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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아 할아버지 Sep 04. 2023

<무릎 서재> 아홉 번째 이야기

헤엄이

“모든 부모는 자기 아이가 천재라고 느끼는 시기가 온다는데, 로아에게는 그 시기가 언제일까요?”


“로아는 지적 능력으로 보면 다른 아기들에 비해 특출하진 않은 것 같아요.”


로아야, 네가 첫 돌과 더불어 하루가 다르게 인지능력 발달을 보이면서 엄마 아빠도 로아가 얼마나 ‘똑똑한지’ 관심이 많아졌던 것 같구나. 사실은 아기를 키우는 과정에서 모든 엄마 아빠들은 자신의 아이가 천재처럼 여겨지는 순간도 있고, 정말 천재가 아닐까 하는 희망을 품기도 한단다.


할아버지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 천재를 둘러싼 이슈가 사회적 관심으로 나타나고 있구나. 과학고를 자퇴한 천재로 알려진 한 소년 이야기로, 어려서부터 머리가 뛰어났고 만 10세에 영재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관심을 끌었던 아이였지. 그래서 많은 사람이 이 소년의 자퇴 소식에 안타까워하고, 자퇴 원인을 두고도 여러 이야기가 돌고 있구나. 


할아버지도 이 소식을 접하면서 이 어린 소년이 겪었을 부담과 스트레스를 생각하니 안타가운 마음이 든단다. 천재라는 타이틀이 붙으면 부모님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 우리 사회 전체가 과도한 관심을 보이게 되고, 어린 나이에 그러한 관심과 기대 자체만으로도 감당하기 힘든 부담과 압박을 받게 된단다. 거기다 천재로서 남들보다 앞서가야 한다는 스트레스와 남들과는 다르게 커야 한다는 점으로 또래 집단과 어울리기도 쉽지 않단다. 


로아 양육에 참여하다 보니 할아버지는 로아의 지적 능력에 대한 엄마 아빠의 관심이나 이 천재 소년의 이야기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구나. 그래서 생각해 보게 된단다. 로아와 같은 아기는 지적 능력이라 불릴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을까? 그렇다면, 이러한 능력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일까, 아님, 후천적으로 길러지는 것일까? 로아가 살아갈 미래에 ‘천재’란 어떤 능력을 갖춘 인물일까? 이런 질문이란다. 아기를 키우는 모든 엄마 아빠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관심을 갖는 점이기도 하지. 로아가 이 글을 읽을 때쯤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있을 것인지 궁금한 것은 당연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로아의 성장에 할아버지가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인지가 더 중요하고 관심이 가는 일이구나. 


사람의 지적 능력은 일정 부분 타고나지만, 더욱 중요하게는 어떤 환경에서 자라고 교육받는지에 의해 달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평생 가르치는 일을 해오면서 할아버지도 젊은이들이 능력을 갖추는 일에 환경과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지. 앞에서 말한 천재 소년의 예도 후천적 환경의 중요성이 어릴수록 중요하다는 점을 말해주는 것이겠고. 스스로 환경을 만들어가지도, 통제하지도 못하는 로아와 같은 아기들의 경우, 외부 환경의 중요성은 더욱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도 유아 발달 관련 분야 전문가들도 인간의 지능은 타고난 요인보다는 환경과 같은 후천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단다.


오래전에 할아버지가 아주 흥미롭게 읽었던 <털 없는 원숭이>라는 책을 쓴 생물진화학자인 데즈먼드 모리스라는 분이 자신의 손주가 태어난 것을 계기로 진화생물학의 관점에서 아기를 다룬 책을 썼단다. <우리 아기: 아기 탄생 후 두 살까지의 놀라운 이야기>라는 제목의 책으로, 할아버지도 로아 육아를 하면서 자주 참고하고 있는 책이야. 아기의 지능에 대해 모리스는 다음과 같이 쓰고 있구나. 

“지능이란 과거의 경험과 결합하여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으로 정의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새로 태어난 아기는 세상에 대해 경험한 것이 너무나 적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 아기는 지능적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기는 주의력이 깊고 반응에 민감할 뿐 아니라, 배움을 열망하고 있습니다. 100억 개의 두뇌 세포를 완비하고 있는 놀랄 만한 두뇌를 소유하고 있는 아기는 충분한 시간만 주면 틀림없이 고도로 지능을 갖춘 어른이 될 잠재력을 지니고 있지요.”


모리스의 말을 근거로 삼자면, 아직 두 살도 안 된 로아의 지능을 판단하는 일은 무의미한 일로, 대신, 두 살이 되기까지 아기의 두뇌에서는 엄청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양육자들이 깨닫는 것이 중요한 일이겠구나. 아기의 두뇌 세포들이 서로 연결되어 정보를 교환하고 조직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자극을 주고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일의 중요성 말이야.  


스탠퍼드대학교 신경학자인 데이비드 이글먼도 아기 뇌 발달에 환경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단다. <더 브레인>이란 책에서 이글먼은 인간의 뇌는 태어날 때 동물들과는 달리 불완전하다고 지적해. 아기 뇌의 세부적인 배선도는 미리 정해지지 않은 채 유전자들은 신경 연결망 설계도의 개략적인 방향들만 제시한다는 것이지. 아기가 성장하면서 후천적인 자극과 환경, 경험이 배선의 나머지 측면들을 미세 조정해서 완성해 간다는 것이야. 


신경 연결망을 이루는 것이 시냅스로 생후 만 두 살 된 아기는 성인보다 약 두 배가 넘는 시냅스를 가지고 있으며, 후천적 자극과 환경으로 배선이 결정된다는 점을 보면 후천적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을 것 같구나. 


“풍요롭고 다양한 환경에서 아기 시절을 보낸 아이가 그보다 메마른 환경에서 태어나서 아기 시절을 보낸 아이보다 엄청나게 유리하다는 점은 확실해 보입니다. 더 많은 말을 나눌수록, 더 많은 음악을 들을수록, 더 많은 시각적 자극을 경험할수록, 더 많은 사회적 상호교류를 경험할수록, 더 많은 정신적 자극을 받을수록 더 많은 육체적 활동을 경험할수록, 아기가 생기 있고, 지적이며, 예민하고, 반응에 민감한 어른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더 높지요. 또한 더 장난스럽고 탐구적인 일상의 삶을 보낸 아기가 상상력이 풍부하고 창조적인 어른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글먼이 열거하고 있는 아기들의 시냅스 연결을 촉진하는 자극의 구체적인 예를 보면서, 그동안 로아 양육을 해온 할아버지는 위안도 받고 자극도 받는구나. 할아버지도 모리스나 이글먼의 말에 많이 공감이 간단다. 그저 이론으로써가 아니라 로아를 양육하면서 이 분들의 말을 로아를 통해 구체적으로 경험하고 확인하고 있기 때문이지. ‘로아는 지적으로 특출한 것 같지는 않아요’라고 엄마 아빠가 무엇을 근거로 판단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할아버지는 이미 첫 돌 훨씬 이전부터 로아에게서 시냅스 연결을 통한 정보 형성이 이뤄지고 있는 것을 다양하게 경험해 오고 있단다. 책을 읽어주면서, 스토리텔링을 하면서, 음악을 들려주면서, 밖에 나가 함께 산책하면서 로아의 반응에서 순간순간 드러났었어. 


예를 하나 들면 이런 것이지. 생후 만 3개월이 채 되기도 전에 할아버지가 그림책을 펼치고 로아와 함께 누워 스토리텔링을 해주면 초롱초롱한 눈으로 펼쳐진 그림을 구석구석 보면서 할아버지의 스토리텔링 톤에 따라 얼굴 표정이 상기되고 손짓 발짓도 활발해지는 일이 매번 반복되었단다. 할아버지에게는 갓난아기 로아의 집중과 반응이 신기했지만, 로아 뇌에서는 시냅스 연결을 통해 정보전달이 이뤄지고 의미가 형성되고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로아가 커가면서는 보다 구체적인 연상 작용도 보여 왔단다. 아기가 잠을 깨어 운다거나 넘어져서 우는 상황이 할아버지의 스토리텔링이나 스토리북에서 나올 때마다, 로아는 할아버지를 빤히 올려보면서 심각한 표정으로 ‘엄마’란 말을 하곤 했단다. 스토리텔링이나 스토리북 내용과는 상관없이 로아는 아기가 우는 것과 엄마가 달래준다는 상황을 연결시키고 있던 것이지.  


할아버지가 아기의 지적 능력 형성 못지않게 관심을 두는 것이 있단다. 다름 아닌, 로아가 살아가야 할 미래에 지적 능력이란 무엇을 의미하며, 지적 능력과 더불어 필요한 요건이 무엇인 지란다. 로아가 좋아할 만한 동화를 통해 이 점을 살피는 것이 이해하기 쉬울 듯하구나. 오늘 할아버지가 로아에게 들려주는 무릎서재 이야기는 레오 리오니의 <헤엄이 Swimmy>란다. 먼저 <헤엄이>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아. 


옛날 옛적, 넓은 바다에 헤엄이라는 작은 물고기가 살았단다. 헤엄이에게는 아주 빠르고 민첩하게 헤엄치는 특별한 재능이 있었고, 호기심도 아주 많아서 넓은 바다를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었지. 그런데, 어느 날 헤엄이는 자신과 같은 작은 물고기들이 마음껏 돌아다니지 못하고 숨어 지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 헤엄이처럼 빠르게 헤엄치지 못하는 작은 물고기들은 큰 물고기들에게 잡아먹힐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었어. 
헤엄이는 다른 작은 물고기들도 자기처럼 마음 놓고 바닷속을 돌아다닐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단다. 헤엄이는 드디어 방법을 생각해 내고, 작은 물고기들을 불러 모으고는 다음과 같이 말했단다. 
“우리 함께 큰 물고기 모양을 만들어서 움직이도록 하자. 우리가 함께 모여서 헤엄치면, 우리는 아주 커다랗고 강하게 보일 거야. 그러면 작은 물고기를 괴롭혔던 덩치 크고 무섭게 생긴 물고기들도 우리를 건드리지 못할 거야.”
헤엄이의 말대로 많은 작은 물고기들은 아주 큰 물고기 모양으로 대열을 이뤄 함께 헤엄을 쳤고, 이 모습을 거대한 물고기로 생각한 큰 물고기들은 두려워서 가까이 다가오지도 못했단다. 이후로 헤엄이와 작은 물고기 친구들은 항상 함께 큰 물고기 대열을 이뤄 마음 놓고 바다를 헤엄치고 다닐 수 있었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깊은 바다 밑바닥까지 마음껏 둘러보았대. 
헤엄이와 작은 물고기 친구들 이야기는 곧 바다에 사는 다른 작은 물고기들에게도 알려지게 되었고, 이 물고기들도 용기를 얻어 헤엄이를 따라 함으로써 자유와 행복을 누리게 되었단다. 



<헤엄이> 동화를 읽으면서 할아버지는 미래 로아의 모습을 주인공인 헤엄이에게 대입시켜 본단다. 로아가 살아가야 할 미래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의 모습이 헤엄이에게서 드러나기 때문이야. 첨단과학기술이 이끄는 미래 사회는 언뜻 뛰어난 지적 능력을 지닌 개인들만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생각이 든단다. 당연히 그런 능력을 지닌 개개인도 필요하지만, 그러한 능력들이 함께 힘을 합해 협력하고 그러한 협력이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전체 사회에 도움이 되어야 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



로아가 크면 ‘실리콘 밸리 정신’이란 표현을 듣게 될 텐데, 미국에 있는 실리콘 밸리는 현재 전 세계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IT나 AI, AR, 챗GPT와 같은 첨단 기술을 활용하여 우리 삶에 필요한 것을 만들어내는 곳이란다. 그런 만큼 전 세계의 지적 능력이 뛰어난 젊은이들이 모여들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곳이야. 그래서 우리는 ‘실리콘 밸리 정신’하면 특별한 지적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재능을 이용하여 새로운 첨단 기술을 발전시키고 이를 삶에 적용하는 정신으로 이해하곤 한단다. 그런데, ‘실리콘 밸리 정신’의 보다 깊은 의미는 개개인의 능력과 노력을 넘어 ‘협력과 팀워크’을 의미한단다. 


이 표현은 미국 사람들이 서부를 개척할 때 요구되었던 정신과 태도인 ‘개척주의 정신’을 계승한 것으로, ‘개척주의 정신’에도 개개인 단위의 자립정신과 실천 위에 개척지의 험난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상호 협력 정신이 아주 중요했단다. 외부의 도움 없이 스스로 개척하고 살아가야 했던 개척민들에게 험난한 자연환경은 혼자만의 힘으로 개척하고 삶의 터전으로 만들기는 불가능했고 서로 협력이 필요했던 것이지. 


‘실리콘 밸리 정신’이 단순히 ‘개척주의 정신’을 계승하기 때문에 ‘협력’을 강조하는 것은 아니란다. 현시대와 사회, 그리고 로아가 살아갈 미래 사회도 개개인의 능력으로는 극복하기 쉽지 않은 도전과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란다. 복잡다단하고 고도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필요로 하는 첨단 과학기술 발전은 혼자만의 ‘천재’적 재능으로는 부족하고 다양한 아이디어와 관점, 재능의 협력, 그리고 이러한 협력을 이끌 비전과 리더십이 필요하단다. 그리고 현재의 빈부격차와 기아와 같은 사회적 문제와 갈등, 국가 간 경쟁과 대립,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문제는 안타깝게도 로아가 살아갈 미래에도 여전할 것 같고, 이러한 문제 해결에는 개개인 간에, 그룹 간에, 국가 간에 상호 이해와 협력, 이를 이끌어 낼 리더십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헤엄이>에서 헤엄이가 보여주고 있는 것이 바로 ‘실리콘 밸리 정신’의 실천으로 보이는구나. 헤엄이에게는 바다에서의 생존에 가장 필요한 빨리 헤엄칠 수 있는 능력이란 특별한 재능을 갖고 있지. 다른 작은 물고기들이 갖지 못한 ‘천재’적인 재능이라고 할 수 있겠지. 헤엄이는 이 능력을 혼자 뽐내며 자기만을 위해 쓰지 않는단다. 큰 물고기들이 두려워서 어두운 곳에 숨어 지내는 작은 물고기들에게 서로 바짝 붙어 자기 자리에서 헤엄치는 법을 알려주고, 작은 물고기들이 커다란 물고기 모양을 이루며 헤엄칠 수 있도록 자기가 ‘눈’이 되어 이끌지. 이러한 리더십과 작은 물고기들과의 협력으로 마침내 작은 물고기들은 큰 물고기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유롭게 바닷속을 돌아다닐 수 있게 되는 것이야. 헤엄이 혼자만의 재능으로는 이루 수 없는 일을 자신이 아이디어를 내고 리더십을 발휘하여 작은 물고기들과 협동해서 이뤄낼 수 있게 되었던 것이지.


헤엄이는 이처럼 재능의 공유와 협력, 이것을 이끌어 내는 리더십을 발휘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사회를 위한 재능 사용의 예도 잘 보여준단다. 앞으로 로아가 활동할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가 갖춰야 할 또 다른 중요한 요건이야. 지금도 그렇지만 로아가 살아가야 할 미래는 점점 더 개인 단위의 삶이 주를 이룰 것이야. 직장 일이나 사회 활동, 개인의 삶, 그리고 이러한 활동에 필요한 소통이 사람들 간의 직접적인 대면보다는 인터넷 공간에서 주로 이뤄질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 간의 직접적인 소통과 교제는 줄어들게 되고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와 공감, 배려도 점차 사라지게 될 것이야. 그런데 사람이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아무리 사회가 디지털화된다 하더라도 사람 사이의 직접적인 교류와 소통, 이해, 공감 능력이 필요하단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심해지는 개개인 간에 그리고 나라 간에 빈부 차이와 환경오염으로 인한 주거 환경 악화로 인해 열악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사회, 자연에 관심을 기울이고 도움을 주는 일도 필요하단다. 


헤엄이는 자신의 특별한 재능을 이용해서 바닷속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왕성한 호기심을 맘껏 누리는 행복한 물고기였지. 그런데, 헤엄이는 바닷속 어두운 구석에서 두려움에 몸을 숨기고 지내는 작은 물고기들을 보고서는, 자신의 재능을 더 이상 자기 혼자만의 자유와 행복을 위해 사용하지 않는단다. 대신, 다른 작은 물고기 친구들이 자기처럼 큰 물고기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유를 누리며 마음껏 바닷속을 돌아다닐 수 있도록 자신의 빠르게 헤엄치는 재능을 작은 물고기들에게 가르치고 함께 협력해서 목표를 이룬단다. 



<헤엄이> 동화를 쓴 레오 리오니는 미국에서 광고회사를 세워 상업디자이너로서 그리고 유명한 경제 매거진의 아트 디렉터로서 성공한 삶을 살았는데, 손주들과 함께 먼 기차여행을 하면서 심심해하는 손주들을 위해 즉석에서 그림동화를 만들었다고 해. 이것이 계기가 되어 동화작가가 되었고, <헤엄이>로 유명한 칼데콧 아너 상까지 받은 것을 보니 손주 덕을 많이 받은 분이구나. <헤엄이>가 출판된 1963년은 미국에서 인종과 젠더, 문화 등 다양한 사회적 변화가 급격하게 일어났던 시기로, 리오니는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손주와 같은 어린이들이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와 상호 협력으로 불확실성과 혼란, 갈등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길 원했던 것으로 보이는구나.



이제 생후 18개월에 막 들어서는 로아를 바라보는 할아버지 심정도 리오니 할아버지 마음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 로아가 살아갈 앞으로의 사회는 희망적인 측면도 있지만, 동시에 지금보다도 더욱 불확실성과 혼란, 갈등 양상이 전개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지. 할아버지가 로아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란, 모리스와 이글먼이 아기 두뇌 세포에 필요한 것은 다양한 자극과 경험, 환경을 마련해 주는 일이라고 지적한 것처럼, 꾸준히 자극 경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일인 것 같구나. 리오니 할아버지가 자기 손주들에게 기대했던 것처럼, 로아가 앞으로 갖출 재능을 자신만이 아닌 다른 사람과 사회를 위해 유용하게 활용할 마음가짐과 태도를 지니도록 이끌어 주는 일과 더불어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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