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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준 Nov 03. 2019

오락거리에서 강력한 학습 도구로
진화하는 게임러닝

게임러닝의 글로벌 시장규모와 성장 가능성

 네덜란드의 문화사학자, 요한 하위징아(Johan  Huizinga, 1872~1945)는 1938년에 출간한 그의 저서,《호모 루덴스(Homo Ludens)》에서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이 개념을 통해 인간의 본원적 특징은 사유나 노동이 아니라 놀이이며, 인류 문명은 놀이의 충동에서 비롯되었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즉 인류의 본질은 '즐거움'이고, 이 즐거움을 추구하는 '놀이'가 역사발전의 원동력 중 하나라고 본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날 '게임'이라고 불리는 디지털 기반의 놀이, 즉 스타크래프트나 리니지와 같은 콘텐츠는 '아이들의 오락 거리' 또는 '중독을 초래하는 규제 대상'으로 인식되곤 합니다. 이러한 시선 탓에 ‘게임’은 오랜 기간 동안 매력적인 콘텐츠로서, 동시에 강력한 미디어로서 그 본연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게임을 즐기던 세대가 성장하면서 이러한 인식이 개선되기 시작했습니다. 게임을 기획하고 개발하는데 활용되는 기술들은 더욱더 발전했지요. 이와 같은 변화 덕분에 게임이 지닌 장점을 교육 혹은 학습에 녹여내고자 하는 시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25년간의 연구를 살펴보았을 때, 게임은 몰입을 불러일으키는 가장 효과적인 미디어다.” 스탠포드 대학의 바이런 리브스(Byron Reeves) 교수가 남긴 이 말처럼, 게임은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지속적으로 몰입하게끔 만듭니다. 바로 이 점이 글로벌 에듀테크 시장에서 게임러닝(Game-based learning)이 각광받는 이유입니다. 진화를 거듭해온 이 학습 도구는 이와 같은 흐름에 힘입어 '저조한 학습 몰입'이라는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에 본고는 글로벌 리서치펌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게임러닝의 글로벌 시장규모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아울러 게임러닝이 ‘강력한 학습 도구’로 평가받는 이유가 무엇인지 간략하게 짚어보겠습니다.






글로벌 에듀테크 시장의 기린아, 게임러닝


 2017년 7월, 에듀테크 시장에 대한 리서치를 수행하는 메타리(Metaari)는 2017년부터 2022년까지 글로벌 게임러닝 시장이 연평균 성장률 20.2%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아울러 2022년의 매출액은 2017년 32억 달러의 2배를 뛰어넘는 81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았지요.



2017-2022 Growth Rates for Eleven Categories of Educational Games (Metaari)

 

 세부 분야별로 살펴보면 VR/AR 게임러닝이 47.9%라는 압도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 전망했으며, 위치기반/역할 기반 게임러닝, 게임을 통한 진단/측정은 물론 지식/기술 기반 게임러닝 등도 폭발적인 성장치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대륙별로 살펴보면 아프리카가 54.4%로 가장 높은 성장치를, 동유럽과 라틴 아메리카가 각각 37.3%와 35.1%로 뒤를 이었습니다. 아시아의 경우 가장 큰 게임러닝 시장을 가지고 있는 중국, 인도, 일본, 한국, 인도네시아 중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중국이 게임 개발에 대한 규제를 단행하면서 -2.7%의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Metarri는 이를 감안해 아시아 게임러닝 시장의 성장치를 17.3%로 추산했지요. 하지만 그래프에서 살펴볼 수 있듯, 게임러닝은 지역을 막론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큰 가능성을 보여주는 학습 방법론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시장 성장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투자 규모를 살펴볼까요? Metaari가 임의로 분류한 8가지의 학습 상품군에 대한 2014년-2016년 투자액을 비교해보면, 전통적인 학습 상품군의 투자가 줄고 있는데 반해 차세대 학습 상품군에 대한 투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게임러닝에 대한 투자 규모는 2016년에 이르러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그만큼 게임러닝이 장차 교육/학습시장을 선도할 패러다임이라는 것을 뒷받침하는 근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17-2022 Comparison of Global Buyer Growth Rates (Metaari)

 

 그렇다면 성인교육 시장에서 게임러닝의 위상은 어느 정도일까요? 2017년 글로벌 기장에서 게임러닝의 가장 큰 구매자는 B2C 소비자였고, 초등교육과 기업 구매자가 뒤를 이었습니다. 그리고 2022년까지 가장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받고 있는 영역은 기업, 유치원, 그리고 성인교육입니다. Metarri는 그중에서도 ‘기업’이 큰 성장세에 힘입어 2022 년에 B2C 소비자 다음으로 ‘큰손’이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지요. ‘아이들의 오락거리’ 정도로 취급받던 ‘게임’이 ‘HRD의 메가 트렌드’가 된 것입니다






'경험'을 선사하는 게임러닝


1) 전통적인 학습 방법이 지닌 지루함


 글로벌 HR 컨설팅 펌인 Deloitte가 106개국, 3,300명의 매니저를 통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통적인 이러닝(e-Lear ning)은 낮은 수료율, 낮은 몰입도, 학습자가 느끼는 지루함이라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닝은 2000년대 이후 디지털 기반 학습 방법으로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했지만, ‘저조한 학습 몰입’이라는 단점을 지니고 있죠. 이에 따라 기업은, 그리고 학습자들은 보다 강력한 학습 몰입을 불러일으키는 솔루션을 갈망하게 되었습니다.


2) 게임에 익숙한 새로운 세대


 1980년~2000년 대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s)는 이미 전체 조직 구성원의 50%를 차지하고 있으며, 2025년까지 75%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이에 따라 조직은 기성세대와 다른 성향을 지닌 밀레니얼 세대에 최적화된 학습 솔루션을 필요로 하고 있지요. 특히 이들은 ‘게임’이라는 매체·미디어에 매우 익숙하며, ‘게임을 통한 학습’을 낯설어하기보다는 그 경험 자체를 즐기고 몰입할 수 있습니다.


EEDAR,〈Deconstructing Mobile & Tablet gaming 2015〉재구성


3) 지식 전달을 넘어 경험을 제공


 1998년, 조셉 파인(Joseph Pine)과 제임스 길모어(James Gilmore)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체험 경제로의 초대(Welcome to the Experience Economy)〉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합니다. 두 사람은 소비자들이 단순히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이 아닌, 상품의 고유한 특성에서 가치 있는 체험을 얻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기업이 고객에게 가치 있는 체험을 선사해야 하며, 그 체험 자체가 하나의 상품이 될 것이라는 체험 경제(Experience Economy)의 개념을 제시했지요. 그 후 체험 경제 패러다임은 경영 전반에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더욱이 보스턴 컨설팅 그룹(Boston Consulting Group)이 2014년에 조사·발표한 바와 같이 밀레니얼 세대의 78% 이상은 ‘경험’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게임러닝은 바로 이러한 변화의 흐름과 맥을 같이 하는 학습 기술이며, 이전과는 다른 학습 경험을 선사합니다.


학습 피라미드(Learning Pyramid)


 게임러닝은 현업과 유사한 상황, 또는 개발하고자 하는 역량을 발휘해야 하는 가장의 상황 안에서 학습한 내용을 활용하도록 디자인됩니다. 또한 참여하는 이가 여러 명일 경우 전략을 수립하거나 의사 결정해야 할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구성원 간의 상호작용이 일어나지요. 이 과정에서 학습자는 배운 지식을 실습하거나 다른 이에게 설명하는 경험을 얻게 됩니다. 즉 ‘실제 해보기’와 ‘서로 설명 하기’를 통해 탁월한 학습 효과성을 얻을 수 있습니다.






게임러닝이 제시하는 '몰입하며 즐기는 학습 경험'


 ‘학습 몰입’은 학습자에게도, 학습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에게도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로 꼽혀왔습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이러한 학습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지요. 게임러닝은 그러한 시도 중에서도 ‘학습 몰입’ 문제에 있어서 아주 강력한 솔루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연구의 선구자이자 교수학습모형인 GBS(Goal-Based Scenarios : 목표 기반 시나리오)를 제시한 로저 쉥크 (Roser Schank)는 “학습은 누군가 가르칠 때가 아니라, 누군가 배우기를 원할 때 비로소 일어난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 어떤 방법보다도 강력한 학습 몰입을 이끈다는 점에서, 게임러닝은 ‘누군가 배우기를 원할 때 일어나는 학습’을 실현시킬 수 있는 퍼즐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이러한 시도가 전통적인 학습이 지닌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능 키가 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게임러닝이 텍스트나 영상 콘텐츠, 그리고 또 다른 차세대 학습 방법론과 결합했을 때, 우리에게 선사하는 학습 경험은 다시 한번 진화할 것입니다.



※ 휴넷의 월간 에듀테크 리포트,〈EDUTECH Monthly〉2018년 4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Reference]


- Ambient Insight, 「The 2016-2021 Global Game-based Learning Market」

- Ambient Insight , 「The 2016 Global Learning Technology Investment Patterns」

- Boston Consulting Group, 「How Millennials Are Changing the Face of Marketing Forever」

- Docebo, 「eLearning Market Trends and Forecast 2017-2021」

- Deloitte, 「Global Human Capital Trends 2015」 

- EEDAR, 「Deconstructing Mobile & Tablet gaming 2015」 

- Metaari, 「2018 Advanced Learning Technology Research」 

- Metaari, 「The 2017-2022 Global Game-based Learning Mark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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