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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건 Mar 27. 2020

흔적을 남기는 삶

최근 박완서 소설가의 책을 2편 읽고 팬이 되었다. 처음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로 시작해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수많은 소설책을 집필하셨기에 앞으로 더 많은 글을 읽어보고 싶다. 


그분의 필체는 실로 아름답다. 내용이 대부분 평범한 삶, 혹은 굉장히 힘든 상황인 경우가 많다. 본인이 겪은 삶을 바탕으로 소설을 집필하시는데, 본인이 일제와 6.25 및 이념 전쟁을 정통으로 관통해서 살아오시다 보니, 삶에 이런저런 그늘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그늘을 비추는 필체는 따듯하다. 그 그늘 아래 땅이 선명하게 보인다. 덕분에 내가 경험하지 못한 시대를, 그리고 우리의 어머니와 할머니의 삶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때로는 흐뭇한 미소를 짓기도, 가슴 절절한 아픔을 느끼기도 한다. 


2011년 초 선종하셨다.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는 시기이다. 그러나 박 작가는 살아있다. 소설 속에서 아주 생생하게 살아있다. 그녀의 소설들이 잊히기 전 까지는 그녀는 그녀의 소설에서 언제나 밝게 웃으며 씁쓸한 옛날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삶이란 시작이 있고 끝이 있다. 박완서의 삶이 한편으로 더 존경스러운 이유는 삶의 거의 마지막 순간까지 펜을 놓지 않았음에 있다. 선종하기 직전 2010년 여름에까지 책을 출판했으니 말이다. 


훌륭한 삶이란 어떤 것일까? 훌륭한 삶이란 마지막 죽음의 형태와 무관하게, 그 죽음 직전까지 본인이 추구하는 어떠한 일을 하고 있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그 어떠한 일이 교육 일수도, 사업일 수도, 집필일 수도 있다. 어떤 가치를 추구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다. 


인간의 삶은 유한하다. 나도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어떤 방식의 죽음이 될지는 모르겠다. 방식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내 삶이 그때까지 어떠한 흔적을 남기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죽음 이후 밝게 빛나는 노을이 되었으면 좋겠다. 마지막 노을일 때가 가장 아름답고 빛이 난다고 한다. 

영원히 잊혀지지 않고 싶다는 마음은 욕심이겠지만 마지막은 아름답게 빛나는, 그런 노을 같은 마지막을 맞이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전까지 어떠한 가치를 위해 부단히 노력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가치 있는 삶을 만든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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