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버른, 호주 워킹홀리데이
이따금 워홀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언어도 완벽하지 않은 채로 연고지도 없는 지역에 취업이 가능하다던 비자 하나만 믿은 채로 내 덩치만 한 캐리어를 끌고선 이 먼 곳에 도착한 우리네 첫 감정은 대부분 두려움이었으리라.
돌이켜보면 많은 일이 있던 일 년이었다. 워홀을 가기 전, 누군가는 워홀을 떠나는 나를 이해하지 못했으며 그 이유를 물어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우리가 아는 범위, 상상할 수 있는 범위의 일들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렇기에 당신도, 나도 내가 호주로 떠난 이후 내가 그곳에서 얻을 수 있는 것에 대해 감히 예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미래를 단정 지어보려는 시도가 어쩌면 오만이 아닐까 싶었다.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을 뒤로하고 스스로의 선택을 믿고 나아간다는 것이 확실히 쉬운 일은 아니다. 이곳에서 일 년이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 시점에도 당장 내일 일도 알 수 없는 이곳에서의 삶에 익숙해지진 않더라. 그럼에도 우리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위해 불안정하고 모호한 환경으로 또다시 우리를 내던지고 있다.
어쩌면 어디에 있는지 보다 어떻게 사는지가 중요하지 않나라는 문장이 마음을 간질여왔다. 이방인으로 타지에서 살아보니, 산다는 것은 생각보다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더라고. 그래, 어쩌면 내가 생각해왔던 삶의 방향성이 이런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무언가를 찾았냐는 질문에 아직 대답하긴 이르지만, 확실히 예상치 못한 것들을 얻어 가는 중이다. 그렇게 또 다른 일 년을 호주에서 채워나가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