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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건 Mar 28. 2020

진정으로 당신이 원하는 옷을 입길

당신은 오늘 어떤 옷을 입었는가? 누군가는 왼쪽에서 3번 셔츠와 제일 위의 바지를 입었을 것이고, 데이트가 있는 누군가는 2시간 째 아직도 옷을 고르고 있을 수도 있다.


나의 아침은 다음과 같다. 아침에 눈을 뜨면 침대에 조금 누워있다. 일어날 의지가 충전되면 일어나 침대를 정리한다. 화장실로 향해 양치질과 세수를 한다. 옷을 갈아입는다. 집히는 대로 입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조합은 검은색 슬랙스 바지와 핑크니트와 화려한 양말. 이 조합이 내가 가장 편하고 예쁘다. 그리고 마지막 포기할 수 없는 개성의 표현으로 양말도 튀는 색깔의 양말을 신는다.


오른쪽이 필자다.


내 옷장에는 옷이 많았다. 이번에 정리하면서 보니 1년에 한번도 입지 않는 옷들이 많았다. 중학교 때 이후부터 대학교 군대 가기 전까지 옷을 끊임없이 샀다. 사고 싶은 옷이 있는 경우보다는 가지고 있는 옷이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내 중학교 1학년 별명 중 "안션"이라는 것이 있었다. 언제나 한결 같이 튀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옷도 그의 일환으로 축구장 잔디 같은 화사한 초록색, 라벤더 같은 보라색, 강백호의 머리를 압도하는 강렬한 빨간색 옷들이 있었다. 그때까지는 옷을 사본 적이 없었다. 내가 화사한 색의 옷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어머니가 사 오신 것인지, 아니면 어머니가 그냥 사온 옷들을 입고 나갔는데 마침 화사한 색이었는지는 모르겠다. 당시 유행에 빠른 아이들이"노스페이스" 바람막이를 입기 시작했었다. 자연스럽게 모든 아이들이 검은색, 남색 옷을 입었다. 당연히 내 옷은 아이들에 눈에 띄는 옷이었다. 아이들이 나의 패션을 보고 "안션(안건 패션)"이라고 했다. 지금 상황에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면 내가 이 옷이 좋은데 뭘, 하면서 아무렇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중학교 1학년 어린 나이 때 친구들은 그 당시 세상의 전부다. 나도 그룹에 들어가야만 했다. 지금까지 기억이 남는 걸 보면 제법 속상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다음부터 우중충한 색깔의 옷으로 바뀌었던 것 같다. 괜히 그 말이 신경 쓰여 화사한 색의 옷은 입지 않았다. 그 이후로 친구들이 다시 "어 이제 옷 잘 입네?"라는 이야기가 얼핏 기억은 난다. 겨우 남들이 입는 옷을 똑같이 입었을 뿐인데 말이다. 여하튼 "일반적인"아이들의 그룹에 속해졌다는 인증을 받은 이후부터 딱히 내 옷에 대해 지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옷을 엄청 샀다. (고등학교 때는 교복이 없었다.) 혹시 누군가 다시 내게 "안션"이라는 말을 할까 봐 였을까?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다만 안타깝게 당시에 스키니진이 유행이었다. 중고등학교 때 여자아이들과 교류가 거의 없었어서 여성의 유행은 잘 모르겠지만, 당시 남자아이들은 스키니진을 대부분 입고 다녔다. 교복 바지통을 줄여야 했고, 주로 몸에 딱 달라붙는 옷들이 예쁜 옷이었다. 하필 나는 키는 크고 엄청나게 마른 체형이라 정말 젓가락 그 자체였다. 심한 경우 앉아 있으면 피가 잘 안 통하는 정도였던 것 같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군대를 갔다 오고, 핀란드에 까지 다녀온 내가 입는 옷은 많이 변했다. 일단 스키니진은 비롯해 불편하게 느껴지는 옷들은 다 갔다 버렸다. 잘 입지 않는 옷들도 처분했다.


처음 핀란드에 갔을 때  "와 이 사람들 옷을 정말 특이하네 입네"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꼭 한 두 명씩 정말 한 번도 보지 못한 옷을 입고 다니는 경우가 있었다. 덤으로 주렁주렁 입술과 귀에 무언가 달려 있기도 했다. 그리고 더 멋진 것은 아무도 그 독특한 옷을 신경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쩌면 당연할지 모르지만, 한국에서는 조금만 튀는 옷을 입는다면 많은 사람들이 그 옷에 대해서 물을 것이다. 이태원과 홍대의 멋쟁이들은 다르겠지만,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평범하고 단정한 옷이 필요하다. 당연히 어느 정도 때와 장소에 맞는 옷은 필요하다. 장례식에는 검은 옷을 입고 가야 하고, 결혼식에 흰색을 입고 가면 민폐다.


그러나 우리는 어쩌면 너무 남들의 시선에 맞춰 자기 옷을 고르는지도 모르겠다. 유행을 따라가느라 종아리가 찢어지거나, 내 몸에 맞지도 않는 불편한 옷을 입는 사람들도 참 많다. 유행은 나쁜 것이 아니고, 원한다면 유행을 따라 멋쟁이가 되어 자신을 표현해도 좋다.


그러나 적어도 자기의 옷을 입을 때는 언제나 가장 편하고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옷을 입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남들에게 피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자유가 언제나 보장되는 사회, 그것이 성숙한 사회라고 믿는다.


오늘도 핑크색 옷을 걸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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