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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장르 Nov 20. 2023

다시 돌아온 멜버른

멜버른, 호주 워킹홀리데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던 케언즈의 생활을 마무리하고 멜버른으로 돌아왔다. 처음과 달라진 점을 꼽자면 공항에 마중 나와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도착해서 헤매지 않고 구글맵 없이도 목적지까지 바로 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만나자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 아, 생각해 보니 많은 게 달라졌네.


생각해 보면 나는 참 운이 좋았다. 멜버른에 처음 도착한지 4일 만에 일을 구하고, 6일 만에 집을 구했더랬다. 가장 엄격하게 락다운을 시행했던 멜버른이었기에, 내가 들어왔을 때 즈음 이들은 그동안 비워뒀던 자리를 조금씩 채워가려 했기에 시작했기에 그 덕분에 일을 빠르게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런 경험들이 다시 이곳에 돌아온 나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어버릴 줄이야.


인간이란 여전히 어리석은 존재이기에 나의 조급함을 합리화시키고 있었다. 환경과 상황이 달라지면 당연하게 결과도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을 누누이 말하고 다니던 나였지만, 그 외침은 나를 향했던 적이 없던 걸까. 문득 이런 상황에 처해진 내 모습이 낯설고 무기력하게 느껴졌다.


하루가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듯한 이 공간에서의 시간은 무심하게 흘러가더라. 그래도 케언즈 때와 비교해 본다면, 지역 이동으로 인해 들여야만 했던 돈, 시간, 그리고 노력들이 확실히 적다는 것. 또한 생각에 잠길 수 있는 시간도 생겼고 감사하게도 이곳저곳에서 이력서를 보고 오는 연락을 받기도 했다는 것. 심지어 트라이얼 했던 곳들 중 정말 일하고 싶은 곳도 생겼더랬다. 그럼에도 여전히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없다는 게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이 긴 터널의 끝이란 게 있다는 걸 이젠 알고 있으니.


오늘도 아침부터 그동안 레쥬메를 넣었던 곳으로부터 연락을 받았고 트라이얼 날짜를 잡았으며, 저녁엔 며칠 전부터 잡혀있던 트라이얼을 가게 되겠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으로 조금 더 움직여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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