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누비 Jun 29. 2023

2023년의 절반, 그동안의 변화


1. 목소리가 변했다.


작년 12월부터 연기 훈련을 받은 뒤로 3개월 차부터 듣던 말이다.

수업에서 훈련으로 시작하는 행위는 호흡인데, 내가 존재하는 공간의 모든 에너지를 내 몸과 영혼 깊숙이 흡수하고 소리로 내뱉는다.

호흡기를 통한 깊은 들숨과 날숨이 필연적이다. 주변의 에너지를 받아들이고 나만의 에너지를 생성해 내뱉으면서 주변과 교류하는 훈련, 

흔히들 말하는 단전까지 공기를 들이마시고 소리를 단전에서부터 끌어올려 내뱉는 행위다.

나만이 낼 수 있는 특별하고 깊은 소리와 울림을 만들어내는 훈련을 한 지 반년이 지났다.

아마도 타인이 듣기에 좋은 소리가 되었나보다.



2. 나 자신을 좀 더 믿게 되었다.


연기를 하고 싶다는 나의 의지, 그리고 할 수 있다는 믿음. 

무엇보다도 꿈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

그 어느 누가 나를 오해하고, 멋대로 판단하고, 의지를 꺾으려 하더라도 

내가 가진 진실된 마음과 헛되지 않은 생각과 행동.

그 어떤 외부 압력과 압박에도 굳건히 하고자 하는 힘이 생겼다.


사람들은 쉽게 한 쪽 입장에 휘둘리고, 자신이 고집하는 그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편협해 지기도 한다.

그로 인해 드러나는 행동들이 있는데, 꽤나 공격적으로 다가온다.

나에게 관심을 가지거나 질문을 하여 알려는 노력이나 의지는 없다.

그저 자기 자신의 입장과 상황에서 이해하고, 빠르게 판단하고, 타인을 라벨링 짓는 행위.

나약해서 악해지는 것이 인간이라 생각한다.

그 행위가 얼마나 악한 것인지도 인지하지 못 하겠지.


거칠게 다가오는 어떤 자극들 속에서

결국 내가 지켜내야 하는 건 내 삶이고 나의 진실된 마음과 의지다.

그리고 모든 경험은 캐릭터와 삶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리라 믿고 있어,

상처 받고 꽤나 흔들리지만서도 나아가고자 한다.



3. 독백 연기를 하는 데에 예전보다 덜 긴장한다.


사람들 앞에 서서 눈물을 보이는 것이 힘들었었다.

실제로 연기하는 데 기초반 3개월동안 감정이 터져나오지 않아서 애를 먹었다. 연기할 때 알아챈다. 무언가 내 감정 표현을 가로 막고 있는 차단기가 있는 느낌, 이성이 감정을 엄청나게 제어하고 있었다.

사람들 앞에서는 눈물을 참는 것이 당연했고, 특히 회사원 9년 동안 누군가 앞에서 절대로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혼자서 독백 연습을 하면 몰입이 잘 되어서 감정 표현이 잘 되었지만,

사람들 앞에서 연기 발표를 할 때면 감정 차단기가 발동을 했다. 눈물이 흐르지 않았다.


최근에는 연기 훈련을 진행하면 시작하자마자 몰입해서 감정을 터뜨릴 수 있게 되었다.

이 말이 연기 발표에서 감정을 잘 표현하게 되었다는 건 아니고, 여전히 누군가 앞에서 눈물을 보여 약점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감정 차단기가 발동한다. 

하지만 간간이 성공하기도 한다. (ㅎㅎ) 

조금 더 외부와 내부의 에너지 교류가 자연스러워진다면 좀 더 자유롭게 눈물도 보이고, 미치광이 웃음도 보이고 할 수 있겠지.



-


하면 할수록 어렵다.

연기하는 배우의 삶을 매일같이 진지하게 고찰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직장인으로 배우에의 삶을 지향하며 나아간다는 게, 참 부족하게 생각이 되어 부끄럽다.


그래도 어쩌겠어,

놓지 못 하겠는 걸. 그럼 하는 거지.



2023년의 나머지 절반, 초심을 되새기되 초심과 다르게 좀 더 심도 있는 마음가짐을 가지길.




이전 13화 <인피니트 에이크>를 보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