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의 그늘, 현실의 딜레마

by 김영재

"우리가 기억하는 과거는 현재의 척도가 될 수 있을까? 2025년의 대한민국 정치판을 덮고 있는 묘한 기류 속에서, 낡은 기억의 그림자는 새로운 현실의 딜레마를 낳고 있다."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의 숭고한 기억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 깊은 울림을 남기고 있다. 당시 억압에 맞서 자유를 외쳤던 시민들의 용기는 현재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정신적 토대가 된다. 그러나 동시에, 권위주의 시대의 경제 성장에 대한 향수는 일부에게 강력한 정치적 신념으로 작용하며 현재의 정치적 판단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처럼 상반된 과거의 기억들은 때로는 현재의 정치적 갈등을 점화시키는 불씨가 되고, 진영논리와 이념대립으로 이어지며 특정 시대에 대한 집단적 향수는 개인의 정치적 성향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연구 결과는 이를 뒷받침한다.


최근 발생했던 계엄 시도에 대한 국민적 저항은 80년대의 아픈 기억이 현재 사회에 드리운 그림자를 여실히 보여준다. 당시 ‘계엄’이라는 단어가 국민들에게 각인시킨 공포와 억압의 기억은, 2025년의 위기 상황에서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시민적 연대의식을 불러일으켰다.


25년 4월 4일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사건 판결문 역시, 과거의 비극적인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저항과 일부 군인의 소극적인 태도가 계엄 시도 좌절의 중요한 요인이었음을 시사한다. 이처럼 과거의 집단적 기억은 현재의 부당한 권력 행사에 대한 강력한 사회적 제동 장치로 작동한다.


다가오는 6월 3일 대선 또한 과거의 향수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특정 지도자에 대한 긍정적 기억은 지지층의 결집을 강화시키는 동력이 될 것이며, 과거 정권의 실패에 대한 부정적 기억은 반대 세력의 연대를 공고히 하는 기제가 될 것이다. 유권자들은 무의식적으로 과거의 경험을 현재의 선택에 투영하며, 이는 때로는 합리적인 판단을 흐리게 하고 낡은 이념의 틀에 갇히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단순히 과거의 재현이 아닌, 미래를 향한 새로운 향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유권자들이 과거의 교훈을 바탕으로 미래 사회의 비전을 제시하는 지도자를 선택한다면, 이번 선거는 새로운 정치적 유산으로 기록될 것이다.


과거의 기억은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자 미래를 예측하는 징표가 될 수 있다. 흔히들 '역사'가 그렇다고 한다.그러나 맹목적이고 집단쏠림의 향수는 현재의 발전을 저해하는 족쇄가 될 수 있으며, 과거의 영광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변화하는 시대에 대한 적응력을 저하시킨다.


하지만, 과거와 역사는 나의 정치적 이념과 성향에서 참고자료일뿐 정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 지혜롭게 해석하고 현실에 맞게 적용해야한다. 혈연, 지연, 학연 등에 얽메여 타인의 생각과 성향에 편승하지 않고 스스로만의 정치관념, 이념을 바로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참정권이 올바른 참정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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