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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건 Mar 29. 2020

뛸 때는 한걸음을 뛰어야 한다.

요즘 들어 매일 산책로를 뛰고 있다. 코로나 19의 무서움은 더욱 커짐에 따라, 온라인 학습이 장기화되고 있다. 우선 4월 중순까지 연장되었고, 최악의 경우 한 학기 전체를 온라인 학습으로 바꾼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집에서 편하게 수업을 듣는 것 같으니 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실 이는 훨씬 난이도가 더 높다. 출석이라는 강제성과 면대면으로 이루어지는 강제성에 스스로 통제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 꽤 많았다. 그러나 온라인 학습으로 바뀌며 모든 것을 스스로 통제하게 되었다. 그러니 자기 관리가 더 필요해지고 있다. 


그래서 뛴다. 매일 러닝이라는 습관을 만들지 않으면 도저히 나를 다스릴 자신이 없어서. 이제 매일 뛴 지 약 2~3주가량 되어간다. 어제는 약 8km를 뛰었고, 오늘은 쉬지 않고 10km를 뛰어볼 생각이다. 


나는 뛰는 것을 좋아한다. 뛰는 행위는 마치 명상과 비슷하다. 워낙 일 생각이 항상 머리를 가득 채우고 있는데, 뛸 때만큼은 조금 더 자유롭고 인생 전반적인 생각을 한다. 


그리고 인생에서도 뛰는 것을 좋아한다. 항상 시야에 보이는 목표 중 가장 멀리 있는 목표를 목표로 잡았고, 도착하면 바로 다음 목표를 잡았다. 그렇게 지금도 열심히 달리는 중이다. 달릴 때 뒤를 보면서 달릴 수는 없는 법이다. 이미 성취한 목표, 이미 도달한 목적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런 달리기에서 멀리 보이는 풍경만 있다면, 그저 내 눈앞에 보이는 목표까지 달리는 것에 신경을 쓰면 될 것이다. 그러나 실제 삶에서는 언제나 같이 뛰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나와 다른 방향으로 뛰는 사람이 많고, 심지어 반대 방향으로 뛰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항상 나와 같은 방향으로 뛰는 사람들이다. 


앞을 보기 때문에 내 뒤에 누가 있는지는 보이지 않는다. 저 멀리 내 눈 앞에서 뛰고 있는 사람이 보이며, 뒤에 있다 나를 제쳐 재빨리 달려 나가는 사람에게는 심지어 질투심까지 느껴진다. 그래서 언제나 저 멀리 있는 사람을 따라잡기 위해 뛰었고, 혹시 누군가 나를 제쳐서 간다면 이를 악물고 다시 따라붙었다. 


그러나 달리기에는 언제나 자기 페이스가 있다. 저 멀리 정지해 있는 다리를 목표로 잡는 것은 좋다. 그러나 사람을 목표로 잡으면 괜히 그 사람의 페이스에 자기를 잃을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의 러닝만을 봐서는 안된다. 나를 추월해 가는 사람은 지난 10년 동안 매일 달리기를 했던 사람일 수도 있다. 이제 러닝을 시작한 사람이 전문가의 속도를 괜히 따라 한다면 가랑이 찢어진다. 또한, 그 사람은 100m 달리기를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내가 10km를 목표로 뛰고 있는데 100m를 목표로 달리는 사람과 경쟁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당연히 100m가 순간 속도는 빠르다. 괜히 처음에 오버페이스로 빨리 뛰면 나중엔 속도가 줄어든다. 


또한, 달리기를 할 때는 한 걸음에 집중을 해야 한다. 당연히 목표 지점은 필요하고, 그 목표 지점에 도달할 때까지 여러 가지 작은 목표 지점들을 설정해 두어야 한다. 그래야 길을 만들고, 그 길을 따라서 간다. 그러나 목표 지점만 보고 달리기에는 너무 힘들고, 달려야 할 길은 길다. 한번 목표 지점에 도달하고 나면 그 목표 지점은 다시 보이지 않는다. 다시 더 먼 목표를 설정하고, 또 뛰어야 한다. 


그렇게 멀리 있기만 한 목표 지점을 향해 뛰고 또 뛰면 가끔은 너무 힘들다. 무엇을 위해 뛰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뛸 때 그냥 한 걸음에 집중한다.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 생각하지 않는다. 괜히 발목을 삐끗하지 않게 한 걸음에 더 집중하고, 호흡이 말리지 않게 호흡에 집중한다. 오히려 그렇게 한 걸음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목표한 지점에 와 있다. 그리고 뛰면서 나오는 호르몬이 어느새 나를 기분 좋게 한다. 그렇게 좋아진 기분 덕분에 조금 더 오래, 빠르게 뛸 수 있다. 


지금 너무 먼 목표를 바라보면서 힘이 든다면, 혹은 나를 갑자기 추월해간 동료에게 질투를 느낀다면, 저 멀리 점처럼 보이는 앞선 사람에게 압도된다면 지금은 아마도 한 발걸음에 집중할 때이다. 그렇게 한걸음 한걸음 뛰다 보면 분명히 곧, 목표에 쑥 가까워진 나를 발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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