워 죽으려 하는 그들 입맛이 신기하긴 했다. 너무 맵다며 환타까지 내오니 국적별로 취약한 매운맛이 있나 보다.


매우면 매운대로, 적당하면 적당한 대로 맛나게 흡입하는 걸 보니 이제 한국 드라마를 볼 때마다 좀 더 이입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뿌듯했다. 친구들끼리의 자연스러운 자리가 장면으로 비칠 때 의기양양하게 한 마디 보탤 수도 있으면 좋겠다.


"저 자린 편한 거야. 가리지도, 꺾지도 않잖아~"


우리 문화를 알려주려다 어째 태국꼰대를 만든 건가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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