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를 정리하고 잼 공방을 오픈한지 반년 정도 돼가고 있을 때였다. 그동안 발품을 팔아 부동산을 알아보고 일산 호수공원이 보이는 곳에 야심 차게 잼 공방을 오픈했다. 공방을 열어 본격적으로 잼을 만들면서 수업도 해야겠다고 생각해 준비했던 것이다.
잼을 전시(?)할 수 있는 장도 새로 짰고 고급스럽게 보일 수 있도록 나무 가구들로 공방을 꾸몄다. 처음에는 원데이클래스 위주로 다양한 플랫폼에서 소수로 잼 수업을 진행하려고 했다. 공방이 10평으로 작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한 경험도 없기 때문이다.
공방을 오픈하고 원데이클래스를 다양하게 홍보하기 시작했다.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본격적으로 운영했고 당근,솜씨당등 클래스를 알릴 수 있는 곳은 다 글을 써 올렸다. 처음에는 가장 무난한 딸기잼과 자신 있는 밀크잼 클래스를 준비했다. 만드는 과정을 하나하나 사진 찍어 올리고 잼 포장 상자를 무료로 드린다고 이벤트를 하기도 했다. 그렇게 시작한 원데이클래스는 잼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와중에 틈틈이 문의가 들어왔다.
첫 수업은 잘 어울리는 훈남 훈녀 커플과 함께했다. 새로 시작한 공방에서 첫 수업이라 많이 떨렸다. 준비도 정말 많이 했었고 클래스를 하기 전에 시뮬레이션을 해보며 시간을 체크하기도 했다. 다행히 순식간에 지난 첫 수업은 실수 없이 끝났다. 수강생분들이 돌아가고 설거지를 다 끝냈을 때 콧노래를 불렀다. 그렇게 나의 첫 원데이클래스는 무사히 좋은 기억이 되었다.
그 후에 많은 가족, 친구, 연인분들과 수제 잼 클래스를 함께 했다. 공방 안은 달콤한 냄새로 가득하였고 수강생분들은 직접 만든 맛있는 잼들을 가지고 웃으며 집으로 돌아갔다. 각종 제철 과일잼과 초코잼, 밀크잼, 채소 잼 등등 나는 알려드리고 싶은 다양한 잼들을 클래스로 만들었다.
기회는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인스타그램 DM을 통해 이마트 김포 트레이더스 문화센터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인스타그램에 그동안 수업을 하며 완성된 잼 사진들을 올렸는데 그걸 보시고 문화센터 출강을 제의해 주신 것이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가능하다고 말씀드렸다. 그렇게 내 기업출강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김포 트레이더스 한 곳만 가기로 되어 있었다. 그러다 점점 문의가 늘어나면서 현재는 파주부터 수원, 서울까지 돌아다니며 출강하고 있다. 한곳에서 머무르던 내가 이제는 이마트와 트레이더스 여러 지점에서 다양한 분들을 만나 잼을 알려드리고 있다는 게 참 신기한 일인 것 같다. 출강은 멀리 나가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장점이 훨씬 많다. 출강을 다니며 그 지역의 핫플이나 맛집을 가는 소소한 행복도 있고, 시설이 잘 갖추어진 쿠킹룸에서 많은 분들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위험했던 순간도 있었다. 평소에 클라이밍을 즐기는 내가 사고로 발목이 부러지게 된 것이다. 출강을 다녀야 하는데 목발을 짚고 하려니 아찔했다. 다행히 베이커리 카페를 준비하며 공부하고 있던 A의 도움으로 펑크 없이 출강을 다닐 수 있었다. 둘이 함께 재료를 준비하고 차에 실으며 출강을 나섰다. 출강 초기였기에 함께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의지도 되고 너무 감사했다. 그리고 이마트 관계자분들이 고맙게도 내 상황을 이해해 주셨다.
출강을 하러 이마트를 가면 내가 목발을 잡고 수업을 하고 A가 돌아다니며 수강생분들을 도와줬다. 발목이 다 나은 후에는 혼자 출강을 다니고 있는데 이제는 다리 괜찮냐고 물어보시는 직원분도 있으시다. 이마트로 출강을 다닌 지 벌써 1년이 가까이 되고 있다. 이마트 문화센터는 계절별로 4학기로 스케줄을 짠다. 나는 그에 맞게 맛있고 향이 강한 제철 과일을 차에 실으며 달콤함을 전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