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감이 주는 것
오랜 시간 준비했던 다큐멘터리가 방송을 탔다. 베트남에서의 봉사 기록,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마지막을 장식할 인터뷰까지. 모든 장면이 의미 있었고, 특히 마지막 인터뷰는 감동적인 하이라이트였다. 하지만 방송이 나가는 순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마지막 인터뷰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함께 모니터링하던 가족들도 나를 걱정했다. “네가 편집을 했는데, 괜찮겠어?” 혹시 내가 실수한 걸까? 혹시 이로 인해 문제가 커지는 건 아닐까?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급히 본사에 보냈던 원본 파일을 확인했다. 다행히 내가 보낸 영상에는 문제가 없었다. 본사에서도 원인을 찾지 못했다. 방송 송출 과정에서의 오류였던 것이다. 내 잘못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상했다.
왜 나는 가장 먼저 ‘내가 실수한 걸까?’라고 생각했을까?
아마도 책임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완성하기까지 들인 시간과 노력, 그리고 그 결과물을 책임져야 한다는 무게. 하지만 돌이켜보면, 나만의 책임이 아닌 일에도 먼저 내 탓을 하는 습관이 있었던 것 같다.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질수록, 오히려 실수에 대한 불안이 더 앞서는 걸까?
그렇지만 이번 일을 통해 한 가지를 깨달았다.
‘내 탓’이라고 생각하는 건, 결국 내가 그만큼 애정을 쏟았다는 증거라는 것.
어떤 일이든 가볍게 넘기지 않고, 스스로 책임을 느끼는 태도는 나의 강점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그 무게를 부정적으로만 받아들이지 않는 것 아닐까?
완벽한 방송이 아니었다는 아쉬움은 남지만, 그 과정에서 나는 또 한 번 배웠다. 앞으로도 나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다만, 모든 걸 내 탓으로 돌리는 대신, 문제를 정확히 바라보며 성장해 나가는 방향으로. 그리고 다시 카메라를 들고, 더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