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위키워키 Jan 16. 2023

부모님 모시고 가도 안전한 치앙마이 맛집

태국에 먹으러 간다던 친구들 말은 참이었다. 치앙마이는 적당히 글로벌 입맛인 우리 부부부터, 상대적으로 보수적 입맛을 가지신 부모님들까지 먹는 행복을 충만하게 누리게 해주었다.



1. 카오톰밧디아오 (추천메뉴 : 모닝글로리 볶음, 치킨누들, 팟타이, 새우볶음밥, 블랙페퍼&갈릭 비프)


https://maps.app.goo.gl/uXV2huqVc1J1NFeK8


아빠 : ★★★★★

엄마 : ★★★★★

남편 : ★★★★★

나    : ★★★★★


머릿 속으로 그리던 현지 식당이었다.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벽면에는 팟타이, 새우볶음밥 등 익숙한 음식 사진들이 붙어있는데 불맛을 입히는 볶음 요리가 주력인 듯 했다. 많이들 시키는 음식들이 그림으로 나와있으니 참고하거나 방대한 영어 메뉴판을 재미삼아 찬찬히 훑어도 된다. 음식 하나당 가격은 50~70바트로 3000원이 채 안 되는 가격이지만 태국 어딜가나 그렇듯 맥주는 큰 병 하나당 80바트로 현지 물가대비 비싼 편이었다(불교국가라 일부러 주류에 소비세를 세게 먹이는 건지 술 값이 비쌌다. 낮 3~5시 사이엔 아예 술 판매도 하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며 팔더라도 종이컵에 담아 몰래(?)마시게끔 해준다). 그 귀한 맥주가 안타깝게도 덜 차가운 편이라 얼음을 요청해 잔에 넣어 마셨고, 적당히 희석 되어 술술 잘 넘어갔다.

무엇보다 공심채(모닝글로리) 볶음은 치앙마이에서 맛 본 중 제일 맛있었다. 두 번째 방문때에는 1인 1 공심채를 주문하여 메인메뉴들과 곁들여 먹었을 정도다. 가격도 합리적이고 정감 있는 현지 분위기를 자랑하니 다국적 손님들로 북적이는데, 6시 좀 넘으면 그랩 배달 오토바이들까지 몰려와 문전성시를 이룬다. 치앙마이에 밤 늦게까지 하는 식당이 은근히 잘 없는데 여긴 새벽 2시까지 영업한대서 마음 편히 먹고 마셨다.




2. 블루누들 (추천메뉴 : 8,9,10번 국수, 면발굵기는 중간(센렉) or 가장 굵은 면(센야이))


https://maps.app.goo.gl/DKLRK6xj6Ww5NdjGA


아빠 : ★★★★

엄마 : ★★★★★+

남편 : ★★★★★

나    : ★★★★★


도착 첫 날, 고작 몇 시간 자고 일어나 장장 5시간에 걸친 라운딩을 마치고 나니 다들 기진맥진이었다. 지친 가족들을 데리고 무모한 도전을 할 순 없기에 다수의 유튜버들이 검증을 마친 소고기 쌀국수집으로 향했다. 일요일 3시경 방문했는데 자리를 배정 받고 음식을 입에 넣기까지 40분 정도 소요됐다.  서서 무언가를 먹는 것에 익숙치 않은 부모님, 특히 아빠는 대기 내내 '아무리 맛있다한들 다신 안 온다, 여기 시스템은 문제가 많다' 며 뿔이 있으셨다. 마침내 자리에 앉았고, 모두 큰 그릇으로 주문했다(작은 사이즈 60바트, 큰 사이즈 80바트). 결과적으로 진짜 한 입만 먹을 게 아니라면 큰 그릇을 시켜야 맞다.

국물과 면발을 한 번씩 호로록 하는 동안 정적이 흘렀다. 이윽고, 너나 할 것 없이 '기다릴만하다!' 며 전원 급 태세전환을 해버렸다. 심지어 아빠도 고개를 끄덕이셨다. 익숙한 소고기 육수에 약간의 약재향이 더해져 갈비탕과 족발국물을 섞어놓은 맛 같았다. 테이블 위의 고춧가루를 넣어서 좀 더 칼칼하게 만드니 개인적으론 더 나았다. 국물 속 초록 풀떼기는 고수가 아니라 쑥갓(?)향과 맛이 나는 무언가였다. 센렉(중간굵기) 면을 가장 많이들 주문하지만 제일 굵은 면인 센야이도 야들야들한 수제비같고 맛났다. 첫 입에 반하신 엄마는 이후로도 블루누들 노래를 부르셨고 결국 아침 일찍 오픈런에 한 번 더 도전했다. 한 테이블만 제외하고 싹 다 한국인이었다.




3. It's good kitchen (추천메뉴 : 수끼, 새우볶음밥, 팟씨유, 팟타이)


https://maps.app.goo.gl/gx3EVxMy38LNfctK9


아빠 : ★★★★★

엄마 : ★★★★

남편 : ★★★★

나    : ★★★★


수끼 / 새우볶음밥
팟씨유 / 팟타이
블랙페퍼 포크 볶음밥(?) / 카오쏘이(향신료가 세서 우리가족은 불호였다)

외국음식을 대체로 좋아하시는 아빠가 왠일인지 길거리에서 돼지고기 국물을 맛 보시곤 얹힌 듯 느글거린다셨다. 나이가 들며 입맛이 변하는 것 같다며 웃으셨지만 정말 힘들어 보이셔서 다음 식당은 신중히 고르기로 했다. 그렇게 도착한 이 식당은 자연스레 카오톰밧디아오와 비교되었는데, 결론적으로 처음 먹어본 수끼 메뉴(26번)가 대성공이었고 새우볶음밥과 팟씨유, 팟타이도 괜찮았다. 메뉴당 가격대는 70~90바트 정도였다. 아빠는 밥이 고프셨던 건지 새우볶음밥을 특히나 맛있게 흡입하셨다. "이건 한국 고급 중식당 맛이다!" 라는 말을 무한반복하시면서.. 고슬고슬한 계란밥에 탱글하고 신선한 새우가 짭쪼롬하게 간을 맞춰주니 맛 없을 이유가 없었지만, 더 저렴하면서도 북적이는 현지 분위기를 선사한 카오톰에 한 표를 더 주고싶다.




4. 치앙마이 호루몬 (추천메뉴 : 삼겹살, 미소된장국&밥 세트, 생맥주)


https://maps.app.goo.gl/kQqKpJAEjNLrFYvK7


아빠 : ★★★★

엄마 : ★★★★

남편 : ★★★★

나    : ★★★

정원초과 툭툭

선데이마켓 구경을 마친 뒤 저녁을 먹으러 가려는데 그랩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다. 포기하고 길거리 툭툭을 타고 가잔 말에 부모님은 흠칫 하셨다. 세 발 오토바이넷이나 타자니 겁 나셨던 것. 무작정 셋을 끼어 앉힌 후 나는 남편 무릎에 철푸덕 앉았다. 휘청대면서도 길 먼지와 기름냄새를 열심히 헤쳐나간 툭툭이 덕에 무사히 도착했다.

일본 뒷골목스러운 분위기는 일단 합격이었다. 인근까지 숯불향이 가득한데 주민들이 민원을 넣진 않을까 잠깐 궁금했다. 10분 정도 대기하니 원하던 야외자리가 났고, 양이 적다기에 메뉴판을 다 읊을 기세로 여러가지를 주문했다. 손님이 많아 종업원들이 자주 까먹곤해서 안창, 갈비, 대창, 곱창, 우설 등 다 서빙 받기까지 꽤 오래 걸렸지만, 제일은 삼겹살이었다. 한국에서 먹는 것 만큼이나 도톰했고 함께 나오는 양상추에 마늘을 넣고 쌈을 싸 먹으니 약간의 느끼함 조차 올라올 틈이 없었다. 아쉽지만 소고기 메뉴들은 대부분 질겼다. 곱창은 마르고 부실한 느낌이었고 반대로 대창은 기름이 너무 많았다. 그럼에도 생맥주가 분위기를 계속 돋구어주었다. 4명이 배 터지게 먹고 생맥주도 실컷 곁들였는데 1200바트가 찍힌 영수증을 받았을 때 깨달았다. 저렴한 가격이 아쉬운 맛을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걸. 5만원이 채 안 되는 돈으로 누린 한 끼라 생각하니, 여기 괜찮다. 고기 먹고 싶을 때 올만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멋지게 잘 늙은 중장년 골프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