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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을 파는 잡화상 Aug 03. 2023

사육장 앞에서

편혜영,「사육장 쪽으로」  

작가는 세상을 공포로 보는 걸까? 꿈꾸던 삶이 결국 악몽의 또 다른 얼굴에 다름 아니라는 것을 말하는 것일까? 이 소설에서 일상은 어떤 알 수 없는 힘의 미로에 빠져들어 간다.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 우리가 상상하는 낭만적이고 안정적인 행복이 아니라면?


행복한 삶의 전형으로 보이는 전원생활은 똑같은 인형들이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움직이는 공장처럼 끔찍하게 다가오고, 집을 압수하겠다는 계고장은 순식간에 한 가족의 평온에 균열을 만든다. 아이를 물어뜯은 개의 정체와 사육장 쪽에 있다는 병원을 찾아가는 과정 역시 어떤 실체가 드러나지 않아 점점 공포심이 커진다. 그러고 보면 이웃

이라는 존재들도 유령처럼 실체 없이 느껴진다. 자본주의는 우리에게 장밋빛 미래와 환상적인 삶을 약속한다. 그 모든 약속은 이데올로기적 선동과 광고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욕망 실현을 위해서는 모두에게 충분히 돌아갈 자본이 필요하다. 즉, 자본만이 자본주의적 유토피아를 가져다줄 수 있다는 메시지다. 반대로 자본이 사라질 경우 모든 유토피아는 얼굴을 지워 버린다. 그리하여 자본이 바닥을 드러낼 때 일상은 지옥이 된다.


돈은 중환자가 끼고 있는 산소호흡기 같아 자본의 호흡기에 문제가 생기면 개인의 삶은 뿌리째 뽑힐 위기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그때 비로소 자각한다. 웰빙은 허상이고, 이미지에 기대 사는 삶이 얼마나 허약한 것인가를.


‘사육장’은 우리 삶 도처에 숨어있는 보이지 않는 위협에 대해 말한다. 낭만적 이미지가 무너지는 순간, 현실이라는 무시무시한 공포와 대면하게 된다. 이 공포에서 벗어날 길은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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