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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젠틀플랜 Jul 24. 2024

잼을 배우러 일본으로 떠나다(4)


택시를 타고 도착한 곳은 하우스텐보스역에서 10분 정도 거리의 마당이 있는 공방이었다. 친구와 나는 선생님께 드리려고 가져온 민트초코잼과 우리 지역 특산물인 파주 장단콩을 챙겨 내렸다. 1층짜리 작은 집은 인테리어 공사가 막바지에 다다른 것처럼 보였다. 이 공방은 인테리어가 마무리되면 베이커리도 판매하는 샵으로 운영된다는 걸 나중에 선생님을 통해 알게 되었다. 


택시에서 내리자 선생님과 공방직원분이 친절하게 나와 맞아주셨다. 큰 환대에 몸 둘 빠를 몰랐다. 드디어 3년 만의 만남이 이루어진 것이다. 나는 준비한 선물을 드리고 공방 안으로 들어갔다. 선생님께서는 비싸지 않은 이 선물들을 너무 좋아하셨고 나중에 장단콩으로 지은 밥을 찍어 보내주셔서 뿌듯하기도 했다. 



메인 공간은 인테리어 공사 중이었기 때문에 나는 사이드에 있는 주방에서 잼을 배울 수 있었다. 주방에는 노란색과 녹색 과일이 가득했고 각종 향신료들과 조리기구들이 멋들어지게 벽면을 채우고 있었다. 선생님은 한창 모과젤리와 잼들을 만들고 계셨다. 친구가 영어를 잘하고 선생님과 직원분 모두 영어를 잘하셨기에 무리 없이 소통이 가능했다. 다행이었다. 나도 잘했으면 좋았을 것을...



선생님은 다른 숨겨둔 비법은 없다며 책에 모든 레시피를 담았다고 하셨다. 뭔가 비기를 배울 수 없다는 게 아쉬웠지만 뒤돌아보면 그보다 더 큰 노하우들을 얻을 수 있었던 날들이었다. 첫째 날에는 동냄비로 설탕을 태워 캐러멜을 만드는 것으로 수업이 시작되었다. 만들어진 캐러멜에 서양배를 손질해 넣었다. 우리나라에는 서양배가 흔하게 재배되지 않기에 그 맛과 향이 궁금했다. 한 조각 먹어봤는데 국산배보다는 과즙이 적고 사과와 배의 중간맛이 났다. 



선생님은 수업 중간중간 필기할 시간을 주셨다. 나는 폭풍필기를 하며 설탕을 나눠 넣는 타이밍과 끓이는 온도에 대해 적어갔다. 캐러멜에 잘 버무려진 서양배를 식히고 쉬는 시간이 찾아왔다. 선생님께서는 좋은 홍차를 내어주시며 공방에 있는 다양한 잼들을 맛보게 해 주셨다. 여러 가지 마른 과일이 알록달록한 크리스마스잼부터 일본 제철과일로 만든 향긋한 잼들을 맛볼 수 있었다. 그리고 모과젤리도 맛봤는데 너무 맛있어서 이거는 언젠가 내가 한국에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선생님께서 자신의 스승이 만들었다는 3년 된 잼도 내어주셨는데 차마 이거는 먹지 않았다. 하하. 그래도 3년 지난 잼도 보관만 잘되면 먹을 수 있다는 걸 알게 해 주셨다. 쉬는 시간이 끝나고 선생님이 잼 만드는 과정을 자세히 옆에서 볼 수 있었다. 냉동실에 어떤 식으로 보관할 수 있는지와 각종 재료의 사용방법을 익힐 수 있었다. 그렇게 첫날의 수업이 끝이 났다. 



수업이 끝나고 우리는 일본 온 김에 관광을 좀 하기로 하고 하우스텐보스가 있는 사세보 시내를 나가기로 했다. 수업이 끝날 때쯤 선생님 남편분이 오셨는데 사세보의 지도를 보여주시며 가봐야 되는 추천장소들을 체크 해주셨다. 최근에 새로 몰이 생겼다고 가보라고 하셨는데 사세보에 스타벅스가 들어왔다고 웃으며 말씀하셨다. 또 차시간을 알아봐 주시고 우리를 하우스텐보스역에 늦지 않게 대려다 주셨다. 너무 감사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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