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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 자히르 Sep 05. 2022

딱 1년만, 하고 싶은 거 다 해

폴란드에서 한국으로 돌아왔던 그날, 나는 완전히 새로운 삶을 살고 싶었다. 


어차피 회사도 그만두었고, 딱 1년만 하고 싶은 것 다 해보자고 생각했다. 그동안 바빠서 미뤄두었던 일들, 하고 싶었던 일들 모두 도전해보자고 결심했다. 내 노트북 즐겨찾기 폴더에는 '두 번째 삶'이라는 이름의 폴더가 20대부터 있었다. '언젠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담아놓는 폴더였다. 블로그 하기, 책 쓰기, 강연해보기, 가고 싶은 여행지, 원데이 클래스 등 아무런 기약 없이 유예해왔던 나의 소중한 진짜 꿈들. 

 

지금 생각해보면 '언젠가'라는 말은 얼마나 무책임한 단어인가.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말을 애써 괜찮게 포장하고, 미루고 싶은 변명을 합리화하는 단어가 아닐까. 사람은 진짜 중요한 일이 닥치면 모든 것을 제치고 하게 된다. 완벽주의자였던 나는 모두 완벽한 환경이 아니면 시작조차 안 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늘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는 일들도 많았다. 이제는 알고 있다. 완벽한 때는 절대 오지 않는다는 것을. 특히 시간적 제약이 있는 엄마의 삶에선 지금이 아니면 안 되는 일들이 훨씬 많다는 것을. 'Now or Never' 지금 당장 행동하도록 만드는 이 마법 같은 문구를 나는 늘 마음에 새기고 산다. 


24개월 아이가 어린이집 가있는 동안 할 수 있는 것부터 조금씩 실행하기 시작했다. 읽고 싶었던 책 마음껏 읽기, 따스한 햇살 받으며 여유롭게 커피 마시기, 좋아하는 작가 북 토크 가기, 스마트 스토어 강의 듣기, 자격증 따기 등 하고 싶었던 일들을 차근차근 도전하기 시작했다. 미니멀 라이프에 빠져 매일 하나씩 버리기 챌린지도 해 보고, 온라인에서 물건도 팔아보고, 고등학생 대상으로 면접과 이미지 컨설팅 강의도 해 보았다. 그러다 보니 나를 자세히 알고 싶어 강점 코칭, MBTI, 심지어 1인 기업 컨설팅까지 받게 보았다. 


회사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았기에 내가 원하는 것을 더 절실히 찾고 싶었을지 모른다. 사실 내 인생에서 내가 주인공인 것은 당연한 일인데, 왜 남의 눈치를 보며 살았을까. 엄마로서의 나, 아내로서의 나, 직장인으로서의 나,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나. 수많은 역할 중에서 왜 유독 '직장인'에 가장 포커스를 맞추고 살아왔던 걸까. 퇴사한 후 정체성을 잃은 듯 방황했던 지난날이 스쳐 지나갔다. 바쁘다는 핑계로 진짜 중요한 것, 진짜 원하는 것을 생각할 여유조차 주지 않았던 나에게 미안했다. 뒤처질까 두려워 빨리 달리기만 했던 나, 경쟁과 성공을 부추기는 사회, 상대와 나를 비교하게 만드는 SNS. 모두 잊고 진짜 나를 찾고 싶었다.


우리는 다들 아이들, 배우자, 일에 희생하는 데 너무 익숙했다. 
내가 삶의 균형을 잡아보려고 애쓴 시간을 통해서 깨달은 바는, 
우리가 이따금 한 번씩 그 우선순위를 뒤집어 자신만 챙겨도 괜찮다는 것이었다.
 
We were all so used to sacrificing for our kids, our spouses, and our work. I had learned through my years of trying to find balance in my life that it was okay to flip those priorities and care only for ourselves once in a while.  

- Becoming by Michelle Obama -

미셸 오바마 < 비커밍 >


미셸 오바마는 책 <비커밍>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 삶의 우선순위에서 '나'를 맨 앞에 두어도 괜찮다고, 죄책감 가질 필요 없다고 우리를 위로한다. 많은 여자들이 엄마가 된 후, 자기 자신이 사라지는 경험을 한다. 아이를 위해 온 하루를 보내면 하루 끝에 공허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커리어에 공백이 생길까 봐, 아이에게 문제가 생길까 봐, 이렇게 살다 간 영원히 희생만 하며 살아갈까 봐 늘 걱정이 앞선다. 그래서 변화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나를 위해 따뜻한 차 한잔을 대접하고, 나 자신을 위해 선물을 사며,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위해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언젠가' 말고 '지금 당장', '아이' 말고 '나'를 우선시하며, 딱 1년만 내가 하고픈 것들을 하나씩 해 보자. 그럼 나는 누구인지, 진짜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알 수 있다.  


그렇게 나의 두 번째 삶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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