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봇, 음성생태계, 스마트 디스플레이, 젠틀파이
2018년 챗봇 트렌드를 예측한 지 곧 1년이 되어간다. 예측한만큼 많은 기업에서 챗봇을 시장에 내놨다. 금융권을 필두로, 소비재, 유통 쪽도 많이들 시작했다. 그러나, 기업의 적극적 행보만큼 유저가 적극적으로 챗봇을 활용하는지에는 많은 이들이 물음표를 던진다. 챗봇은 아직 일반 사용자에겐 너무나 생소한 서비스이며, 한번도 써보지 못한 사람도 허다하다.
왜일까.
'구글은 챗봇은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google admits chatbots were a bad idea' 기사에 의하면, 구글이 기대했던것만큼 사람들은 봇과 연속적인 대화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유저가 길게 대화하지 않으려는 성향은 봇을 만들어보면 단번에 알수 있다. 대화 로그만 봐도, 연결된 질문보다는 단답형 질문이 많다. 봇별로 차가 있겠으나 실제로 챗봇을 만들어보면, 인당 평균 대화수가 10회를 넘지 않는다. 유저는 대화목적을 달성한 후에는 바로 봇과 대화를 끝내기 때문이다. 게다가 봇을 쓰는 목적조차도 매우 단편적이다.
여기서 질문,
"날씨 어때?"라고 봇에게 물어봤을때 당신이 알고싶은 정보의 양은?
"오늘은 14도입니다"정도 일까? 아니면, 온도, 어제와 비교한 온도차, 코트를 입을 정도의 추위인지, 미세먼지 수준, 내일날씨, 강수확률, 이번주날씨? - 이 중의 하나인가 아니면 모두인가?
사람들은 단편적으로 질문하지만 복합적인 정보를 원한다. 때문에, 유저와 봇이 진행하는 대화는 1+1=2의 단답형 답변이 아닌 다면적인 정보가 훨씬 더 맞는 대답일 수 있다. 이런 유저행태를 반영한 UI는 구글이나 네이버 등에서 먼저 변화를 이끌고 있다.
AI 스피커가 거실한구석에서 음악재생 용도로만 쓰이는 집이 많을 것이다. 내 말을 못알아듣는 게 정말 불편하다. 가끔 알아들어도, '캐롤 들려줘'라고 했을때, '머라이어캐리 꺼 말고 다른 캐롤 말야'는 이해를 못하니 속이 터진다. 음성으로 제어한다 해도 화면으로 옵션 중 하나를 콕 눌러서 선택할 수 있다면 확실히 더 편리할게 아닌가. 사용성으로만 보자면 음성과 화면의 결합은 매우 자연스러운 니즈이며, 비용 문제(디스플레이가 들어가면 기기값이 비싸진다) 때문에 이제껏 화면을 배제하고 런칭했었다. 사용성 향상 니즈와 기기 가격의 하락 덕분에, 올해는 스마트 디스플레이들이 앞다퉈 등장하고 있다. 2018년에 10월에 우후죽순 아마존에코쇼 2세대, 페이스북 포털, 구글홈 허브가 런치했으며, 12월엔 라인 클로바 데스크도 런칭 예정이다.
나온다니 반갑기는 한 데, 이삼십만원씩이나 주고 스마트 디스플레이를 사야할까? 덩그러니 놓여있는 AI스피커를 보니, 화면 하나 더붙은 멜론 재생용 스피커가 하나 더 생길것 같은 불길한 예감도 든다.
그런데 앞에 다뤘던 챗봇의 문제, 음성봇의 문제를, 하나하나나 따로 떼어보지 말고 음성생태계 전체로 보면 어떨까?
최근 아마존은 벽시계, 스마트 플러그, 자동차용 스피커, 전자레인지를 포함한 14종을 런칭하겠다고 한다. 뭘, 14종씩이나? 실제로 AI 스피커를 하나 써보면 하나로는 모자라다. 주방에서 명령을 내리기 위해 거실까지 달려가서 "헤이 카카오, 음악틀어줘"라고 말하는 것도, 주방에서 큰 목소리로 "헤이 카카오!!!!!!!" 소리지르는 것도 매우 거슬린다. 아마존의 이런 행보는 '뭘좋아할지 몰라 다 준비했어'라는 느낌이기도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을 통해서가 아닌 음성으로 일상생활을 통제하는 새로운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알렉사(AI assistant)를 내장한 다양한 제품을 집 안, 사무실, 차에 파고들어 '말'로 제어할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기술이 발전하고 기기가 보급되면서, 개별적인 디바이스와 개별적인 UI 중심의 기술에서 벗어나 공간 전체를 제어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있다. 지금 우리가 만들고, 만나는 봇들은 하나로 연결된 생태계의 일부에 불과하다. 단절된 부분부분만 만났기 때문에 운신의 폭이 좁고, 쓰임새가 피부에 와닿지 않았다.
지금 만들어지는 챗봇들은 플랫폼에 종속을 많이 받는다. 화면이 없다든지, 그래픽요소를 구현하기 어렵다든지 하는 웹, 상용 메신저, 앱, 스피커 자체의 단절된 한계 속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사용성이 낮아지고 있다. 이런 문제점들은 어쩌면 플랫폼들의 변화와 발전이 있어야 해결될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사용자들에게는 좋은 소식이 있다. 음성생태계는 분명히 한두개의 '지배적인' 플랫폼이 있을 것이고, 지금은 그 누구도 아니다. 메인 플랫폼이 되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투자하면서 기업들이 경쟁하고 있으니 아마 조만간 적당한 가격으로 정말 포괄적으로 쓸만한 플랫폼을 만날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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