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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건 Aug 04. 2020

책을 내면서 배운 4가지 교훈

어제 책 인쇄에 들어갔다. 2019년 1월에 홀로 시작했던 '책 출판 프로젝트'가 끝이 보인다.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책이 오면 후원자 분들께 배송을 하는 일뿐이다. 책을 출판하면 작은 임계점을 넘어 눈에 보이는 명확한 output이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그러나 그 못지않게 그 모든 과정들을 경험하면서 얻은 교훈들도 소중하다. 그러한 교훈들은 이렇게 기록으로 남기지 않으면 휘발되기 마련이다. 나를 위해서도 기록하고, 앞으로 책을 내고 싶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도 싶어 이렇게 교훈을 기록으로 남긴다. 


1. 큰 목표를 작은 목표로 세분화 하기 


가장 먼저 어떤 일을 성취하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세부 계획을 짜는 것이다. 책을 출판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교환학생에서 겪은 모든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쓰려는 목표였다. 

일단 첫 목표로 브런치 작가가 되겠다는 목표를 잡았다. 목표를 작은 목표로 세분화해야 하는 이유는 마이클 하야트의 <탁월한 인생을 만드는 법>의 개념을 이용해서 설명할 수 있다. 



우리에게 적절한 동기부여를 주고, 우리를 성장시켜 주는 목표는 불안 지대에 있는 목표다. 안전지대와 망상 지대 그 사이에 목표를 놓아야 한다. 자칫 책을 쓰겠다는 목표는 망상 지대에 나를 놓을 수 있다. 지나치게 막연하고 어려운 목표로 느껴져서 오히려 동기를 떨어트릴 수 있다. 그러나 목표를 세분화해서 첫째, 브런치 작가 되기. 둘째, 브런치 글 100개 쓰기. 셋째, 브런치 북 발행하기. 이런 식으로 각각의 목표를 잡으면, 첫 번째 목표가 불안 지대로 들어오고, 그 목표를 이루고 난 다음의 다음 목표는 내가 앞으로 나아간 만큼 쉽게 보인다.  


갑자기 높은 산을 등산하겠다는 목표는 막막하지만, 그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베이스캠프 들을 선정해 놓으면 일단 내 눈앞의 베이스캠프를 위해 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나아갈 수 있다.


브런치 작가가 되기 위해 작가 신청을 하는 과정에서 앞으로 쓸 글들의 방향성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다음으로 총 100개의 핀란드, 교환학생 경험의 글들을 쓰겠다는 목표를 잡았다. 글의 질은 한번 한번 쓸 때 내가 명확하게 컨트롤할 수 없다. 운의 영향을 많이 받고, 좋은 글을 정의하는 것은 모호하다. 그러나 글의 양은 명확하게 컨트롤할 수 있다. 100개의 글을 채우고, 그중 마음에 드는 30%의 글들을 선택할 수 있었다. 100개의 글 중 30개의 마음에 드는 글들을 모아 브런치 북을 발행했고, 발행된 브런치 북은 생각보다 많은 사랑을 받았다. 덕분에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해 보겠다는 용기를 얻었다. 


2. 동료를 찾아라. 


어떤 일을 해야 할 때 모든 일을 혼자 할 필요 없다. 내가 잘하는 것에 집중하고, 내가 잘하기 어려운 것은 함께할 동료를 찾아 아웃 소싱하자. 처음엔 브런치에서 함께 책을 쓸 동료를 찾고 있었다. 브런치에서 "핀란드"를 검색해서 나오는 분들께 모두 연락을 드렸다. 그중 smallzero님과 이야기가 잘 되어 함께 브런치 메거진을 발행했다. 


그렇게 함께 인연을 이어가다 보니, small zero님께서 디자이너시고, 그림을 너무도 잘 그리시는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글을 꾸준히 쓰는 것을 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에세이에 꼭 필요한 적절한 삽화를 그리는 것은 어려웠다. 글들을 써 나가면서 계속 삽화를 부탁드렸고, 정확히 원하는 느낌의 삽화를 그려주시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나아가 표지까지 그려주셨다. 정말 이 책이 나오는 데 가장 큰 도움을 주신 분이다. 


https://www.instagram.com/p/CCkBf5fnEVU/


모든 것을 홀로 해결할 필요 없다. 내가 잘 못하는 것이 있어도 괜찮다. 내가 원하는 목표에 함께할 동료를 찾아라. 내가 해야 할 일이 줄어드는 것 이상이다. 함께할 동료가 생겼으니 외롭지 않다. 그렇다면 그 목표를 향해 가는 것이 2배 이상 수월해진다. 


3. 거절을 두려워하지 않기 


다음으로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하는 과정이다. 먼저 교환학생이나 여행과 관련된 책을 출판한 적이 있는 모든 출판사의 리스트를 만들었다. 각각 출판사의 사이트에 들어가 출판사의 이메일을 알아보았다. 그리고 그 출판사에서 출판한 책들의 목차와 내용들을 살펴보며 출판사 별로 약간씩 이메일 내용을 그 출판사에 맞게 변경해 보냈다. 

아무런 연줄도 없고, 출판 경험도 없는 상황에서 정말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이었다. 내가 생각했던 마인드는 


일단 해보고 안되면 말고

라는 마음가짐이었다. 일단 해봐서 손해 볼 것은 없다. 물론 기다림의 과정은 길고 괴롭다. 대부분의 이메일은 답장조차 받지 못했고, 가뭄에 콩 나듯 돌아온 답장은 대부분 “원고 투고 고맙습니다. 그러나 이러이러한 이유 때문에 아쉽게도 ~~~~ , 다음에 좋은 기회로~~”라는 형식이었다. 거절하는 주제에 왜 이렇게 메일이 공손한지. 아쉬우면 계약을 할 것인지 라는 마음이 절로 드는 거절 이메일이었다. 그렇게 2주쯤 지나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며 거의 포기할 때쯤 지금 계약을 한 하모니 북 대표님께서 이메일을 답변 주셨다. 내 글이 다룬 지속가능성, 채식, 핀란드, 복지, 페미니즘 등의 주제에 특별히 관심을 주셨다. 아주 기분 좋게 미팅을 하고, 계약서를 썼던 것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이후로도 “안되면 말고” 정신은 계속해서 유효했다. 교환학생을 담당했던 서울대학교 국제협력본부에 교수님과 교환학생 담당자분들께 이메일을 보냈다. 본부 프로그램에 큰 도움을 받았고, 책을 내었으며 추천서를 받을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2분이나 긍정적인 답변을 주셨고, 덕분에 추천사를 책에도 넣고, 보도자료에도 넣어 책이 훨씬 풍성하게 되었다. 


또한, 부 비프라는 동네 서점에서 청년을 위한 무료 장소 대관을 진행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안되면 말고”라는 정신으로 이메일로 지원을 했다. 이 역시 이야기가 잘 되어, 8월 22일 19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https://forms.gle/SCHE3RRQhTmaFNnH6


세상에 기회는 많다. 많은 사람들이 지레 겁을 먹고 도전을 망설인다. 어디서든 기회가 보이면 일단 지원해보자. 이메일로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면 그 적극적인 모습에 감명을 받아 기회를 받을 수 있다. 그렇게 여러 곳에 메일을 보내면 그중 일부에게는 긍정적인 답변을 들을 수 있을 수 있다. 만약 모든 메일에 부정적인 답변을 받아도 다음을 기약할 뿐, 딱히 손해 볼 것은 없다. 


4. 많은 소비는 약한 유대에서 일어난다. 


데이비드 버커스는 저서 <친구의 친구>에서 약한 유대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장 큰 기회와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제일 좋은 경로는 ‘약한 유대(weak ties)’ 또는 ‘휴면 상태의 유대 (dormant ties)’라고 부르는 관계라고 한다. 이는 자주 만나지 않거나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았던 사람들과의 관계를 말한다. <친구의 친구> p28
마크 그래노베터는 보스턴의 이직자를 대상으로 그들이 최종적으로 취직하게 된 일자리를 알려준 사람이 누구인지 연구했다. (중략) 그중 가장 많은 비율(30%)에 해당하는 사람이 1년에 한 번 또는 그 미만으로 만났던 사람이 일자리를 소개해 준 것으로 나타났다. -p38


내 책은 사전 주문으로 110권 정도가 팔렸다. 그 110권의 구매자를 살펴보면 30% 정도가 강한 유대 관계였고, 60% 정도가 약한 유대 관계였다.  강한 유대관계는 정기적으로 만나는 관계다.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고, 나에 대한 애정이 가장 큰 집단이다. 그러나 사람이 맺을 수 있는 관계의 수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인적 네트워크 내에서 강한 유대관계는 대부분 이미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에 반해 약한 유대관계는 줄곧 한 집단에서 다른 집단으로 다리를 만든다. P 38
시간이 지나면서 연구자들은 과거에는 강했으나 현재는 약해진 유대관계에 ‘휴면 유대관계’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중략) 다수의 휴면 인맥은 우리를 돕고자 하는 의지와 신뢰가 약한 유대관계보다 훨씬 더 강하다. 왜냐하면 한때는 긴밀한 관계였기 때문이다. P 41~44


그러나 약한 유대관계의 경우 전혀 예상치 못한 기회를 얻게 될 가능성을 찾아낸다. 또한, 약한 유대관계와 휴면 상태의 유대관계는 내가 지금 가진 강한 유대관계보다 훨씬 더 많다. 우리는 모두 살아가면서 ‘지인’ 정도의 친밀관계가 많아지며, 어떠한 이유로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친구들이 있다. 모든 사람과 강한 유대관계를 계속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위의 연구결과들에서도 보이듯, 내가 직접적으로 가장 큰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집단은 약한 유대와 휴면 상태의 유대관계다. 




미국의 코미디언 코난 오브라이언은 NBC 투나잇 쇼 마지막 방송을 다음과 같은 멘트로 마무리 짓는다. 


Nobody in life gets exactly what they thought they were going to get. But if you work really hard and you're kind, amazing thing will happen. I am telling you, amazing things will happen. 
그 누구도 자신이 얻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바로 그것을 얻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정말로 열심히 일하고 친절하다면, 반드시 놀라운 일이 일어날 겁니다. 잊지 마세요. 놀라운 일이 일어날 겁니다. 

내가 배운 4가지 교훈을 이 명언에 따라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정말로 열심히 일하고 (1. 목표를 작은 목표로 세분화하고, 2. 기회의 문을 찾아 끊임없이 두드리고) 친절하다면 (3. 좋은 동료를 찾아 좋은 관계를 가지고, 4. 약한 유대관계와 예전의 친구들에게 친절하고 따듯함을 유지한다면) 분명히 놀라운 일이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내게는 그 놀라운 일이 출판으로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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