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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키워키 Jan 09. 2023

피서 말고 피한 떠나는 날

12월 치앙마이

제설이라곤 없는 동네..

출발 전 3일 내내 유례없이 큰 눈이 왔다. 거의 10년 만의 큰 눈이라 했다. 천만 다행히 출발 당일 택시가 잡혔고 짐이 많은 우리를 위해 지하주차장까지 와주셨다. 제설이 하나도 되지 않은 위험천만한 길을 곡예처럼 미끄러져가며 데려다주신 덕에 공항버스에 간신히 탑승했다. 너무 감사해 추가비용을 지불했다.


일찍 오라며 신신당부하시던 부모님은 짐을 다 내리지 않고 주차대행을 맡기신 통에, 다시 부랴부랴 차를 소환하며 한바탕 난리가 벌어졌고 그런 부모님을 진정시키며 마침내 일주일 여정이 시작됐다.




걱정쟁이 부모님과의 동행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골프채를 비행기에 실어보는 건 처음인 만큼 수하물 규정이 걱정됐. 다행히 미리 안내받은 그대로였다. 골프백+추가 짐=23kg 이내이면 대한항공 국제선 기준으로 추가 비용이 붙지 않는다. 단, 셀프 탁송은 불가했고 반드시 직원이 있는 카운터로 가야 했다. 직원분이 태그를 달아주시면 따로 큰 짐을 부치는 곳으로 한 번 더 들고 가야 한다.



마침내 짐을 들여보내고 손이 자유로워진 우리 가족은 라운지에 가서 끼니를 해결하기로 했다. 미리 사둔 쿠폰으로 허기졌던 배를 채웠다. 오뎅국물과 떡볶이 그리고 맥주를 곁들이니 이미 만족스럽다.

성격 급한 아빠는 잠깐 나가시더니 탑승구까지 갈 길이 1km는 더 되는 것 같다며 전화를 해오셨다. 어쩔 수 없이 급하게 자리를 마무리하고 나섰다.




코시국  모시고 간 여행을 마지막으로 오랜만에 비행기를 타는 엄마를 위해 창가 자리를 예약했는데, 예상대로 창문에서 눈을 뗄 줄 모르신다. 나중에 자식들에게 해외여행 한 번 멋지게 쏘고 싶다더니 그 목표를 이룰 참이다. 치열한 직장생활을 견디시느라 자식들과의 시간이 많지 않으셨던 아빠도 우리와 일주일을 오롯이 함께 하시려 아낀 휴가를  개시하신다. 역시나 벽돌같이 무거운 책을 챙겨 오셨다.

불과 몇 시간 전 폭설에 고립돼 있던 우리 부부는 늦지 않고 비행기에 오른 게 감사하다. 피한(避寒)을 제대로 떠날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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