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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nevieve Oct 19. 2023

호주 그래픽 디자이너, 회사 때려치고 반년 간 여행

다녀와서는 어떻게 됐게요?

올해 2월이 마지막 글이었다. 글은 계속 쓰고 싶었는데 쓸 것이 많아 오히려 쓰지 못했다.

마지막 글에 댓글을 보았는데, 기다리고 있는 분들이 계셔서 놀랍고 감동이었다. 사실 미루고 미루던 글을 쓰게 되는 데에 가장 큰 동기 부여가 되었다.


작년 10월쯤이었나, 내년(2023년) 2월 중순에 퇴사하고 최소 반년은 여행 다니며 푹 쉬고 마음껏 놀고 즐기자고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바로 한국행 편도 티켓을 끊었다. 물은 엎질러졌고 나의 퇴사 플랜은 무를 수 없게 되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는데 그냥 다 권태스러웠다. 여러 회사에서 어렵지 않게 하던 디자인 일들도, 평일에 퇴근하고 요리하고 유튜브를 보며 쉬고 주말에 친구들을 만나서 노는 것도. 그토록 바라던 안정이었다. 친구들이 요새 원하는 게 있느냐고 물으면 나는 항상 Stability라고 답했었다. 막상 삶이 안정화되니 싫증이 난 건가? 아닌데, 난 지금 이렇게 살고 있는 게 너무 감사하고 운이 억세게도 좋다고 느껴지는데. 이전 회사의 업무가 창의성보다는 홈페이지 관리와 데이터 쪽의 업무량이 많았어서인가, 이것저것 유츄를 해 보았지만 정확한 이유는 여전히 모르겠다. 그냥 놀고 싶었던 걸지도.


사실 고민하던 찰나에 마음 한편에서 불을 지폈던 것이 있었다. 친오빠가 내년에 (2023 올해) 프랑스로 워킹 홀리데이를 간다고 엄마로부터 전해 들었던 것. 엄마 마음 허전하겠네, 나 어차피 내년에 딱히 바쁠 것도 급한 것도 없는데 그럼 퇴사하고 내가 한국으로 가지 뭐.


그렇게 바로 한국행 편도 티켓을 끊었다. 언제 돌아올지는 미리 정하고 싶지 않았다. 내친김에 아예 푹 오래 쉬다가 오고 싶었다. 티켓을 끊으니 마음이 더 들떠 회사에서 매일 언제 2월이 오는지만 손꼽아 기다렸다.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가물가물한데, 1주인가 2주의 노티스를 주고 퇴사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었다. 회사 사람들과 따로 모여 Fairwell party도 하고 퇴사 다음 날에는 친구들과 내 생일파티 겸 퇴사 축하파티도 했다.

3차까지 갔던 전 직장 동료들과 파티...
 내 생일파티 겸 퇴사 축하파티

하우스파티를 자주 여는 프랑스 친구가 있는데, 다른 친구들도 불러 작은 파티를 했다. 마침 이 날이 내 퇴사 다음 날이자 내 생일 전날이어서 밤 12시에 생일을 좋은 친구들과 함께 맞이했다. 친구네 집에서 새벽 네다섯 시쯤인가에 잠들고 아침 7시 트레인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점심에 다른 친구와 생일 피크닉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 이렇게까지 놀 줄은 몰랐지. 이 친구와는 매년 연례행사처럼 생일마다 피크닉을 하는데, 이 날은 날씨도 너무 좋아서 따사로운 햇살 아래서 한 시간 정도 낮잠을 잤다.

케이크까지 모두 비건으로 준비해준 내 친구

퇴사하고 일주일 동안 시간을 맞추기 힘들었던 친구들도 만나고 쉬는데 시간이 그렇게 빠르게 스쳐 지나갈 수가 없었다. 퇴사 그다음 주, 호주 남쪽에 있는 퀸즐랜드(Queensland) 주의 골드코스트(Gold Coast)와 브리즈번(Brisbane)으로 10일 동안 국내 여행을 떠났다. 시드니로 돌아온 바로 다음 날에는 타즈매니아로 (Tasmania) 날아가 7일 동안 여행을 했다. 그리고 시드니 집에서 하루 쉬어준 뒤, 기다리던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여행 이야기는 차마 올리지 못할 재밌는 썰들도 많은데, 잘 간추리고 다듬어 여행지 추천과 함께 따로 천천히 써 보려고 한다.




여행을 하는 동안은 돌아와서 어떻게 할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호주에 오기 전 내 인생이 어떻게 될지 미리 겁먹고 걱정하지 않기로 했던 그때와 같았다. 왠지 모르게 자신감이 있었다. 그때는 막 대학교를 졸업한 학생이었고 정말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는데, 이번에는 그래도 근거가 조금 있다고 스스로를 북돋으며 자신감을 잃지 않기로 했다. 육 개월이 다 되었을 때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왔지만. 그래도 반년 간 신나게 놀고 푹 쉬어주니 정말 리프레시가 된 것만큼은 확실했다.


시드니 집에서 자리를 비웠지만 나의 짐들은 그대로였기에 집세를 매주 고스란히 내고 있었다. 그래서 여행을 다닐 때 숙박비가 두 배로 나가고 있었다. 휴직 기간이 더 이상 길어지면 내 이력서가 좋아 보이지 않을 것 같기도 해 이제는 다시 일을 구할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긴 여행과 휴식으로 몸도 마음도 확실하게 충전이 되었다. 자, 다시 구인구직에 뛰어들어 볼까. 나는 다시 어렵지 않게 원하는 분야로 성공적인 이직을 할 거야, 하고 되뇌었다. 나를 믿어주지 않으면 누가 나를 믿어줄까. 그러니 항상 그래왔듯 나를 믿어주자. 처음부터 시작하는 마음으로 다시 일 구하자. 나는 해외 취업요정이다!


호주 데일리 라이프 & 비거니즘 콘텐츠 업로드: @genevieve_ji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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