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기를 한참을 기다렸지만,
아직 봄은 오지 않았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 서 있는 나는,
차갑게 얼어붙은 공기 속에서 수없이 흔들렸습니다.
거센 눈보라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길 위에서,
나의 발자국은 자꾸만 사라졌고,
그럴 때마다 나는
내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하염없이 걸을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흔적이 지워져도,
나의 마음은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르겠지만,
당신이란 빛을 다시 한번 안아보고 싶다는 다짐은,
마치 땅속 깊은 곳에서 아직 움트지 못한 새싹처럼,
눈 아래에서 조용히 숨 쉬고 있었습니다.
나는 압니다.
겨울의 끝은 결코 짧지 않다는 것을.
어디가 끝인 줄 모르고
결코 끝나지 않을 수도 있는 살얼음판이라는 것을.
수많은 날들이 나를 시험할 것이고,
나는 그 안에서 수없이 무너질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나는 나아가겠습니다.
이 겨울을 항해하리라 결심했습니다.
터널의 끝에 한 줄기 빛을 향하듯,
아직 오지 않은 계절을 향해 발을 떼겠습니다.
내 선택은 헛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눈이 녹으면, 언젠가 다시 마주할
그 순간이 오리라 믿습니다.
아직 겨울은 끝나지 않았지만,
나는 다시 올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
그 봄을 향해 걸어가고 있습니다.
당신을 향한 나의 다짐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