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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건 Apr 28. 2019

핀란드에서 배운 채식 그리고 편식

필자는 편식쟁이다. 더욱 철저한 편식쟁이가 되고 싶어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뭐든 주는 대로 골고루 먹는 게 미덕이다. 그러나 핀란드에서는 그렇지 않다. 모두가 편식쟁이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더욱 철저하게 골라먹는 편식쟁이가 더욱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이게 무슨 말인고 하니 채식에 대한 이야기이다.


다양한 등급의 베지테리언. 출처: Theveggiegirl.com

필자는 플렉시 테리안이다. 학교에서는 항상 채식메뉴만을 먹고, 집에서 만들어 먹을 때에도  육식은 하지 않는다. 다만 얼마 전처럼 한국인 파티를 하는 경우에는 치킨과 불고기를 먹었다. 또한, 다른 친구에게 초대를 받았는데, 채식의 선택지가 전혀 없다면 고기를 먹는다.


학교에서 먹는 채식 메뉴들. 생각보다 엄청 맛있다.

이제 육식을 줄이는 식습관을 가진지도 대략 1달 가까이 되어가는 것 같다. 그 과정 속에서 느낀 점을 공유해 보고자 한다.


1. 환경의 중요성


먼저 환경이다. 내가 채식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그리고 한번 해봐야겠다고 생각을 한 것은 핀란드라는 환경이 압도적으로 영향을 끼쳤다. 


학교 수업시간에 (교육 윤리학) 육식에 관해서 토론을 한 것이 처음으로 채식에 대한 관심이 생기게 된 계기였다. 이후 룸메이트였던 독일 친구(이 친구 역시 플렉시 테리언이다.)의 권유로 다큐멘터리를 찾아보고, 이후에 더 많은 자료를 찾아보게 되었다. 매일 같이 다녔던 독일 친구가 항상 비건 버거를 먹고, 집에서 음식을 하거나 학교에서 밥을 먹을 때에도 주로 채식메뉴를 선택했던 것이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것 같다.


이후에 채식을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에도 주변에서 정말 많이 긍정적으로 반응해 주었다. 다들 그거 정말 좋은 생각이라고 이야기했다. 항상 채식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 물어봐 주었다. 또한, 어딜 가나 채식메뉴가 있었고, 많은 경우 채식을 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하면 나만을 위한 메뉴를 만들어 주었다.


변화를 시작하게 된 시발점, 그리고 그 변화를 끊지 않고 꾸준하게 지속할 수 있게 해 준 환경이 정말 중요했다. 원하는 변화가 있다면 그 변화에 맞는 환경을 찾아가는 것도 참 좋은 방법인 것 같다.


2. 습관의 강력함


사실 처음엔 고기가 너무 먹고 싶었다. 그냥 고기가 너무 맛있어 보이고, 만들어 먹을 때도 고기가 없으니 어떤 음식을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특히 너무 맛있어 보이는 고기 메뉴가 있을 때에는 정말 한 5분 동안 갈등한 적도 있다. 고작 음식 하나 고르는데 뭐 그렇게 오래 걸리나 싶겠지만, 나는 심각했다. 채식 메뉴를 담는 것에 꽤나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었다.

채식 라자냐. 사실 이건 너무 맛있어서 별로 고민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점점 시간이 갈수록 채식메뉴를 담는 것에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냥 자연스럽게 채식메뉴를 담게 되었다. 


한번 결심을 하고 변화를 한 이후에 꾸준하게 계속하다 보면 그 변화에 드는 에너지의 양은 계속해서 감소한다. 나중에 그냥 습관이 되면 전혀 에너지가 쓰이지 않는다. 


3. 다양성에 대한 존중


핀란드에서 음식에 있어서 참 많이 배우고 있다. 언제나 어딜 가든 채식메뉴가 있다. 그리고 어디에서 초대를 받아도 항상 글루텐프리, 락토프리, 비건 메뉴, 체 식 메뉴 언제나 다양하게 준비가 되어 있다. 그리고 대부분 왜 채식을 하는지 간섭하지 않는다. 개인의 선택을 존중해준다. 


한국에서는 채식주의자가 있다면 왜 채식을 했는지, 영양의 문제는 없는지 참 열심히도 설명해야 한다. 심지어 일부 사람들은 혼자 유난 떤다고 괜히 눈치를 주는 경우도 있다. 눈치뿐 아니라 식당에서 선택지가 없는 경우가 사실 대부분이다. 


한국도 이제 조금씩 세계화의 속도를 따라가야 한다. 단순히 채식이나 다양한 식습관은 유난히 아니다. 종교적 신념으로 인한 경우도 있고, 개인의 신념에 따른 아주 중요한 결심도 있다. 가볍게 치부할 문제는 아니다. 한국도 조금씩 다양한 식습관에 대한 존중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정말 궁금해서 묻는 게 아니면 그냥 개인의 선택을 존중해 주면 좋겠다. 당연히 정말 궁금해서, 그리고 채식에 관심을 가지고 싶어서 묻는 질문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다. 그러나 사실 그냥 별로 관심도 없으면서 한 마디씩 물어보는 질문은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 


자유론에 의하면 

개인의 자유가 사회 구성원에 피해를 주지 않는 선이라면 그 자유는 항상 존중되어야 한다.

채식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오히려 사회적으로 큰 득이 된다. 당연히 존중되어야 하고, 오히려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주어야 한다.


한국에서는 그 자유가 존중되지 않는 경우가 가끔 있는 것 같다.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라면 내가 어떤 선택을 하던 항상 존중받을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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