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체감하다.
1월의 강추위와 눈발이 참 매섭다.
아침 6시. 밖은 아직 캄캄하다. 간밤에 눈이 내려 도로가 얼어붙어 있을 것 같아 잠이 덜 깨 무거운 몸을 억지로 빨리 움직여야만 한다. 병원 아침식사 시간인 7시에 맞추려면 늘 시간이 빠듯하다. 휴직 이후 아침에 머리 손질할 필요가 없어져 한결 편해지긴 했다. 양치 세수 후 매일 입는 트레이닝복에 야구모자를 눌러쓰면 준비 완료다. 구축 복도식 아파트라, 현관문을 열자마자 짙은 어둠과 차가운 바람이 치고 들어올 것이다. 단단히 입어야지.
공기가 차서인지, 오늘따라 한강 불빛이 유난히 쨍하다.
직장에 다닐 때는 계절의 변화를 잘 느끼지 못했다.
그때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사무실 창밖으로 지나가는 풍경화처럼 느껴졌다. 혹한도, 무더위도, 폭설도 차 타기 전 잠깐, 차에서 내려 잠깐 뿐이었다. 출근길엔 늘 맘이 급해서 꽃향기도 나무 잎사귀가 부딪히는 소리도 느끼질 못했다. 심지어 가끔 주말 출근할 때 폭우가 내리리라도 하면 못된 괜히 심보가 발동해 ‘나만 못 노는 게 아니야’라며 통쾌해하기까지 했던 것 같다.
요즘은 날씨로 하루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늘 병원 주차장 대신 주차비가 저렴한 근처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는데, 주차장에서 병원까지 걸어서 10분 남짓한 길이 산책로로 삼기에 제법 괜찮다. 차도 많이 다니지 않을뿐더러 양옆에 가로수가 우거져 있어 나름 운치가 있다. 산책로를 걸으며 보이는 풍경은 계절에 따라 시간에 따라 놀랄 만큼 변한다. 날이 좋을 때는 아침 일찍부터 산책객, 강아지, 유모차들이 지나다니는데 궂은날에는 비나 눈을 맞으며 혼자 걸어야 한다. 하루의 시작점에서 10분 남짓의 산책이 그날 하루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것 같다.
그리고, 궂은 날씨 속에서 생업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눈발을 헤치고 아침 7시면 출근하는 간호사와 물리치료사들, 가게 앞에 쌓인 눈을 치우는 약국 아저씨... 틈날 때마다 아빠와 자주 가는 커피숍 사장님은 겨울 손님이 없어 전기료라도 아끼려 운영시간을 단축했다고 한다. 이들은 궂은 날씨가 얼마나 야속할지... 그동안 겨울엔 따뜻하고 여름엔 시원한 사무실에서 일해온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었던가!
할머니와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함께 할 수 있을까?
작년 봄에는 마치 그 봄이 마지막 봄인 것처럼 거의 매주 주말마다 할머니와 근처 공원으로 나들이를 갔었다. 길가에 핀 꽃 한 송이, 개천에서 노니는 두루미,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모두 할머니와 함께 보고 있으니 신기하고 재미있는 구경거리였다. 할머니는 더운 날씨에도 햇빛이 좋다며 휠체어를 늘 양지에 두라 했다. 올해도 겨울이 깊어지는 만큼 봄이 너무나 기다려진다. 할머니와 또 공원으로 놀러 가서 커피 한잔 놓고 햇살을 맞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