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러려 하는데... 자꾸만 예민해진다.
할머니는 벌써 일주일째 폐렴과 싸우고 있다.
항생제 주사 처방도 연장 결정됐다. ‘타박탐’이라고 적혀있는 주사약(폐렴에 쓰는 항생제라고 한다)을 하루 3번 투약하는데, 처음 처방받은 5일분을 다 맞고도 여전히 염증 수치가 높아 3일 더 연장 결정이 내려졌다고 한다. 산소 포화도는 그나마 조금 좋아졌지만 90을 왔다 갔다 했고, 미열도 지속됐다. 나는 매일 아침마다 하던 운동도 중단한 채 할머니 곁을 지켰다. 열이 오르면 바로 간호사실에 호출하고 아이스팩을 겨드랑이와 목덜미에 대 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신경이 곤두선 탓인지, 병원의 모든 시스템이 마음에 안 들기 시작했다.
간호사들은 할머니의 상태에 대해 ‘수치가 많이 안 좋네요’ㆍ‘좋아지고 있어요’ㆍ‘고령이시라 위험해요’ㆍ‘혈압이 너무 높네’ 등 저마다 다른 이야기들을 한 마디씩 던지고 갔고, 그때마다 내 마음은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어제 요청했던 사안이 어찌 되었는지 물어보면 ‘제가 어제 오프여서요. 이따 확인해 드릴게요’라며 무성의하게 반응했고, 재차 요청해도 반나절이 지나도록 조치되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답답한 마음에 주치의 면담을 요청하자 ‘궁금한 건 전화로 물어보시는 게 낫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간 할머니와 나에게 살갑게 해 주었던 간호사들도 이럴 때는 차가워 보였다.
간호사가 꺼낸 ‘연명치료’ 이야기가 내 불안한 마음에 결정타를 날렸다.
피로와 스트레스에 절어 복도를 터덜터덜 걷고 있는데, 수간호사가 나를 불러 세웠다. 할머니의 상태가 더 안 좋아지면 종합병원으로 옮겨 ‘적극적인 치료’를 받겠냐고 묻는 것이었다.
“적극적인 치료라는 것이 연명치료를 의미하나요?”
“연명치료도 있긴 한데 그거 외에도 여러 가지 치료가 있을 수 있어요”
“예를 들면 어떤 것이?”
“뭐 심폐소생술도 있고, 그거 외에 이것저것... 고령이신 데 가시면 이것저것 검사하고 고생만 하시거든요”
나는 도무지 수간호사가 이야기하는 ‘적극적 치료’라는 것이 정확히 연명치료를 의미하는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고(수간호사조차 정확한 범위를 모르는 듯했다), 그저 웬만하면 종합병원에 가지 말라는 의미로 들렸다. 결국 간호사와의 대화로는 궁금증이 해결되지 않아 ‘주치의와 면담’을 다시 한번 요청한 채 돌아섰다.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결국 차 안에서 눈물을 쏟았다.
할머니와 둘이 끝없는 암흑 터널을 지나는 느낌이었다. 폐렴이 심해져 패혈증까지 온다면? 항생제가 연장 또 연장되다가 2년 전처럼 ‘항생제 내성균’이 생겨 버린다면? 온갖 안 좋은 시나리오들이 머리를 스쳐 갔다.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자 돌아가실 거라면 하늘이 더 이상 아프지 않게 편하게 데려가 주시면 좋겠다는 마음까지 들었다. 할머니, 우리 여기서 이별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