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데이케어 Senior Daycare

어느 '어르신'의 독백-9

by 주호석

성당에서 개설한 '시니어 아카데미' 가을학기에 아내와 함께 등록했다. 65세 이상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운동 악기연주 노래 등 다양한 과정을 개설하고 외부 강사를 초빙하여 주 1회씩 8주 동안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수강료는 1인당 50달러이고 오전에 1과목, 오후에 2과목을 수강할 수 있다. 1교시가 끝나면 점심시간인데 성당에서 식사를 무료 제공한다. 시니어들에게 여가교육도 시키고 점심까지 제공하는 과정이라서 '시니어 데이케어 프로그램'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어린아이들 돌봄 센터 같은 것을 빗댄 말이다.


아내와 나는 지난 봄학기 때 신청하려 했는데 조기에 마감되는 바람에 등록을 못하고 이번에 처음 참여하게 됐다. 나는 1교시에 국선도, 2교시에 우쿨렐레 3교시에 생활체조과목을 신청했다. 아내는 1교시는 나와 같이 국선도, 2교시는 장구, 3교시는 한국무용을 수강한다. 아내는 성당 '대건 문화센터'에서 개설하는 별도 교양 프로그램에 지난 학기 때부터 이미 참여하여 라인댄스 등을 수강한 바 있다. 대건 문화센터는 나이, 신도여부 등에 관계없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취미활동을 위한 다양한 분야의 과목을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오랜만에 학생이 된 기분으로 아내하고 성당 교육관건물에 있는 국선도강의실로 들어갔다. 제법 넓은 강의실인데 수강생들로 만원이었다. 가운데 강사자리를 중심으로 빙둘러서 요가매트를 깔고 자리를 잡은 수강생이 거의 30여 명은 되어 보였다. 그중에 남자는 서너 명에 불과했고 여자수강생들이 대다수였다. 시니어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대부분 흰머리에 주름진 얼굴을 한 노인들이었다.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그동안 살아온 날들보다 짧을 수밖에 없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시간이었다. 내 자리 가까이에 있는 한 할머니는 나이 팔십이 넘었다고 했다. 나이는 알 수 없지만 인자하게 생긴 여자분 강사도 머리가 반백인 것으로 미루어 시니어 연령대인 것 같았다.


강의는 앉아서 몸을 비틀거나 팔을 두드려 마사지를 하는 등의 여러 가지 동작을 강사가 시범을 보이고 수강생들이 따라 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개중에는 익숙한 동작으로 능숙하게 몸을 움직이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수강생들이 뻣뻣하게 굳은 몸을 억지로 폈다 오므렸다를 반복하며 힘들어하는 표정들이었다. 그런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가르치는 강사는 동작을 바꿀 때마다 무리하지 말고 가능한 정도까지만 몸을 움직이라고 권했다. 젊은 나이의 수강생 들이었으면 힘들어도 최대한 몸을 많이 움직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몸이 굳을 대로 굳어있는 상태라 매 동작마다 근육이나 관절이 아파오고 힘이 들었지만 동작이 끝날 때마다 시원하다는 느낌이 들고 기분도 좋았다.


1교시가 끝나고 점심시간이 됐다. 식당에 들어서니 자리마다 식사준비가 되어있었다. 줄을 서서 큰 접시에 밥과 잡채 김치 등 반찬이 놓여있는 식판을 하나씩 받았다. 테이블에는 큰 국그릇이 하나씩 놓여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담백한 맛의 북엇국이었다. 특히 그날 성당에서 먹은 북엇국은 지금까지 밴쿠버에서 먹어보지 못한 훌륭한 맛이었다. 아내한테 '맛있는 북엇국 먹은 것만으로도 프로그램 참여한 보람이 있다'고 했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2교시 우쿨렐레 강의실로 옮겨갔다. 우쿨렐레반은 수강생이 다섯 명에 불과했다. 역시 나이 많은 노인들이었다. 우쿨렐레는 2교시에 마땅히 수강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없어서 선택했는데 한 시간 강의를 들어보니 별로 흥미를 느낄 수가 없었다. 더 이상 수강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3교시 생활체조반으로 옮겨갔다. 그리 넓지 않은 강의실에 수강생이 가득 차 있었다. 자리가 부족해 참가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선채로 수강했다. 예상보다 많은 수강생이 참여하게 되어 다음 주부터 큰 강의실로 옮길 예정이라고 했다. 프로그램 명칭이 생활체조라 하여 주로 몸을 움직이는 체조 프로그램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한 시간 동안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보를 터트리는 시간이었다. 입담 좋은 여자분 강사가 박자에 맞춰 스텝밟기 등의 가벼운 동작을 가르쳐주고 그 동작을 반복하도록 하는데 대부분의 참가자가 실수를 연발하고 그럴 때마다 강사가 코미디 하듯 웃게 만들고는 했다.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참가자들의 박장대소가 이어지는 그런 프로그램이었다.


강의를 마무리하면서 강사가 한마디 했다. '오늘 생활체조 강의가 여러분들의 치매를 예방하거나 치매 발병을 적어도 2,3년은 늦춰줄 겁니다'라고. 한 시간 동안 실컷 웃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니 치매예방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는 말이었다. 그 말을 듣는 참가자들의 얼굴엔 강사의 마지막 멘트에 전적으로 동감한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노인이라면 누구 할 것 없이 치매만큼은 안 걸리고 싶어 하기 때문일 게다. 그리고 나 역시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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