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텐보스역에서 사세보역으로 20분 정도 기차를 타고 나갔다. 사세보는 일본 서쪽 끝에 있는 항구도시로 국제 항구가 있는 도시다. 우리가 사세보역에 내렸을 땐 잔잔한 바다가 넓게 펼쳐지고 있었다. 후쿠오카공항에서 이틀 전에 바로 하우스텐보스로 바로 왔기에 우리에겐 시내구경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사세보역에 도착해서 어디로 가볼까 친구랑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한 한국 유학생이 사세보 시내 위치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었다. 아니 이 작은 소도시에서도 한국사람을 보게 될 줄이야. 하우스텐보스 안에 있었을 때는 보지 못했던 한국인을 시내 나와 처음 보게 되었다.
우리는 갈 방향을 잡고 설레서 도시 여기저기를 구경했다. 작은 도시에 관광산업이 발전한 도시는 아니라 크게 구경할 거리는 없었지만 타국의 일상에 스며들어 시장과 거리를 돌아보는 재미를 느끼고 대형 몰인 사세보 5번가로 들어가게 되었다. 사세보 5번가는 선생님 남편분이 추천해 주셨던 최근에 사세보시에 생긴 몰이었다. 80개가 넘는 가게들이 입점해 있는 제법 큰 몰이다. 우리는 한 일본식당에 들어가 바다를 보고 힐링하며 밥을 먹을 수 있었다.
배를 채우고 우리는 커피를 마시러 5번가 바로 앞 건물에 있는 스타벅스에 들어갔다. 스타벅스는 우리가 사세보시에서 유일하게 볼 수 있었던 카페였는데 서점과 함께 운영 중이었다. 나는 서점에 간 김에 직원분께 물어봐 요리책 코너 위치를 물었다. 혹시나 잼 관련 서적이 있으면 살려고 했으나 아쉽게도 없었다. 아무래도 잼은 주류 요리는 아니라 대형서점이 아니면 찾기가 힘들다.
그렇게 저녁까지 사세보시내를 구경하다 사세보역 1층에 있는 대형마트에서 한가득 먹을 것들을 사가지고 다시 하우스텐보스로 돌아왔다. 이 날이 일본으로 간 여정 중 유일하게 사세보시를 돌아볼 수 있는 날이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사세보에서 유명한 사세보버거랑 국제 항구 구경 좀 할 걸 아쉽기도 하다.
다음날 아침 일찍 수업이 있었기에 우리는 하우스텐보스 기념품상점에서 스노우볼을 하나씩 사고 헨나호텔로 돌아왔다. 이 날 산 스노우볼은 집에 도착해 캐리어를 열고 꺼내다 깨 먹었다. 유일하게 산 기념품이 없어져서 너무 아쉬웠다. 이 일 이후로 해외여행을 가면 꼭 스노우볼을 사 오고 있다. 수집욕이 없던 내게 처음으로 생긴 수집품취미다.
타국에서의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선생님께 배우는 둘째 날은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기도 헸기에 캐리어를 싸고 공방으로 갔다. 감사하게도 선생님의 아버지이신 켄지선생님이 우리에게 일본전통과자를 한 박스씩 선물해 주셨다. 일본에서 이렇게 현지분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건 너무 신기한 경험이었다.
둘째 날은 어제에 이어서 잼을 함께 만들며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잼은 2일 동안 1차, 2차에 나눠서도 많이 만드는데 시작부터 끝까지의 전 과정을 선생님 옆에서 배울 수 있었다. 제철과일의 향과 맛을 듬뿍 담은 잼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선생님께서는 수업이 끝나고 자신의 저서에 한글로 내 이름을 써주시고 싸인도 해주셨는데 책에는 한글로 적힌 내 이름이 있었다. 나를 위해 한글 이름을 써넣어주신 것이다. 선생님의 배려와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다시 후쿠오카공항을 떠나기 전 함께 공방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작별인사를 했다.
많은 것을 배우고 얻어갔으며 좋은 추억을 가지고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1년 여시간이 지난 지금도 선생님과는 잘 소통하고 있다. 시간이 되는 대로 나는 틈틈이 행복했던 사세보를 방문하게 될 것 같다. 지금도 사세보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