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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건 Mar 02. 2020

맛있는 알밤을 먹기 위해 필요한 것

나는 밤을 좋아한다. 한 겨울에 호호 불어 먹는 알밤의 달콤하고 따듯한 맛을 항상 잊을 수 없다. 

밤을 좋아하는 이유는 한 가지 더 있다. 밤은 먹기 전까지 특히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서 그렇다. 

처음에 밤을 나무에서 따면 이런 모양이다. 삐죽삐죽한 가시가 밤을 감싸고 있다. 가시를 벗기고 나야 우리가 아는 밤의 모양이 된다. 다음으로 밤을 쪄야 한다. 그리고 칼로 껍질을 벗기거나 반으로 자른 후 숟가락으로 퍼먹어야 속이 노랗고 달콤한 밤을 입에 넣을 수 있다. 


밤도 먹어본 사람이 더 잘 먹는다. 알밤의 달달함이 입에서 느껴지는 사람은 귀찮은 알 까는 과정을 잘 견뎌낸다. 밤을 먹어본 적이 없거나 너무 오래되어 기억이 나지 않는 사람은 과정이 힘들어 알밤을 포기한다. 


그래서 알밤을 먹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작은 밤을 먹는 경험이다. 작은 밤들을 먹어 보아야 밤이 맛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 경험들이 모여 더 큰 밤을 먹기 위해 큰 밤을 심고 천천히 알밤을 기다릴 인내심과 끈기가 생긴다. 


1월 30일부터 매일 글을 쓰겠다고 홀로 마음을 먹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다 썼다. 작은 밤이지만 참 맛있다.  그래서 지금은 밤나무를 심어 놓고 기다리고 있다. 핀란드로 떠나 지난 1년 동안 총 126개의 글을 썼다. 핀란드에 관련된 내용만 80개쯤 된다. 일단 밤나무를 심고, 밤을 잘 길러 놓았다. 


브런치 북을 발행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finlandexchange

30개의 글을 추려 소제목과 순서를 정해 놓았다. 삐죽삐죽한 가시를 겨우 없애는 중이다. 앞으로 꾸준히 출판사에 연락을 해볼 것이고, 시간이 나는 대로 글을 다듬어 30개의 재밌게 읽을 핀란드 교환 학생 일기를 만들 것이다. 


밤은 맛있다. 그 밤을 먹기 위해선 나무를 길러야 하고 손질해야 한다. 그 과정은 필연적이다. 지금은 그 과정에 있다. 그래서 매일 쓰고 있다. 이렇게 매일 쓰는 과정은 분명히 달콤한 알밤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쓰고 있다. 


글쓰기는 작은 밤을 까는 과정이다. 작지만 달콤한 밤을 먹으면, 더 큰 밤을 먹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 작지만 밤을 먹어 보았으니 밤을 먹기 위해서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 안다. 글쓰기로 시작해 조금씩 조금씩 큰 밤을 기르고 먹기 시작하면, 인생에서 제일 맛있는 밤을 곧 먹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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