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고유한 움직임을 찾아서
'움직임'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몸을 움직여 표현하는 행위라 하면 '춤'을 떠올리기 쉬운데, '움직임'은 말 그대로 몸의 움직임을 통해 표현하는 행위다. 음악과 함께 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정해진 짜임은 춤과 마찬가지로 있지만, 조금 더 고유한 이미지나 감각, 생각을 표현하는 데에 중점이 있다. '움직임' 수업의 최종 목표는 나 자신의 고유한 움직임으로 나만의 무언가를 표현하는 것이다.
운동신경은 좋은 편이라 어릴 때부터 스포츠는 곧잘 했다. 습득도 빠르고 몸의 기능성도 우수한 편이다. 하지만 춤은 달랐다. 노력하면 안무를 외우고 따라할 수 있지만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움직임'은 운동보다는 춤과 더 유사하다고 생각되어 수업을 듣기 전부터 자신감이 없었다. 표현한다고 한들 과연 나의 움직임이 타인이 봤을 때 아름다울까, 다른 사람의 움직임과는 다른 큰 개성이 있을까, 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나의 고민은 기우였다. '움직임' 수업의 목표는 정말로 나 자신의 고유한 움직임을 찾아가는 여정이었기 때문이다. '고유하다'는 건 사람마다의 개성을 뜻하는데, 그 고유한 본인의 특성을 알고 잘 활용해서 움직임을 표현하는게 중요했다. 사람들이 규정하는 아름다움의 기준으로 내 고유한 움직임을 제약할 순 없다. 그저 내가 잘 할 수 있고, 내가 잘 느끼고, 내가 표현하고 싶은 주제를 선정해서 움직이면 되었다. '움직임' 수업은 자유로이 나의 움직임을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녹화를 하지 않아서 객관적으로 볼 수는없지만 나의 움직임은 대개 큰 움직임으로 구성되었고, 어떤 규율이 있기보다도 수많은 충동이 이는 움직임이었고, 여러 신체 부위를 다각적이고 동시적으로 활용하는 움직임이었다. 섬세하게 국소 신체 부위에 집중을 하기 보다도 떠오르는 어떤 이미지나 느낌, 내 안의 이야기들을 즉흥적으로 큰 흐름을 통해 표현되었다. (라고 선생님께서 피드백 해 주셨다.)
일부 부위만 움직여야 한다던지, 어떤 조건을 걸어두고 움직여야 한다던지 하는 주문이 있을 경우에 나의 몸은 삐걱거렸다. 움직임이 자연스럽지 않고 무언가를 크게 의식해서 자유롭게 표현되지 못 하는 경향이 있었다.
특히 재미있었던 수업은 특정 단어들을 제시하고 그 단어들을 표현하는 과제를 부여받았던 OT였는데, 준비시간 5분에서 4분 30초까지도 어떻게 할 지 몰라 정한 바가 없었다. 그런데 마지막 30초의 준비 시간 동안에 단어들의 흐름을 정하여 나만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이야기를 생각하며 움직임을 발표했고, 어렵지 않게 전달하려 했더니 움직임의 시작과 끝지점이 명확하진 않았어도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표현되었던 것 같았다.
또, 내 안에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나를 둘러싼 정육면체의 공간을 캔버스로 삼아 특정 신체부위로 그려보는 움직임 수업이 있었다. 내 안에 흐르는 수많은 이미지들이 결국에는 나의 기억과 이야기들로 연결되었고, 그것들을 표현하다보니 감정과 감각이 살아났다. 내 마음대로 표현하는 이 시공간 속에서 나는 비로소 자유로웠다.
움직임 수업의 끝에, 나는 과연 어떤 나만의 이야기를 표현하며 완성하게 될까. 10월에 나만의 작품이 나오는 게 목표인데, 여전히 나는 찾는 중이다. 새로운 나를, 또는 알고 있었던 나를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시간들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