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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아 할아버지 Aug 01. 2023

<무릎서재> 일곱 번째 이야기

오즈의 마법사

할아버지, 사이보그가 되다.


로아야, 오늘은 할아버지 이야기로 시작하려고 한단다. 그동안 할아버지에게 일이 있었거든. 할아버지가 사이보그가 되었어. 사이보그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전문적인 용어들이 합쳐진 복잡한 용어인데, 간단히 말해서 사람과 기계가 한 몸에 결합한 존재를 의미한단다. 할아버지 몸이 기계와 결합하였다고? 그래, 할아버지 몸에 기계가 들어와 있어.  그동안 한 달 가까이 로아를 못 본 이유이기도 해.


할아버지는 나이가 들면서 몸이 아픈 이야기는 상대가 누가 되었든 하지 않으려고 한단다. 특히, 로아한테는 좋은 이야기만 하려고 하는데 오늘은 예외로 해야겠네. 할아버지는 오랫동안 한쪽 귀 때문에 어려움을 겪어 왔단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상한 소리가 끊임없이 들리고, 자주 어지럼증이 찾아오고, 소리 듣는 능력도 최근 들어 갑자기 뚝 떨어졌단다. 로아에게 책을 읽어 주거나 이야기를 들려줄 때도 마찬가지였어. 그 때문에 잠도 설치기도 하고 대화하는데도 어려웠고 집중하는 일도 힘들었단다.


그동안 병원에서 다양한 검사와 치료를 받았지만, 증세는 나아지지 않고 회복될 가능성이 없어서 수술하게 된 것이야. 문제가 심한 쪽 귀 안에 듣는 기능을 대신해 줄 기계를 심는 수술이었지. 우리 귀 가장 안쪽에 달팽이처럼 생긴 기관이 있는데, 듣기와 평형감각을 담당한단다. 할아버지 귓속의 이 달팽이 기관이 고장이 난 거야. 이 기관은 고장이 나면 고칠 수도 없어서 할아버지는 이 달팽이관의 기능을 대신해 주는 기계를 심는 방법밖에는 없었단다.


할아버지가 수술받는 결정하기가 쉽지만은 않았지만, 할머니나 로아, 가족,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지내는 일이 할아버지 삶에서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수술을 받았단다. 로아가 흉볼지 모르지만, 할아버지는 병원이 참 두려웠어. 어려서부터 주사 맞는 것이 참 무서웠지. 초등학교 때는 교실에서 주기적으로 예방주사를 맞았는데, 간호사가 교실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할아버지 얼굴에서는 핏기가 사라지고 심장은 콩닥거리면서 숨쉬기가 어려울 지경이었으니까. 얼마 전 우리 로아가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주사 트라우마를 얻긴 했지만, 잘 견디고 있는 것을 보면서 얼마나 기특했는지 모른단다.


할아버지 몸 안에 기계장치가 심어진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질 않았고, 수술 후 귓속 기계장치와 연결하는 또 다른 기계장치를 귀 위 머리와 귓바퀴에 걸치고 있는 것이 여전히 낯설구나.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사이보그가 된다는 것이 그리 이상하고 낯설기만 한 일은 아님을 경험하고 있단다. 아니, 이번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첨단의학기술이 이미 우리 몸에 얼마나 유익하게 작동하고 있는지 충분히 목격하고 깨닫는 계기가 되었지.


할아버지가 입원해서 수술받은 병원이 상급의료기관이어서 더욱 그랬겠지만, 할아버지가 평소에 생각하지도 못할 정도로 환자의 진단과 진료, 수술에 첨단의료 장비와 기술이 동원되더구나. 할아버지도 수술 전에 4일에 걸쳐 다양한 입원검사를 받았는데, 단순한 검사에서부터 최첨단 장비를 활용한 검사를 받고 그 결과를 설명 들으면서 신기해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단다. 아주 정교하고 민감한 귓속 달팽이관 부위 수술에서도 분명 첨단기술이 적용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할아버지는 수술받는 동안 마취로 아무것도 알 수 없었지만 말이야. 할아버지 귓속에 심은 인공와우 장치와 이 장치에 연결하는 외부 장치 역시도 설명을 들으면서 놀라운 최첨단 과학기술이 만들어 낸 것임을 알겠더구나.


그런데, 병원에서 하루하루 지내면서 첨단기술과 장비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결국 사람이라는 점을 다시 깨닫는단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첨단의료 장비나 도구를 활용하고 실행하고 그 결과를 판단하는 것은 결국 의사이고, 의술 못지않게 의사가 환자에게 보이는 관심과 소통도 환자 치료에 중요하다는 점을 경험한단다. 할아버지를 치료해 주신 의사선생님은 수술 전에 받은 검사를 토대로 수술에 대해 할아버지에게 자세히 설명해 주셨고, 수술 후에도 입원실에 자주 들러 수술 경과를 살피고 할아버지가 궁금해하는 점을 친절하게 자세히 설명해 주셨단다. 그래서 할아버지는 수술 전과 후에 자칫 불안해할 수 있는 마음을 편안하게 유지할 수 있었지.


할아버지 귀에 심은 이 첨단 기계장치 역시 혼자서는 별로 소용이 없단다. 이 장치가 그 자체로 완벽해서 잃어버린 청력을 한 번에 회복시켜 주는 것은 아니니까. 이 기계가 유용하게 활용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할아버지의 노력과 의지가 필요해. 이 장치를 통해 들어오는 사운드를 뇌가 다시 인지할 수 있도록 언어재활 훈련을 오랜 기간 지속해서 해야 하기 때문이야. 할아버지가 해보니 인내심과 노력이 참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겠구나. 더더구나 할아버지 혼자서는 재활훈련에 한계가 있어서 할머니 도움도 많이 받는단다. 할머니가 로아에게 책을 읽어 주듯이, 할아버지 귀에 대고 이야기책을 읽어 주면서 할아버지의 언어재활에 도움을 주고 계시지. 로아가 책을 읽을 줄 안다면 이번에는 로아가 좋아하는 책을 할아버지한테 읽어 줄 텐데.



얼마 전 제임스 카메론이라는 미국 영화감독의 강연을 듣게 되었단다. 할아버지가 매우 좋아하는 감독이자 대단히 유명한 영화를 많이 만든 분이지. 이 분은 첨단과학기술에 관심이 많다 보니 그가 만든 영화에는 가상현실이나 인공지능이라는 기술이 알려지기 이전에 이러한 기술이 보편화한 사회를 미리 보여주었단다. 이날 강연의 주제는 인공지능시대 윤리였지. 자신의 영화는 첨단기술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상황에서 인간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전달하는 데 목적이 있다면서, 현재 우리는 SF 시대에 살고 있고 기술 자체는 좋고 나쁨이 없으니, 이제 뭘 해야 할지는 인간이 정해야 하며 그 핵심은 공감 능력이라는 거야. 최첨단기술이 우리 삶에 보편화한 시대에 영화와 스토리텔링이 더더욱 중요한 이유는 공감 능력을 가장 잘 전달해 주기 때문으로 보고 있어. 할아버지가 무릎서재를 통해 로아에게 어린이 고전문학 스토리텔링을 해주는 이유이기도 하지.



할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그리고 카메론 감독의 강연을 들으면서 떠올린 어린이 고전문학이 <오즈의 마법사>란다. 120여 년 전에 나온 작품이지만 최첨단기술 시대를 살아갈 로아에게도 여전히 지혜로운 삶의 방향을 안내해 줄 작품이야. 이 소설은 로아가 10대가 되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지금은 무릎서재 스토리텔링으로 들려주마.


옛날 옛적 미국의 시골 마을에 도로시라는 소녀가 있었습니다. 도로시는 조그만 농장에 살면서 들판에서 뛰어놀기를 좋아했고 먼 곳으로 여행하는 꿈을 꾸곤 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강력한 회오리바람이 일더니 도로시와 개만 남겨져 있던 집이 그 속으로 휩쓸려 들어가 오즈라 불리는 매직랜드까지 날아가게 되었습니다.      
오즈에서 도로시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도움을 청하기 위해 오즈를 다스리는 마법사가 있는 곳으로 향합니다. 이 과정에서 각기 다른 소원을 품고 마법사를 찾아 나서는 3명의 동행자를 만납니다. 첫 번째 동행자는 허수아비로 지혜로운 두뇌를 갖기를 원했고, 두 번째 동행자는 마음씨 착한 양철 나무꾼으로 심장을 갖기를 원했고, 세 번째 동행자는 사자로 용기를 갖기를 원했습니다.      
이들이 오즈의 마법사를 찾아 금처럼 빛나는 노란색 포장도로를 따라가면서 마음씨 고약한 마녀로 인해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힘을 합쳐 무찌르고 결국 오즈의 마법사가 사는 에메랄드 시티에 무사히 도착합니다. 마법사는 이들에게 악한 서쪽의 마녀를 물리치면 모두의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조건을 내겁니다. 마녀를 찾아 나서면서 마녀가 조종하는 하늘을 나는 원숭이들과 벌들의 습격을 받지만, 도로시 일행은 이번에도 힘을 합쳐 마녀를 물리치고 다시 마법사에게 돌아옵니다.     
마법사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이들을 만나주지 않지만, 도로시와 일행은 마법사를 찾아내지만, 그는 그저 힘없는 노인에 불과한 사람이었습니다. 도로시의 친구들은 함께 악한 마녀를 물리치는 과정에서 각자 원하던 지혜와 따뜻한 심장, 용기를 얻게 되었고, 도로시는 그동안 신고 있던 구두가 자신의 소원을 들어줄 신비한 힘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자신이 살던 곳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오즈의 마법사가 사는 에메랄드 시티는 지금 기준으로 보면 첨단과학기술을 갖춘 곳은 아니지만 사람들을 환상에 사로잡히게 하는 곳이란다. 현재의 우리가 첨단과학기술의 환상에 사로잡힐 수 있는 것처럼 말이야. 이 문학작품이 나온 1900년도 기준으로 보면 그리고 나중에 만들어진 영화 속 에메랄드 시티는 기술이 앞선 세계로 그려진단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전구는 1879년도에 발명되었지만, 이 작품이 나온 1900년도에도 미국에서는 전깃불이 일반 가정이나 도시에 보편화하기 전이었어. 에메랄드 시티에서는 건물과 거리마다 밝은 녹색 빛으로 장식된 곳이었어. 너무 눈이 부셔서 사람들은 눈을 보호하기 위해 그린 색의 안경을 쓰고 다녔단다. 하늘을 나는 기계장치인 지금의 드론을 연상시키는 것도 있단다. 서쪽의 사악한 마녀가 조종하는 날아다니는 원숭이들로 실재 짐승으로서의 원숭이라기보다는 마술적인 드론에 가깝게 보이거든. 드론처럼 날개가 달려있어서 하늘을 날아다니고 무선조종기로 드론을 조종하듯, 마녀는 도로시와 일행을 잡기 위해 이들 원숭이를 조종한단다.


오즈를 다스리는 ‘위대한’ 마법사는 실제로 위대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을 환상에 사로잡히게 만들어서 자신이 위대하게 보이도록 하는 기술을 가졌단다. 에메랄드 시티를 눈이 부시게 한 것도 그러한 환상을 불어넣어 조종하기 위함이었어. 자신에게 소원을 빌러 오는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실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단다. 대신, 자신이 힘이 강하고 두려운 존재로 보이기 위해 연기와 불, 빛을 이용하여 거대하고 무서운 모습의 환영을 만들어낸단다. 그 모습을 보는 사람들은 마법사를 두려워하고 자신의 소원을 들어주는 신비한 존재로 여기게 되는 것이지.


가상현실과 인공지능, 쳇GPT 등과 같은 첨단과학기술이 우리 생활 곳곳에 활용되는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들은 에메랄드 시티의 화려함과 눈부심에 매료되었던 도로시와 친구들 마음과 같지 않을까? 이러한 기술을 만들어낸 사람들은 오즈가 ‘위대한’ 마법사처럼 보이지는 않을까? 할아버지가 병원에서 첨단과학기술의 활용을 보고 처음에 느낀 마음처럼. 그런데 병원에서 이 첨단기술과 장비를 다루고 활용하는 것은 결국 의사선생님이듯, 과학기술이 우리의 삶을 주도하고 지배하고 있다는 것은 착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단다. 마법사는 지금으로 치면 증강현실과 같은 방법으로 자신의 존재를 거대하게 보이도록 하지만 실제로는 몸집도 작고 나이 든 노인에 불과한 사람으로 드러나듯 말이야.


도로시의 소원이나 동행했던 허수아비와 양철 나무꾼, 사자의 소원도 마법사가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얻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단다. 도로시와 친구들은 각자의 소원을 빌기 위해 오즈의 마법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마주치는 어려움과 위기에서 허수아비는 지혜를 발휘하고 양철 나무꾼은 친절과 공감을, 사자는 용기를 발휘하게 된단다. 이들이 원했던 지혜나 공감의 심장, 용기는 누가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마음가짐과 행동, 남에 대한 배려와 공감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교훈이지.


도로시와 허수아비와 양철 나무꾼, 사자가 어려움에 직면해서 보이는 태도와 행동, 그리고 이들이 소원했던 지혜의 머리와 공감 능력의 심장, 행동하는 용기는 바로 로아가 살아갈 과학기술시대에도 아니 지금보다도 더더욱 중요할 것임이 틀림없겠구나. 첨단과학기술은 그 자체로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서, 그 기술을 슬기롭게 활용하는 지혜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향한 따뜻한 마음, 옳은 일을 실천에 옮기는 용기가 중요할 테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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