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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젠틀플랜 Apr 10. 2024

카페가 망했다(7)

카페사장으로 살아가다

카페가 오픈하고 1년 뒤쯤이다. 주변에 건물이 하나 둘 완공 되고 오피스텔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드디어 사람들이 거리에 보이기 시작했다. 호재였다. 감사하게도 이때쯤 우리 카페가 있는 건물에도 큰 사무실이 들어왔는데 고정 손님들이 크게 느는 계기가 되었다. 근처에 식당들이 오픈했고 처음으로 편의점까지 생겼다. (편의점이 1년 뒤에야 생길 정도로 유동이 없었다.) 하지만 늘어난 유동인구에 카페도 하나둘 생겨났고 이때부터 다른 카페들과의 경쟁이 시작되었다. 본격적으로 우리 카페를 알리고 키워야했다.    

      

처음에는 블로그 체험단을 활용해보기로 했다. 나름 꾸준히 오프라인에서는 음료할인이벤트를 하거나 아파트 전단지홍보도 해봤는데 아무래도 온라인의 힘이 크다보니 블로그를 이용해 홍보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았다. 체험단을 구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인터넷에는 체험단 모집을 대행해주는 업체들이 많았고 그 중에 가장 저렴하면서 후기가 많은 업체를 골라 연락했다. 나 같은 경우는 10팀의 체험단을 받았다. 체험단분들은 카페로 오실 때 체험단 신청해서 오셨다고 말해주셨고, 나는 그분들이 원하는 음료와 빵을 내어드리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면 핸드폰이나 카메라로 조명을 생각하며 멋들어지게 사진을 찍어서 개인 블로그에 올려주셨고 실제로 체험단이 올린 블로그 글들을 보고 먼 거리에서 카페로 찾아오시는 분들도 계셨다.   

     

두 번째로는 카페를 모임장소로 만드는 것이었다. 우연히 같이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을 통해 모임어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임어플에는 다양한 모임이 있었다.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친목모임과 취미활동으로 모이는 모임, 지식을 나누는 모임 등 여러 가지였다. 그 때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것이 카페를 아지트로 하는 취미 모임을 만드는 것이었다.          


어플에 설레이는 마음으로 지역모임을 만들었다. 아무도 가입 안하면 그러니 동네친구를 끌어들여 함께 시작했다. 모임 어플 자체가 인기가 있는지 지역모임에 대한 관심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틈틈이 가입 했고 30~40명 정도는 유지하는 모임이 되었다. 우리 모임은 보통 독서 토론이나 캘리그래피를 카페에서 진행했다. 매출에 크게 도움은 되지 않았지만 지역에 좀 더 카페를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생각보다 운영하는데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다보니 오래는 못했지만 재밌는 경험이었다.      

   

세 번째로는 어차피 경쟁할거 좀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보기로 했다. 바로 배달이다. 카페를 시작할 때쯤 각종 배달어플이 나오면서 배달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카페도 예외는 아니었다. 나도 이 바람을 타기로 한 것이다.           

우리 카페는 드시고 가시거나 테이크아웃 손님을 위주로 장사를 해 왔기 때문에 배달 경험이 없어 어떤식으로 할지 고민하다가 배달커피브랜드를 샵인샵하는 걸 생각했다. 샵인샵으로 하는 것은 따로 설비가 필요하지 않았고 재료 납품 정도만 받으면 되는 거라 시작하기가 간편했다. 나는 배달하기 편한 디저트로 와플과 샐러드를 판매하는 브랜드를 골랐다. 와플은 반죽만 와플기계에 부어주기만 하면 돼서 어렵지 않았고 샐러드는 신선한 채소와 함께 토핑만 잘하면 돼서 빠르게 배달이 가능했다. 커피도 배달하기 편하게 실링이 되는 캔시머 기계를 사용했는데 이게 고객들에게 반응이 엄청 좋았다. (이 지역에서는 거의 내가 처음 사용한 것이었다.)      


배달 주문은 많이 들어왔고 배달의 민족에 디저트 쪽 인기 1등까지 올라가기도 했었다. 카페에서 파는 것보다 배달이 더 많은 현상이 나타나는 날까지 생겼다. 이때는 배달이 완전 호황기여서 배달기사님들이 부족할 지경이었다. 열심히 하시는 분들은 정말 많이 벌고 있다고 기사님에게 듣기도 했다. (이때 나도 급하게 배달해야 할 때 직접 가기도 했는데 그런 이야기들을 듣고 배달 대행을 파트타이머로라도 해볼까 진지하게 고민도 했었다.)          


배달은 좋아져갔지만 인기상위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할인 쿠폰도 쓰고 주변 와플집이랑 샐러드집과 경쟁을 해야 했기에 큰 수익을 남기기는 힘들었다. 나중에는 업체들이 많이 늘어나면서 매출은 크게 안 되지만 버리기는 아쉬운 계륵으로 점점 변해갔다. 그래도 열심히 일한 만큼 많은 수익은 아니지만 손해를 안 보는 선에서 카페를 잘 운영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해피엔딩이면 좋으련만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코로나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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