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에도 클리셰가 있다면

by 김영재

클리셰(Cliché)


영화나 소설을 보다 보면,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들이 반복된다. 위기에 처한 주인공이 마지막 순간에 극적으로 구해지고, 예상했던 반전이 어김없이 찾아온다. 우린 이런 장면을 보며 “너무 뻔하다”고 말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익숙함이 주는 안정감이 있다.


사실, 이런 클리셰는 단지 픽션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현실 속에서도 우리는 수많은 클리셰와 마주한다.


예를 들어, 체스 대회에서 상대가 어린아이라면 긴장해야 한다. "꼬마아이가 상대로 나오면 큰일 났다"라는 말이 있다. 어리다고 얕봤다가는 프로도 패배를 면치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스포츠에서 경기를 앞둔 선수가 "이번엔 그냥 즐기겠다"라고 인터뷰하면, 그 선수는 유독 좋은 성적을 내곤 한다. 그리고 회식 자리에서 "한 잔만 하고 가겠다"라는 사람은 어김없이 마지막까지 남아 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 인생에도 클리셰가 있다.


어릴 때는 "하고 싶은 일을 찾아야 해."라고 배우지만, 정작 어른이 되면 "안정적인 게 최고야."라는 말이 더 현실적으로 들린다. 학창 시절에는 "시험 성적이 전부가 아니야."라고 하지만, 성적이 인생을 결정하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 "열심히 하면 보상받는다."는 말도 있지만, 때로는 열심히 해도 변하는 게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우리는 이런 클리셰를 믿으며 자라고, 또 그것이 깨지는 순간마다 혼란을 겪는다. 마치 예상했던 반전이 실제로 일어났을 때처럼.


하지만 클리셰가 전부 나쁜 것만은 아니다. 우리가 클리셰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것이 익숙해서가 아니라, 그 안에 보편적인 진실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릴 적 들었던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질 거야."라는 말이, 그때는 공허하게 들렸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서야 이해되는 것처럼.


결국, 인생의 클리셰는 뻔해서 지루한 게 아니라, 뻔하지만 그래서 더 중요한 것들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예상 가능한 이야기 속에서 때로는 위로를 받고, 때로는 반전을 만들어 가면서 살아간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모든 순간도 언젠가는 누군가의 인생에서 다시 반복될 클리셰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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