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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건 Feb 16. 2020

학교를 안나가면 세상을 바꾼다. 북유럽에서 보는 거절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

매주 금요일마다 가라는 학교는 안 가고 길바닥에 앉아서 이상한 푯말을 들고 있는 15살의 한 소녀가 있다. 한국이었으면 크게 경을 칠 일이다. 수능 준비나 해야지 하라는 야자는 안 하고 매주 금요일마다 학교를 빼먹고 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공부나 해!

라는 부모님, 선생님 및 기타 어른들의 외침이 벌써 들리는 것 같다. 


그런데 이 소녀, 참 꾸준하다. 사람들이 하나둘씩 물어보기 시작한다. "왜 학교를 빼먹고 나와 있는 거야?" 팻말을 보니 기후를 위함이다. 사람들은 이 소녀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한다. 기후가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면서 왜 아무도 이 문제를 제1순위로 삼지 않는가? 


친구들이 이 소녀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고, 운동에 동참하다. 좋은 핑계로 학교를 안 가도 된다니 참여하는 친구들도 많았다. 처음에 학교 선생님들과 어른들은 당연히 부정적인 시선이었다. 아이들이 학교를 땡땡이치는데 좋아할 선생님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이 숫자가 점점 증가한다. 


2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 이 움직임은 절대 소수의 공부하기 싫은 철없는 청소년들의 움직임이 아니다.

schoostrike for climate(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의 리더, Greta Thunberg

Greta Thunberg, 이제는 너무 유명해져 그녀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것은 민망할 정도이지만, 생각보다 한국에는 아직 이 움직임과 그녀의 스토리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이제 만 17세가 된 2003년 생의 그녀는 무려 2019,2020 노벨 평화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고, 2019년 타임스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 한 명이다. 그로 인해 트위터로 정치하시는 트럼프의 트윗 이후 서로 설전을 주고받았다. 

당시 16세였던 Greta를 미국의 대통령이 공격하는 트윗, 그에 대한 Greta의 답변.

이미 큰 움직임의 한 대표로 성장하고 있던 그레타. 트럼프의 트윗이 역설적으로 그녀가 얼마나 현재 중요한 위치에 올라서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가 되었다. 


현재 그녀가 이끄는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Schoolstrike for climate)에는 수백만명의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2019년 9월, 미래를 위한 국제 주간 (Global week for futrue)에는 각각 9월 20일 약 4백만 명, 9월 27일 2백만 명의 학생들이 학교를 가지 않고 시위에 참가했다.  


국제 주간의 시위 모습.

이 움직임은 세상을 바꾸고 있다. 전 세계의 학생들이 금요일에 학교에 가지 않고, 시위에 참가한다. 학생들이 직접 실천할 수 있는 지속가능을 위한 방법과, 영감을 주는 스피치가 주로 이루어진다. 오울루 대학의 교육학 수업은 금요일 빠지는 학생이 해당 시위에 참가하는 것을 인증하면 수업 출석을 인정한다. 


그렇다면 이 소녀는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었을까? 


1. 실천


생각은 누구나 한다. 계획은 몇몇 세운다. 그러나 실천을 하는 사람은 소수다. 그레타는 실천했다. 


그레타가 처음으로 해당 운동의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은 2018년 2월로, 2018년 8월 본격적인 운동의 6개월 전이다. 2018년 2월 미국에서 발생한 학교 총기 난사 사건으로 몇몇 학생들이 학교 등교를 거부했다. 플로리다 파크랜드에 있는 Marjory Stoneman Douglas 고등학교의 이 학생 운동가들 총기 규제를 입법화하기 위해 시위를 지속했다. 그레타는 이때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얻었다. 2018년 5월, 그레타는 스웨덴 신문 스벤스카 다그블라데트가 개최한 기후변화 에세이 대회에서 우승했고, 신문이 그녀의 기사를 발표한 후 그녀는 기후 변화에 대한 운동에 큰 관심이 있는 한 단체 (Fossil Free Dalsland의 Bo Sorén)에게 연락을 받았다.


그렇게 그레타는 회의에 몇 번 참석했다. 그 회의에서 토렌(Sorén)은 기후 변화를 위해 학교 파업을 제안했다. 이에 그레타는 운동을 계획했고, 다른 청소년들은 설득하려고 했다. 그러나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그녀는 상관하지 않았다. 혼자 시작했다. 실천한 것이다. 홀로 그 외로운 길을 출발했다.


2. 꾸준함


schoostrike for climate(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의 리더, Greta Thunberg

당시 스웨덴은 기후 이상으로 인한 수백 년 만의 처음 있는 폭염과 건조로 인한 산불 등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를 입고 있었다. 이런 맥락 속, 그레타는 2018년 8월 20일 처음으로 팻말  "Skolstrejk för klimatet"(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과 함께 시위를 시작한다. 처음 계획은 9월 9일 2018 스웨덴 총선이 끝날 때까지 매일 시위에 참여하는 것이었다. 그녀의 요구는 스웨덴 정부가 파리협정에 따라 탄소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중학교 3학년이었던 그레타는 더우나 추우나 비가 오나 매일 같이 스웨덴 국회 앞에 앉아 홀로 시위를 한다. 매일 꾸준히 시위에 참여했다. 


그렇게 총선 직전 9월 7일 금요일까지 시위를 빠지지 않았다. 이후 매주 금요일에 학교를 가지 않고 시위를 할 것이라고 밝히고, 이후 매주 금요일마다 시위에 참석하여 약속을 지킨다.


3. 연결망 


 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는 저서 <성공의 공식 포뮬러>에서 성공= 성과 * 연결망이라고 정의한다. 위에서 언급한 실천과 꾸준함을 통해 성과를 달성했다면, 그레타는 연결망 역시 놓지 않았다. 


혼자 하지 않았다. 꾸준하게 SNS와 여러 가지 매체를 자신의 실천과 이유를 알렸다. 처음 8월 20일 시위에 참여할 때는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의 SNS에 자신의 사진을 처음 올렸고, 9월 7일 시위를 마치면서는  "FridaysForFuture"라는 슬로건을 만들어냈다. 이 간단한 이 슬로건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고. 지속적으로 SNS를 통해 전 세계의 학교 학생들에게 학생 파업에 참여하도록 고무했다. 


4. 적절한 주변 환경


<역사란 무엇인가>의 저자 E.H 카는 역사에서의 위인의 역할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역사에서의 위인의 역할은 무엇인가? 위인도 한 개인이기는 하지만, 탁월한 개인이므로 동시에 탁월한 중요성을 가진 사회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중략) 따라서 역사란 하나의 사회 과정이며, 개인은 사회 적 존재로서 이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다. <역사란 무엇인가>

역사 속 위인은 뛰어난 개인이다. 그러면서 세계의 형세를 변화시키는 세력을 대표하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E.H 카는 한 개인의 뛰어난 능력과 열정뿐 아니라 그 사회의 맥락, 사회적 구조와 배경에도 집중할 것을 강조한다. 


1~3번에 걸쳐 뛰어난 그레타 개인에 대해서 살펴보았다면, 그레타라는 인물을 탄생시킨 스웨덴이라는 사회의 맥락과 그녀가 받은 교육 역시 조명할 필요가 있다. 


과연 그레타라는 인물이 한국에서 나올 수 있었을까? 같은 성격과 의지를 가진 인물을 한국의 중학교 3학년을 가정해보자. 3주에 가까운 시간 동안 학교에 등교를 거부하고, 의회 앞에서 시위를 하겠다? 부모님한테 등짝 스매시를 얻어 맞거나, 선생님이 헛소리 하지 말라며 학생을 억지로 학교로 끌고 왔을 것이다. 


낙타가 바늘에 들어갈 확률로, 맹자의 어머니 뺨치는 부모님이 허락을 하고, 설리반 선생님 저리 가라는 자애로운 선생님이 허락을 해주었다 가정하자. 미디어가 이렇게 빠르게 그녀를 조명하지 않았을 것이다. 중학교 3학년이라는 어린아이가 이런 당돌한 목소리를 내는 것을 한국에서는 썩 좋아하지 않는다. 심지어 미디어에서 조명을 한들, 학교 교장이나 윗선에서 오히려 부정적으로 받아들여 그저 그런 해프닝으로 끝났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 스웨덴이라는 사회는 달랐다. 


먼저, 아버지는 그녀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중학교 3학년의 어린아이가 무슨 이유건 3주 동안 학교를 빠지겠다는데 흔쾌히 동의할 부모, 많지 않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아이의 생각과 선택을 존중했다. 

우리는 그녀가 목소리를 내고 싶어 하는 것을 존중합니다. 그녀는 집에 앉아 불행해지거나, 나가서 시위를 하면서 행복해지는 두 가지 선택지 중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할 권리가 있습니다. 

실제로 그녀의 아버지(Svante Thunberg)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아버지는 자신의 어린아이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의 아이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할 권리는 존중했다. 


처음 그녀가 시위를 나가자 스웨덴과 핀란드의 주류 미디어 및 기업들은 빠르게 반응했다. 핀란드 은행 노르데아는 그레타의 트윗 중 하나를 리트윗 하여 20만 명이 넘는 팔로어에게 전했다. 스웨덴의 기자들 역시 그레타에 큰 관심을 보여 많은 기사들을 쏟아냈고, 그 기사들은 불과 일주일 만에 국제적인 보도를 얻었다. 


스웨덴의 한 기후 중심의 소셜 미디어 회사는 We Don't Have Time(WDHT)는 사진작가와 함께 나와 그레타 사진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렸다. 이로 인해 그녀의 운동이 파업이 대중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으며, 이 회사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어로 된 비디오로 인해 본격적으로 그녀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그녀가 알려지면서 주변 수많은 유럽 국가들에서 Schoolstrike for Climate 운동은 본격적으로 전파되었다. 그레타는 그레타가 필요한 사회에 적절하게 나타난 위인이다. 이렇게 사회적 움직임은 개인 리더의 열정 만으로 형성될 없다. 이받쳐주는 사회적 분위기와 인프라가 형성되었을 가능하다. 


멋진 운동이다. 이런 멋진 운동에 영감을 받았다면 실천해야 한다. 뭐가 되었든 해야 한다. 그래야 뭐든 바뀐다. 그래서 나는 뭘 하고 있는가? 


1. 실천 - 채식, 분리수거


작년 3월 경부터 채식을 시작했다. 처음엔 육식의 양을 줄이기 시작해, 지금은 초대받아서 음식을 고를 수 없는 상황이 아닌 경우를 제외하고는 육식을 하지 않는다. 이유는 역시 지속 가능한 발전, 기후변화 때문이다. 엔트로피 법칙을 생각하면 된다. 더 많은 과정을 거칠수록 그로 인해 손실되는 에너지의 양은 떨어진다. 


더 쉽게 설명해보자. <총, 균, 쇠>의 사례이다. 사자가 가축이 될 수 없는 이유는 식성 때문이다. 같은 450kg의 고기를 얻기 위해서 소는 완전히 성장할 때까지 4,500kg의 옥수수를 먹는다. 그러나 사자는 완전히 성장할 때까지 소 10마리를 먹는다. 즉 45,000kg의 옥수수가 필요하다. 똑같이 성장하기 위해서 채식을 할 때에 비해 육식을 하면 10배의 에너지가 필요한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 인간이 육식을 하는 경우 같은 영양소의 비건 음식만을  먹을 때와 비교한다면 18배의 땅, 13배의 물, 11배의 기름이 필요하며 2배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만든다. 


핀란드에서 배운 분리수거를 역시 더 철저하게 따르고 있다. 


2. 꾸준함


꾸준하게 채식을 실천하고 있다. 한국에 돌아가서도 내게 맞는 실천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볼 것이다.


3. 연결망


꾸준하게 채식에 대해서 언급하며 글을 쓰고 있다. 주변에서 채식을 하는 이유를 물으면 위에 언급한 이유들을 통해 설명한다. 의도치 않게 불편함을 야기시킬 때도 있다. 그럼에도 다시 한번 내 주변 사람들을 생각하게 만들고 나와 함께 채식을 하는 사람들과 연결되고 있다. 


모두가 당연히 채식을 하고, 철저한 분리수거를 할 필요는 없다. 비행기 탑승으로 인한 기후변화로 비행기 탑승을 거부하는 운동 역시 북유럽 국가에서는 꽤 큰 운동이다. 그러나 내게 여행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이다. 포기하기 힘들다. 


그러나 육식은 그렇게 포기하기 어려운 가치가 아니었다. 막상 채식을 해보니 할만하고, 딱히 고기가 그립지도 않다. 핀란드에서는 더더욱 쉽다. 


모두 자신의 상황과 맥락에 맞게 수많은 환경을 위한 활동 중 하나를 고르면 된다. 내겐 채식이 가장 쉬운 방법이었기에 선택했을 뿐이다. 필요 없는 불을 끄는 것, 분리수거를 하는 것, 일회용품을 적게 쓰는 것, 이런 사소한 운동부터 실천을 꾸준하게 하자.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 연결하자. 그래야 우리도 이 지구를 살리는 운동에 조금이나마 공헌할 수 있는 것이다. 


참고자료.

1. https://en.wikipedia.org/wiki/School_strike_for_the_climate

2. <성공의 공식 포뮬러, 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 저/홍지수 역 >

3. <역사란 무엇인가, E.H. 카 저/김택현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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