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건 Apr 08. 2020

무의식의 힘

어려운 문제들을 만날 때가 있다. 연구를 하는 사람이라면 매번 출근해서 하는 일이 어려운 문제를 푸는 것일 것이고, 특별히 연구를 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인생에서 답이 보이지 않는 문제를 만날 때가 있다. 하루 종일 한 문제를 보고 있어도 전혀 진척이 없다. 그럴 때 참 답답하다. 풀리지 않는 것이야 괜찮지만, 하루 종일 문제와 씨름하고 어제와 전혀 달리진 게 없는 것 같이 느껴질 때는 참 힘들다. 


과연 성현들은 문제를 어떻게 풀었을까 알아보자. 


거의 가장 유명한 물리학자 파인만의 문제풀이 방법이다. 문제를 써 내려라. 그리고 굉장히 골똘히 생각해라. 그리고 답을 적어라. 어이가 없다. 이렇게 문제가 간단하게 풀릴 것 같다면 왜 고민을 하고 있겠는가? 


그러나 흥분을 가라앉히고 한번 차분히 생가해보자. 우리가 첫째로 과연 그 문제를 적을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하게 정의했는가? 보통 그렇지 않다. 대부분 막연하게 문제의식을 느끼지만, 정확하게 어떤 문제인지 정하지 못한다. 


그리고 두 번째, 열심히 생각한다. 이 단계에서도 역시 우리는 보통 "열심히"생각하지 않는다. 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다른 문제를 고민하고, 인터넷을 뒤진다. 정말 생각에 온전히 쏟는 시간은 많지 않다. 정말 중요한 문제라면 골똘히 생각을 하는 것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 


여기까지 했는데도 문제가 전혀 풀리지 않는다면? 축하한다. 당신은 파인만이 아니다. 일반인이다. 파인만이야 한 문제를 계속해서 물고 늘어져서 풀 수 있는 체력과 집중력이 있겠지만, 세상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다. 만약 내가 할 수 있는 충분한 정신적 에너지를 투자하여 문제를 고민했는데 진전이 없다면, 쉬자. 가벼운 산보를 하거나, 수영을 하거나, 명상을 해보자. 시간이 늦었다면 푹 자는 것이 제일 좋다. (단, 지나치게 강한 자극의 유튜브 비디오에 빠지거나, 너무 격렬한 운동을 하는 경우 아예 문제를 잊어버릴 수 있다.) 


인간의 뇌는 컴퓨터의 연산과 많이 다르다. 컴퓨터의 연산처리는 당연히 전원이 들어와 있을 때만 가능하지만, 인간의 뇌는 무의식일 때 더 활발하게 활동한다. 의식 상태일 때 저장해 놓은 지식들을 추상화하고, 비슷한 개념들과 엮어서 이해한다. 그런 과정 속에서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던 문제의 해결 방안이 떠오를 수 있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때, 푹 자라. 걸어라. 운동해라. 그리고 다시 적어 놓은 문제를 보아라, 문제를 더 잘 정의할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도 있고, 비교적 잘 정의된 문제였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step를 더 밟을 수 있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가출판의 과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