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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niusduck May 09. 2019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라멘

코쿠이치방 라멘 미도리야 (こく一番ラーメンみどりや)

모이와야마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로 가기 위해 운영하는 무료 셔틀버스역 근처에 굉장히 수수하고 눈에 잘 안 띄는 모습의 라멘가게가 하나 있다. 워낙 한적한 곳이기도 했고 뭔가를 먹으러 사람들이 일부러 찾는 장소가 아니기 때문에 나도 그 근처에는 별로 발걸음을 하지 않았었다. 삿포로에 온 뒤로 일 년 가까이나 지난 다음 모이와야마에 가려고 로프웨이 이리구치라는 전차역에 내렸을 때, 출출한 느낌에 주변을 휘 휘 둘러보다가 후미진 길가에서 코쿠이치방 라멘 미도리야라는 간판을 발견했다.


나는 참, 혼자서 싸돌아 다니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그 사실을 굉장히 늦게 깨달았다. 아는 사람 하나도 없는 낯선 외국 땅에 덜렁 혼자 왔으니, 당연하게도 처음엔 반 강제적으로 혼자 돌아다니기 시작했었다. 등하교를 하고, 물건을 사고, 장을 보고, 밥을 먹는 일은 혼자여도 해야 하는 일이니까 정기적으로 반복되었는데 나중에는 카페에 가서 차를 마시고, 공원을 산책하고, 새로운 골목길을 찾아다니는 일을 하며 나도 모르게 즐거워하고 있었다.


어딘가 목적 없이 낯선 장소를 찾아다니는 일이 즐거워진 후로는 그 길 위에서 만나는 새로운 음식점도 재미의 한 편을 차지하게 되었다. 인터넷을 도배하는 유명한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도 물론 즐겁지만 후미진 동네에 숨어있는 주민들의 맛집을 만나는 즐거움에 비할바는 아니다.

그런데 나 같은 외국인에게 주민들의 맛집이란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라올 수밖에 없었다. 사진 한 장 없이 한자로만 표기되어있는 메뉴판을 보며 주문을 해야 한다던가, 뭔가 중요한 걸 설명해주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다던가..

돈을 쓰는 사람이 왕이니 어찌어찌 음식을 먹을 순 있었지만 사실 일본어를 어느 정도 알아듣게 된 후에야 그것은 비로소 즐거움이 되었다.

다섯 시. 가볍게 라멘 한 그릇이나 후루룩 먹을까 하고 점심도 저녁도 아닌 애매한 시간에 미도리야의 문을 별생각 없이 열고 들어갔다. 그런데 놀랍게도 가게 안은 꽉 찬걸로도 모자라 많은 사람들이 대기중이었다. 더욱 놀라운 건 수프가 떨어져서 영업 종료라는 멘트가 내게 날아들었다는 것. 무려 오후 다섯시에. 오픈된 주방에서 바쁘게 손을 놀리던 아저씨가 미안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정말 미안하니 다음에 꼭 다시 와달라고 당부를 하셨다.


결국 나는 점심시간에 맞추어 일부러 그 집을 다시 방문하고야 말았다. 가게는 여전히 붐비고 있었다. 30분을 기다렸다가 차슈라멘을 달라고 했는데 아저씨는 당황한 듯 그냥 미소라멘에도 차슈가 들어가니 그걸로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한다. 의아했지만 그러기로 했고 조금 뒤에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덩치 좋은 아저씨가 주문한 차슈라멘을 오픈 주방에서 만드는 장면을 목격했는데, 라멘이 가득 담긴 큰 접시를 둘러둘러 2단으로 차슈를 쌓고 있었다. 범상치 않은 크기의 그릇에 담긴 라멘과 볶음밥들을 먹고 있는 사람들이 그제야 눈에 들었다. 굉장한 광경이었다.

국물은 가게 이름처럼 엄청 진한 맛이었다. 삿포로 라멘의 특징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깜짝 놀랄 만큼 짠맛이 느껴지는 육수를 주민들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사실 짠 음식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이곳의 라멘은 추천하지 않는다. 게다가 양도 너무 많아 난 아무리 노력해도 1/3 이상 먹을 수가 없었다. 옆사람이 먹고 있는 프라이 정식이 적당해 보인다 생각했지만 그 정식에도 라멘 한 그릇이 딸려 나왔다. 대식가 마을에 들어선 기분이 이럴까.

관광객에게 맞추어진 화려한 라멘들이 아닌 삿포로의 주민들에게 녹아든 진짜 서민식 삿포로 라멘을 원한다면 이곳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해 보인다.



주소  札幌市中央区南18条西15丁目2-13

오픈  월-토 11:00~16:30

휴무  부정기 휴일

가격  미소라멘, 쇼유라멘, 시오라멘 700엔 동일. 차슈라멘 900엔, 볶음밥 850엔

홈피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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