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인정에 목마른 청춘들의 진짜 행복에 대한 이야기
서울연극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된 ‘버건디 무키 채널 오프닝 멘트’는 46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을 둘러싼 청춘들의 이야기다.
인기 유튜브 채널을 키우는 길만이 전부인 양 여기는 세상에서 어떻게 유튜브 신봉 세상을 깨부수고 바깥으로 새로운 행복을 찾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버건디 무키’라는 채널은 메인 유튜버 재희, 총괄 기획 운영 담당 주원, 서브 유튜버 슈랭과 빅쿤이 소속되어 있다. 그리고 초창기 채널 개설 멤버인 재희의 친구 윤영과 혜정이 있다. 윤영은 채널 초기와 다르게 가식적으로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운영 방식에 대립하고, 그로 인해 ‘카메라 밖과 안의 경계가 헷갈린다’고 말하는 재희의 행복을 걱정한다. 혜정은 채널 초기에 재희, 윤영과 라이브 방송을 하다가 이른바 벗방을 시도하여 주원으로부터 팽 당한 인물이다.
각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아픔과 꿈을 가지고 있고,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고충과 가치관 대립은 모두 다르지만 입장이 이해가 된다.
좋아요 한 번, 구독자 수 한 명, 언니처럼 되고 싶다는 댓글 하나.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일부 편집해서 내보이는 유튜브 콘텐츠와 실제 모습에는 간극이 꽤나 크다. 그 간극을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 한 채, 선망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자신이 실제로 그러한 존재인 것처럼 착각하게 되면서 유튜브 세상이 자신의 전부가 되어간다. 실제로 퇴출당한 혜정은 버건디 무키 채널의 멤버로 다시 복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데, 이렇게 말한다. “좋아요 한 번, 예뻐요 한 마디에 내가 진짜 최고가 된 것 같아. 사랑 받는 거 같았어. 나 정말로 사랑 받고 싶어.”
온라인에서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얻은 인기 덕에 광고 협찬이 들어온다. 광고주로부터 돈을 받기 위해서, 구독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카메라 앞에 서는 재희는 자신의 행복이 중심이 아닌, 광고주와 구독자 중심으로 삶을 살게 된다. 자신의 집은 스튜디오로 꾸며지게 되고, 이로써 집조차도 자신의 진짜 삶과 광고주, 구독자와 연결된 삶의 경계가 흐려진다. 카메라를 매순간 들고 다니며 촬영을 하게 되자 결국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을 살게 된다. 친구 윤영은 재희에게 카메라를 끄고 어떤 시선도 신경쓰지 않고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자고 계속해서 설득을 한다.
브랜드 광고가 들어와 택배 상자가 즐비하게 쌓여 있고, 수많은 구독자들이 입을 모아 언니의 선한 영향력에 닮고 싶다고 칭송한다. 화려해 보이는 인기 유튜버의 삶을 잃고 싶지 않아, 주원은 재희에게 이전에 알바하면서 살던 힘들었던 때를 떠올려 보라 한다. 사실은 재희보다도 주원이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하는 것이다. 9급 공무원을 준비하다 실패한 3년은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았지만,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늘어가는 구독자 수는 46만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상 하나를 업로드할 때마다 좋아요, 예뻐요, 반응이 오는 유튜브 세상에서는 즉각적으로 결과물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어떤 특정한 것이 전부 인양 맹목적으로 신봉이 되는 세상에 있으면 갇히게 된다. 하지만 그건 전부가 아니다. 그 바깥에 다른 세상도 있고, 여러 가지 세상과 가치관들이 있기 때문에 속해 있는 세상도 의미있을 수 있다.
버건디 무키 채널의 오프닝 멘트처럼 “행복을 나눠”줄 수 있는 각자의 바깥 세상에서도 행복을 찾아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