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는 얼마나 잘해야 하나요? 효율적인 영어 공부법?
한국에 있을 때 영어는 얼마나 잘해야 해외 취업을 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해외에서 회사를 여러 군데 다녀보니 알겠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잘할수록 좋고, 기본적으로 프리토킹은 되어야 업무에 차질이 없다. 하지만 원어민 수준까지 요구를 하지는 않는다.
호주는 이민자들이 워낙 많고 인종차별에 민감하다. 회사에 특정 인종만 모여있으면 이상하게 보일 정도이니 나 혼자 '외국인' 일 것이라는 부담감은 갖지 않아도 된다.
학생 비자로 지내야 했던 기간이 있었는데, 남는 것이 없다고 하는 비즈니스나 경영 코스에는 마음이 가지 않았다. 영어에 항상 갈망이 있었기에 돈을 좀 더 내고서라도 영어를 더 배우고 싶었다. 그래서 캠브리지와 아이엘츠 코스를 신청했고 상급반으로 배정이 되었다. 코스가 끝나면 증명서에 레벨을 적어주는데, 상급반은 통상 Intermediate (B1)라고 적어준다. 그런데 선생님이 그 위 레벨인 Upper Intermediate도 건너뛰고 Advanced (C2)라고 이례적으로 적어주셔서 감사했다. 그 당시 호주에 온 지 1년 차였다.
여담이지만 캠브리지나 아이엘츠는 시험을 위한 자격증 공부이기 때문에 토킹을 배우지는 않는다. 나는 자격증도 필요가 없어 시험도 보지 않았지만 뭐라도 영어에 더 노출되고 싶었다.
호주에 몇십 년을 살아도 영어를 구사하는 데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을 수두룩하게 보았다. 처음에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살고 나니 알겠다. 그냥 그 나라에 산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제2 외국어 실력이 쭉쭉 올라가지 않는다는 걸. 무조건 '지속적인' 공부를 해야 한다. 한 번 올려놓고 안주하게 되면 실력도 함께 정체된다.
업무에 차질이 없는 프리토킹은 어느 정도일까?
기본적으로 일상 회화를 자연스럽게 구사하고 업무에 필요한 용어들이나 지식을 보여주고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면 된다. 사실 영어를 잘 구사하지 못하는 동료들도 꽤 보았다. 하지만 그들이 채용될 수 있었던 이유는 업무능력이었다. 회사는 언어를 구사하는 곳이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잘 처리해 내면 인정받는 곳이다. 그러니 언어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소통을 위한 효율적인 언어 공부
이 글의 주제가 '유학 없이'인 만큼, 나처럼 해외살이 경험이 없었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생각해 보았다. 사실 경험이 있고 어느 정도 실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해당되는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가고 싶은 나라의 억양과 악센트를 최대한 공부하고 가는 것이 유리하다. 모든 언어가 지역마다 억양과 말투가 다 다르기 때문에 애초부터 내가 살 지역의 말투를 중심으로 공부를 시작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호주로 가는데 미국영어만 공부한다면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호주와 영국의 영어는 유사한 점이 많으므로 영국영어도 도움이 된다. 참고로 나의 첫 스피킹 연습은 영국영어로 시작되었는데 발음 교정에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 미국이 아닌 영어권 나라에 간다면 미국영어에 익숙한 우리의 귀와 혀를 교정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스피킹 잘하는 법?
영어 공부도 다른 공부와 마찬가지로 심플하다. 문법 시험이 있으면 문법 공부를 하고 문제를 풀어야 하고, 읽기를 잘하고 싶으면 많이 읽어야 하듯이, 스피킹을 잘하고 싶으면 스피킹을 많이 하면 된다. 공부를 많이 하면 성적이 오르듯이 뭐든 노력이 들어가면 고스란히 나오게 되어 있다. 언어적 재능은 그 시간을 조금 단축시켜 주고 과정을 효율적으로 만들어주는 것뿐이다.
간혹 자신이 이과 성향을 많이 가지고 있어 언어 공부가 힘들다는 글도 보았다. 사실 언어를 제2 외국어로 배우는 우리에게는 언어 공부가 수학 공식을 대입해 문제를 푸는 것처럼 비슷하게 적용할 수 있다. 그 언어의 문법 체계나 구동사를 수학공식 외우듯 외우면 문장구조에 알맞게 끼워 나만의 문장이 머릿속에서 만들어져 말이 나간다. 문과든 이과든 언어를 잘 구사하는 데에는 큰 영향이 없다고 생각한다.
효과적인 공부 방법
효과적인 것은 사람마다 모두 다른데, 언어는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가 복합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니 이 네 가지를 고루 공부해 발달시키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지 않을까? 특히나 우리가 지금 필요한 공부는 시험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소통'을 위한 공부이기 때문이다.
01 읽기
읽기는 이미 한국에서 질리도록 했을 시기를 거친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실생활에서 쓰이는 문장들을 접하면 또 새로울 것이다. 정말 이 문장구조가 말이 된다고? 싶은 것들. 그러니 읽기도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 전반적인 언어 공부에 도움이 된다. 나는 독서를 좋아하는 것을 넘어 사랑한다. 모든 취미 중에 가장 좋아하는 취미이다. 아마 독서도 알게 모르게 영어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각자 좋아하는 분야의 책이 있을 텐데, 얇은 한 권을 골라 독서를 시작해 보자.
02 쓰기
다이어리를 영어로 쓰기가 한창 어릴 때 유행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 영어가 완전히 트인 후 돌아보니 영어 실력이 크게 늘 리가 없는 방법이다. 뭘 알아야 쓰는 게 있을 텐데 어린아이가 제2 외국어로 할 말이 어떻게 다양하겠는가. 언어의 네 가지 구성중에 쓰기는 가장 마지막 단계이다. 호주에 온 이후로 쭉 영어로 다이어리를 적고 메모하는 습관은 이미 내 생활이 되었지만, 우선적으로 둘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취업이라는 범위에서 본다면 비즈니스 라이팅은 학습해야 한다. 스스로 창피해지지 않기 위해 프로페셔널한 이메일을 어떻게 쓰는지는 공부하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03 듣기
어린아이가 언어를 어떻게 배워가는지를 생각해 보면 듣기가 가장 첫 번째로 많은 인풋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들려야 말할 수 있다. 나는 스피킹은 잘하는데 리스닝이 약해 초반에 회사에서 마음고생을 했던 기억이 있다. 원어민 동료가 '이 친구가 이 정도 말하니까 그냥 말하던 대로 하면 되겠구나' 하고 외국인 배려(?) 없이 말을 하면 완벽히 알아듣지 못했었다. 정말, 정말 정말 듣기 연습은 강조해도 지나치치 않는다. 많이 보고 들어야 실력이 늘고 귀가 트인다.
04 말하기
가장 잘하고 싶어 하는 말하기. 한국 사람들이 유독 발음에 신경을 많이 쓰는데, 사실 소통을 잘하기 위해서는 의미 전달을 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원어민들이 제2 외국어로 영어를 하는 사람들에게 영어를 잘한다는 평을 후하게 준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살다 보니 왜인지 알게 되었다. 길에서 유럽권 사람과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발음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의미전달이 잘 되어 '이 사람 영어 좀 하는구나' 생각이 나도 모르게 들었다. 그러니까 언어라는 건 정말 '소통'을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한다.
발음이나 문법에 지나치게 신경을 많이 쓰게 되면 말 자체가 입에서 잘 떨어지지 않는다. 유럽 친구들이 말이 빠르게 느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들은 발음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에서인지 특유의 악센트가 강하게 남아있는 경우가 많지만, 대체로 소극적 말하기를 하는 사람들보다 영어를 '잘' 한다.
발음이나 그 나라 악센트는 하다 보면 자연스레 따라온다. 지금도 회사에서 내가 호주에서 '태어난' 한국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 놀랐다. 내가 공부했던 것들이 헛수고는 아니었구나 하는 감사한 마음과 뿌듯함이 들었다. 이 감정을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언어에 재미를 느껴보았으면 좋겠다.
사실 언어공부부터 해외 취업까지 모든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부 담은 실용서를 전자책으로 작게 출판해 보려는 생각이 있다. 그래서 이 에피소드에는 해외 취업에 필요한 것 중 '돈과 언어'를 큰 줄기로 잡아 간단하게 풀어보았다.
다음 에피소드는 많은 사람들이 시도하고 관심을 가지는 워킹 홀리데이 비자에 관한 것이다. 나는 전문직에 속하는 그래픽 디자이너이므로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전문직 취업이 가능한지, 이력서나 포트폴리오에 관한 내용, 면접 썰까지 다양하게 풀어낼 예정이다. 내가 다른 사람들이 공유한 내용으로 도움을 받았듯이, 나의 경험담도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호주 데일리 라이프 & 비거니즘 콘텐츠 업로드: @genevieve_jiw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