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각의 가치 Nov 25. 2024

3. 봄날의 아픔, 걸을 수 없는 나

수술 후 몸 상태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매일 조금만 움직여도 피로가 몰려왔고, 어깨와 다리의 통증은 점점 더 심해졌다. 그래도 어떻게든 버텨보려 애쓰며 업무에 복귀했지만, 몇 달이 지나 겨울이 오자 이상한 변화가 찾아왔다.


한겨울, 전기장판을 켜고 자는데도 발끝이 시려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추위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불편함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날 거울을 보다가 한쪽 발톱이 파랗게 변한 것을 발견했다. 그제야 심각성을 깨닫고 병원을 찾았고, 경동맥 초음파 결과를 듣는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초기 동맥경화 증상입니다. 임파선도 많이 부었고 하루에 몇 시간씩 일하나요? 약 드셔야겠어요."


의사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 나는 아직 젊었고, 이런 질환은 나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부터 모든 것이 달라졌다. 점점 다리가 아파 걸을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었고, 평범하게 걷는 것조차 힘든 일이 되어버렸다. 예전에는 일상이었던 산책이 이제는 고통스러운 도전이 되었고, 이 작은 변화가 나를 점점 더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밤엔 발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고 산책을 할 때면 10분도 안돼서 종아리통증이 심했다. ‘멈춰야 한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일상과 일을 놓을 수 없었다. 걸을 때마다 터져 나오는 통증을 억누르며 그저 견디려고만 했다. 나 자신을 돌보지 않은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렇게 몸이 점점 아프면서 나는 강제로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멈춘 자리에서 비로소 느껴졌다. 그동안 나는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며 너무 많은 것을 당연히 여겨왔다. 걸을 수 없다는 것은 단순히 이동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삶과 자유,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책임감을 일깨워주는 사건이었다.


이 모든 것이 나를 깨우기 위해 오래전부터 몸이 보내온 경고였다는 것을, 너무 늦게야 알게 되었다.

이전 02화 내 몸을 마주한 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