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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nevieve Oct 27. 2022

호주 회사에서 만난 사람새끼들 (상)

해외취업, 멋져 보일 수 있지만 회사생활 다 똑같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으나 살면서 인류애가 사라진 케이스에 속한다.

대학생 때는 사람을 안 만난 날이 손에 꼽는데, 어느 달은 30일 동안 매번 새로운 사람들과 놀았고 각각의 사람에게서는 좋은 점들만 보였다. 천성이 낯도 가리지 않거니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즐기는데, 마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좋아할 거라 생각하는 강아지와 같았다.


사회에 나와보니 돈 버는 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동아리처럼 같은 취미 때문이라던가 놀고 마시는 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같을 수 없었다. 사람 본질이 달라진다는 것은 아닌데, 목적성을 띄고 모여 가치 창출을 해내다 보니 효율성의 문제까지 같이 걸리게 되더라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생계가 걸린 문제이다 보니 자기 밥그릇을 지키려고 하는 과정에서 주변인에게 스크래치를 내는 사람들도 보았다.


호주에서의 회사생활 느낌을 사람 중심으로 풀어보자면 이러하다.

Hierarchy(계급)가 한국에 비해서는 많이 수평적이나, 당연히 보스와 CEO/manager는 존재하고 모두 이를 인지하고 있으며 대하는 태도가 같지는 않다.

일이 어려운 게 아니라 사람이 어렵다.

사내정치, 존재한다.

회사마다 분위기는 모두 다르지만 위의  가지는 공통적이다. 사람끼리 모인 공동체인 만큼 어느 정도 친분이나 마음이 맞는 관계 형성이 있다.


나는 편을 가르거나 하는 조짐이 보이면 대놓고 끼지 않는다. 남에게 그만큼의 관심도 없거니와 사회생활에서 굉장한 에너지 소모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을 최대치로  쳐내고 사람들과 두루두루  지내고,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는 퇴사하고도 친구로 남는다. 다른 사람들의 퍼포먼스나 병가 휴가  나의 일이 아닌 것은 신경 쓰지 않는다. 간섭받는 것을 싫어하니 하지도 않는다. 나의 개인적인 회사 생활 스타일을 말한 이유는 다른 글에서 이어진다.

그래, 그래서 어떤 사람새끼들을 만났냐고?


1년 미만으로 다녔던 회사가 있는데,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었다.

호주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회사가 있는데, 그 회사의 서브 브랜드 온라인 쇼핑몰의 리드 그래픽 디자이너로 입사했다. 작은 규모의 팀이었고 코리안은 나 혼자였다.

문제는 새로 온 매니저였다. 나보다 한 열 살 정도 많은 남자였는데, 리더십 있게 일을 끌어가는 타입도 아니고 그만한 역량도 되지 않았다. 그가 아무리 미팅이 있었다고 할지라도 온종일 떠들기만 하다가 퇴근한 날들도 꽤 있었다. 회사의 플랫폼이 온라인인 만큼 배너부터 사진, 리터칭, 뉴스레터 등 모든 콘텐츠가 디자이너의 손을 거쳐야만 했고, 그 회사의 브랜딩과 로고까지 모두 내가 혼자 제작했다. 나는 그처럼 스몰 톡을 이어가며 일할 여유가 없었고, 나의 매니저로 온 걸 안 이상 내가 일을 지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솔직히 첫날부터 어떤 사람인지가 너무 훤히 보여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기 역량과 그릇이 얕으니 자꾸 자신의 작디작은 성과를 부풀려 말했고, 그걸 아는 나를 그도 아는 듯했다. 그러니 더욱이 마음에 들지 않았겠지.

그는 신입사원들도 해낼만한 것들을 자꾸 나에게 보여주며 칭찬을 갈구했다. 참다못해 나는 '아 그래 너 잘하고 있어!'라고 눈살을 찌푸리며 내뱉었고, 그가 미성숙한 발언들을 했을 때에는 대놓고 '네가 뭔데?'라고 한 적도 있다. 그의 작고 소중한 세계에 스크래치가 간 듯하였다.


대체 이 새끼가 어떻게 매니저로 입사한 거지 싶을 정도로 나는 그의 퍼포먼스를 본 적이 없다. 아무래도 우리 팀의 매니저이니 잘 지내는 게 좋겠지만 이미 글러먹었다.

노력을 하기는 했다. 다른 코워커와 함께 '우리는 Junior급이니 모를 때마다 너에게 물어볼게' 부터해서 이건 어떻게 해 저건 어떻게 해 아주 기 살려주기 프로젝트였다. 회사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 중에 가장 큰 건이었다고 확신한다. 시발 왜 이렇게 살아야 하지 자괴감이 왔던 회사생활을 꼽으라면 단연컨대 이 때다.

아몬드 크로와상과 커피로 오피스에서 아침을 먹던 날. 이 회사생활 때는 딱 저 아몬드 크로와상만 그립다.

이 사람은 인종과 여성에 대한 발언도 내뱉었고, 이를 문제 삼아 전투 모드로 들어가기에 그 당시는 코로나 때문에 괜찮은 일자리도 시장에 나와있지 않았고, 나의 비자도 불리했고, 그냥 최대한 조용히 가능한 날까지 회사를 다니고 싶었다. 사실 호주에서 여성이나 인종에 관한 비하 발언으로 문제가 생기면 그냥 경고로 그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그 사람은 아주 운이 좋았던 것이고, 지금쯤 다른 회사에서 문제가 생겼어도 생겼었지 않을까 싶다. 사상뿐만이 아니라 실력적인 면에서도.


그뿐만 아니라 그 회사에는 그에 버금가는 다른 존재도 있었다. 제품 업로드를 담당하는 여자였는데 굉장히 다혈질에 감정적이었다. 어느 날 그와 나는 점심시간에 둘이 남아 한판 부딪히게 되는데...


호주 데일리 라이프 & 비거니즘 콘텐츠 업로드: @genevieve_ji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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