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영상 녹화 작업 (1)
오디션을 보기에 앞서 지원서를 내밀어보려면 필요한 것이 독백 연기 영상이다. 우선은 시나리오보다도 희곡 작품 중에 괜찮은 역할과 대사를 골라보려고 최대한 많은 희곡들을 읽어보고 있는 중이다. 소설 중에서 좋은 작품이 많아서 희곡으로 만들어진 게 있다면 해 보고 싶은데, 그 부분이 좀 아쉬운 상황이다.
교보문고의 예술 코너에 있는 희곡 섹션 앞에 서서 한참을 훑어봤다. 일단은 끌리는 대로(?) 느낌대로 손을 뻗어보았다.
표지에 적힌 이야기 요약을 읽고 주제의식이 마음에 들면 책장을 빠르게 넘기면서 눈에 들어오는 단어들을 살폈다. 갈등의 클라이막스와 캐릭터의 변화된 행동이 드러나는 장면은 주로 뒷 쪽 막에 있다. 희곡 작품에서 핵심이 되는 대사를 빠른 시간 내 알아내려 했다.
그렇게 발견된 내가 요즘 흥미 있어 하는 주제는 첫 번째로는 '여성 해방', 그리고 두 번째로는 '죽음'이었다.
하지만 흥미 있는 작품을 골랐다 한들 잘 표현해 내고 훌륭한 연기를 하는 건 다른 문제다.
번역투와 역할이 아직 친숙하지 않아, 오래 전부터 좋아했던 작품을 읽어보기로 했다.
체호프의 희극 단편선들을 펼쳤다. 예나 지금이나 인간 삶의 아이러니한 갈등의 양상은 변하지 않는다. 여전히 현시대에 유효한 의미를 전달하면서도 재미있는 희곡을 읽으면서 어떻게 하면 이 아이러니한 상황을 최대한 유쾌하고 비웃을 수 있도록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었다.
최근 들어 드는 생각은 삶에서 '위트'가 핵심 요소라는 것이다. 삶은 어차피 인내와 고통이 뒤따르는 것이라면, 상황에 매몰되지 않고 다른 시각에서 상황의 아이러니함을 꼬집고 비꼬아 일으켜세울 수 있는 위트가 삶의 동력이 된다. 슬픔과 분노의 감정이 공감을 하는 감정 중에 가장 어렵고 중요한 것이라 생각했던 과거에 반해, 위트가 주는 애달픔과 힘이 요즘 세상에는 더 많이 필요해 졌다고 느낀다.
삶의 진리는 오랜 시간이 걸려 깨닫는 것이지만 대중들이 원하는 건 어쨌든 쉽고 재미있는 콘텐츠다. 삭막하고 각박한 세상살이에 물리적이든 심리적으로든 바쁜 와중에 다른 어떤 것에 깊게 그리고 다크하게 관여하고 싶어하지 않는게 현실이다. 위트를 통해 깊이를 전달하는 것, 그걸 체득하고 싶다.
그런 위트를 습득하는 데에 있어서 체호프의 작품들이 매우 중요하게 생각되었다. 10년도 더 된 세월 전에도 이 단편선을 카페에서 펼치고서 깔깔대던 추억이 떠오른다.
자, 이제 어느 정도의 작품을 골랐으니 작품과 인물을 분석하고 연습을 해 봐야 한다.
여성해방, 죽음, 체호프의 희극.
어떤 게 내 마음에 쏙 들어올지, 연습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