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젠틀플랜 Jul 17. 2024

잼을 배우러 일본으로 떠나다(3)


선생님이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장소는 하우스텐보스 바로 앞이었다. 하우스텐보스는 네덜란드의 거리를 그대로 재현해 놓은 테마파크로 엄청 넓은 부지에 네덜란드 전통가옥과 아름다운 숲, 호수, 풍차가 있었다. 하우스텐보스 근처에는 5개의 호텔이 있는데 그중에 가장 저렴한 헨나호텔로 이틀 예약을 했다. 2015년 세계 첫 로봇 접대원으로 기네스북에도 오른 헨나호텔은 웃기게도 로봇직원이 절반 해고돼 로봇도 고용불안이라는 뉴스로 이슈가 되기도 했었다. 



이제부터 일본으로 날아가 하우스텐보스까지 가는 여정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갑작스럽게 합류하게 된 친구와 따로 계획은 세우지 않고 후쿠오카공항에 도착했다. 아침 일찍 비행기를 탔다면 후쿠오카공항에서 바로 하우스텐보스로 가는 버스나 직통 기차를 탈 수 있었겠지만 수업 전날 느긋하게 출발하기로 했기 때문에 오후 비행기를 타고 후쿠오카를 여행하다 저녁에 기차를 타고 하우스텐보스로 가게 되었다. 직통으로 가는 기차를 탄 것이 아니라 2번 갈아타서 갔는데 그중 한 번은 부리나케 뛰어서 겨우 기차를 탔고 또 한 번은 캄캄한 기차역에 우리 둘 만 달랑있어 잘못 내렸나 긴가민가 걱정하기도 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하우스텐보스역에는 큰 강이 흐르고 있었고 우리는 그 강 위의 돌다리를 건너 숙소로 걸어갔다. 9시가 넘어서 도착했기에 주변이 캄캄해 경치를 즐길 수는 없었지만 고요한 동네에 자전거를 타고 가방에 야구배트를 꽂고 달리는 일본 학생들을 보며 도착했다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다리를 건너자 하우스텐보스에서 가장 큰 호텔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호텔 안에 편의점간판이 켜져있는 걸 보게 되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물어볼 것도 없이 그곳으로 향했다. 편의점은 곧 문 닫기 전이었다. 가까스로 빠르게 마실 것들과 먹을 것들을 골라 나왔다. 듬성듬성 서있는 가로등을 의지하며 걷다 드디어 우리가 2일 동안 묵을 헨나호텔에 도착했다. 



헨나호텔의 문을 열자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본 것과 같이 공룡이 호텔 지배인 옷을 입고 맞아주고 있었다. 꽤나 충격적이었지만 따로 움직이거나 울부짖지는 않았다. 딱히 로봇이 응대를 따로 해주는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우리는 공룡 앞에 있는 키오스크를 통해 예약한 룸의 키를 받을 수 있었다. 호텔 안의 편의점도 무인이었는데 밤에는 이용이 불가한 것 같았다. 그렇게 우리는 숙소로 들어가게 되었다. 편의점에서 사 온 간단한 음식들을 먹고 짐 정리를 마치고 잠에 들 수 있었다. 



드디어 오랫동안 기다린 선생님을 만나는 날 아침이 밝았다. 잠자리가 바뀌어서 인지 설레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예정된 시간보다 일찍 일어나게 되었다. 여유 있게 씻고 이불을 정리하고 숙소를 나와 산책을 시작했다. 캄캄한 밤에 도착해서 헨나호텔을 잘 살펴볼 수 없었는데 방을 나와보니 2.5미터는 족히 되어 보이는 로봇이 서있었다. 그리고 관광버스들이 많이 주차가 되어있었다. 둘러보니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엄청 많이 보였는데 아마 수학여행으로 이곳에 온 것 같았다. 



헨나호텔을 나오자 본격적으로 하우스텐보스를 볼 수 있었다. 어마어마하게 큰 풍차가 돌아가고 있었고 집라인을 탈 수 있는 곳이 보였다. 호수도 보이고 건물들이 보였는데 진짜 네덜란드를 복사해서 붙여 넣은 것 같았다. 그렇게 걷다가 어젯밤 도착한 하우스텐보스역까지 가게 되었다. 돌다리 밑의 넓은 강에는 어제는 캄캄해서 보지 못한 표지판이 있었다. 그것은 일본어를 몰라도 알 수 있었는데 투구게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불리는 투구게가 이곳에 살고 있는 것이다. 주변에는 큰 산들로 둘러싸여 있었는데 자연의 아름다움이 물씬 느껴졌다.


산책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가자 친구는 깨어나 있었다. 우리는 호텔 옆 식당에서 조식을 먹고 하우스텐보스 입구에 있는 택시 정류장으로 걸어갔다. 아침이었는데 다행히 네모난 검정 택시가 한대 서 있었다. 나는 선생님이 알려준 공방 주소를 기사님께 알려드렸다. 기사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출발한다고 알려주셨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이전 17화 잼을 배우러 일본으로 떠나다(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