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건 Jun 13. 2019

21세기 가장 혁명적인 발명품?

통념보다는 연구를 신뢰합시다.

21세기 가장 혁명적인 작품으로 평가받았던 발명품이 있다. 스티브 잡스는 이 발명품이 pc이래로 최고의 발명품이라 하며 "우리의 교통수단은 획기적으로 달라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설적 투자자 John Doerr는 그 기업에 무려 8억$ (한화 8000억)을 쏟아부으며 가장 짧은 기간 내 시가 총액이 10억$(한화 1조)를 넘을 것이라 장담했다.


이 정도 발명품이라면 아마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제품일 것이다. 아니면 아는 정도가 아니라 우리 생활에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는 제품일 수도 있다. 과연 이 제품은 무엇일까?


길을 걷다 보면 아주 가끔 저 신기하게 생긴 물건을 타고 다니는 사람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가끔 보며 신기하다 생각하긴 했어도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친 정도는 아니다. 더욱이 21 세기 가장 최고의 혁신과는 아주 거리가 먼 제품이라고 느껴진다.


그렇게나 대단한 스티브 잡스나 존 도어가 예측한 것이 그렇다면 틀렸다는 것일까? 그렇다. 아주 철저하게 실패했다. 21세기에 기록되는 실패한 투자로 유명하다. 그렇다면 대체 왜 실패한 것일까?


오리지널스, 애덤 그랜트

바로 그 이유는 이 책, 오리지널스를 읽으면 알 수 있다.  저자는 이 시대의 최고 석학 Adam Grant이다.

와튼스쿨 조직심리학 교수
<비즈니스 워크> 선정 '대학생이 가장 선호하는 교수'
Poets and quants가 뽑은 '40세 이하 세계 40대 경영학 교수'
세계경제포럼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 사상가 25인'
뉴욕타임스 선정 '가장 생산성 있는 심리학자'

특별하게 더 서술하지 않아도 얼마나 대단한 학자인지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 저자를 처음으로 만난 것은 ‘Give and Take’라는 책에서이다. 흔히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아낌없이 퍼주는 사람은 결국 호구 잡힌다.’ 통념을 아주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서 시원하게 날려버렸다. 그 책을 통해서 왜 giver가 누구보다 성공할 수 있는지 말한다. 그리고 다른 giver들이 성공의 사다리에서 가장 아래에 있는지 설명하였다.

이처럼 저자는 흔히 통념으로 알고 있는 사실들에 의문을 제기하고, 과학적인 실험을 설계해서 그것을 증명해 내는 것에 뛰어난 사람이다.


그런 저자가 이번에는 ‘original(독창성이나 창의력을 가진 사람, 유일한, 호소력에서 다른 사람들과는 차별화되는 사람)’을 탐구해 본다.

과연 이 세상을 움직였고 앞으로 이 세상을 또한 움직일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어떤 차이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라는 흥미로운 질문 역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통념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의문을 가지고 과학적인 설계를 한다.


0. 현상에 의문 품기.


독창성은 지금까지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던 것에 물음표를 찍음으로써 시작된다. ‘미시감’이라는 말이 있다. 늘 봐온 익숙한 것을 새롭게 느끼고, 그것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며 기존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을 뜻한다.


이 미시감을 통해서 4명의 창업자들은 와비 파커(저렴한 가격으로 인터넷에서 안경을 판매해 안경시장에 새로운 지각변동을 가져온 기업)를 만들 수 있었다.

“왜 안경은 비싸야만 하는 것일까?”

당연히 비쌌던 안경에 의문을 품었다. 안경산업을 조사해 보았다. 그 결과 자신들이 들어갈 틈새가 있다는 것을 알았고, 결국 성공했다.


독창성은 물음표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가지고 있던 통념에 물음표를 제시해 보자.


Q1. 세상을 바꾸기 위해선 직관과 따르라!?



스티브 잡스는 무언가를 투자하거나 개발할 때 자신의 직관을 많이 따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무언가를 꼼꼼하게 따지고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특유의 통찰을 통해 투자하고 개발한다. 그렇게 많은 것들을 새롭게 만들었고, 그 유명한 Think differently를 남기며 21세기의 전설이 되었다.


그렇게 대단한 스티브 잡스가 대체 왜 세그웨이에서는 그렇게 큰 실수를 한 것일까? 스티브 잡스가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자신은 교통수단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는 사실이다. 스티브 잡스가 직관을 따라 성공한 부분은 자신이 오랫동안 몸 담고 있었던 분야이다.


아주 오랫동안 그 분야에 몸담고 있어 쌓여있는 데이터들이 아주 많아지면 논리보다는 직관을 따를 때 그 판단이 더 성공할 확률이 높다. 예를 들어  오랫동안 화재현장에서 구조를 진행해 온 베테랑 소방사의 직관이 여러 가지를 고려한 이성적, 분석적 판단보다 더 옳은 경우가 그렇다.


이를 더 잘 보여주는 에릭 데인 교수의 사회과학적 연구가 있다.


피실험자들에게 명품가방을 10개를 나누어 주고 그것이 진품인지 모조품인지를 맞추게 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한 조는 5초 관찰한 이후 판단했고, 나머지 다른 조는 30초를 관찰한 이후 판단한다. 명품가방에 대한 지식 역시 조사했다.



ErikDaneaKevin, W.RockmannbMichael, 2012


명품 가방을 전문도가 높은 사람은 5초 관찰한 이후 판단했을 때 22% 더 정확하게 판단했다. 즉, 시간을 가지고 이성을 통해 찬찬히 분석했을 때보다 직관적으로 판단했을 때 더 정확한 판단을 했다. 무의식적인 사고가 유형 인식(pattern recognize)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너무 지나치게 오래 생각하면 나무는 보지만 숲을 보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의 생각의 늪에 빠질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품가방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 직관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30초 동안 천천히 고민했을 때 16% 정도 더 정확했다.


바로 이 때문에 스티브 잡스는 실패한 것이다. 자신이 모르는 분야에서는 철저한 분석이 더 도움이 된다.


Q2. 세상을 바꾼 천재들은 번뜩이는 하나의 아이디어를 통해 세상을 바꿔놓았을 것이다?


우리는 흔히 천재들이 번뜩이는 영감을 가지고 우연히 아이디어를 얻어 세상을 바꿨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지 못한 자신을 원망하고, 자신은 그렇게 될 수 없다고 생각하며 좌절한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셰익스피어는 20년에 걸쳐 희곡 37편, 소네트 154편을 썼지만, 그중 우리가 널리 알고 있는 작품은 극소수이다.
런던 교향악단이 선정한 세계 50대 고전음악에 목록에는 모차르트의 곡이 6 작품, 베토벤의 곡이 5 작품, 바흐의 곡이 3 작품 있다. 그러나 모차르트는 600개의 곡을, 베토벤은 650곡 그리고 바흐는 무려 1000곡 이상을 작곡했다.
피카소의 작품 목록에는 유화 1800점, 조각 1200점, 도자기 2800점, 드로잉 1만 2000점이 포함된다. 그중 우리가 알고 있는 작품은 극소수이다.


분야를 막론하고 최고의 독창성을 보여준 사람들은 아이디어를 가장 많이 만든 사람이다. 개구리 왕자를 찾기 위해서는 모든 개구리에게 입맞춤을 해봐야 한다.


아이디어가 없다고 불평하지 말자. 꾸준하게 자기 일을 지속하여 분모를 늘려야 한다. 그것이 세상에 독창적인 작품을 가져올 가능성을 높인다.  


Q3. 세상을 바꾸려면 무조건 그 일에 올인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오리지널스는 (세상을 바꾼 사람, 혁신적인 사람)은  많은 리스크를 끌어안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그리는 오리지널스 들은 자신의 신념을 위해 모든 위험을 무릅쓴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과감하게 전진했다고 막연히 생각한다.


 자기 일을 그만두고 세상을 바꾸는 일에 올인했다고 생각한다. 본업이 있으면 창업에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창의적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연구결과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Clyde Coombs는 위험에 대한 혁신적 이론을 개발하는데, 개인이 주식시장에서 고위험 투자를 할 경우, 다른 투자에서는 안전한 투자를 해 자신을 보호한다는 이론이다. 이는 다른 사례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

T.S 엘리엇의 기념비적인 작품 <황무지>는 20세기의 최고작으로 칭송받지만, 엘리엇은 경제적 위험을 감수하지 않기 위해서 런던 은행에서 계속 일을 했다.
피에르 오디 미야르(이베이 창업자) 온라인 시장에서 얻은 수입이 월급보다 많아지고 나서야 본업인 프로그래밍을 그만두었다.
헨리 포드는 토머스 에디슨의 수석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자신의 자동차 제국 건설에 착수했다.

한 분야에서 안정감을 확보하면 (보통 경제적 부분) 다른 분야에서는 자유롭게 독창성을 발휘하게 된다. 경제적으로 안정되면 어설프게 쓴 책을 내거나 조잡하게 만든 예술품을 판다는 중압감이나 아무도 시도해본 적 없는 사업을 시작한다는 중압감에서 벗어나게 된다.


성공한 창시자들은 한 분야에서는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다른 분야에서는 극도로 신중함으로써 위험을 상쇄한다.


성공적인 기업가들은 극도로 철저하게 계산하고 신중한 행위를 통해서 움직인다.


Q4. 우리는 나보다 항상 똑똑하다?


집단 사고를 옹호하고, 많은 회의를 할 때 항상 기본으로 깔고 가는 전제이다. 좀 더 많은 사람이 의사결정에 참여한다면 자연스레 더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집단사고가 항상 유리한 것은 아니다. 유명한 집단사고의 실패 사례가 있다.


바로 피그스만 침공과 베트남 전쟁을 비롯한 미국의 외교 정책이다.


"너무 모진 소리를 한다고 할까 봐" 혹은 "우리끼리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분위기"를 깰까 봐 걱정하느라 진짜 자신의 의견을 내지 못했다고 한다. 모두가 한 방향을 바라보면서 달리면 그 방향이 잘못되었다는 증거들은 무시하게 되고, 자기 생각을 입증하는 증거만을 받아들인다. 다른 사람들의 암묵적 압박 때문에 자신의 이야기를 못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합리적 사고를 하고, 집단사고의 문제점을 해결할 것인가.



왼쪽에 있는 선을 보고 오른쪽의 선들 중에 어떤 것의 길이가 왼쪽의 선과 같은가 문제를 내보자. 당연히 정답은 3번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당신이 속한 집단의 사람들이 전부 2번을 고른다. 당신을 제외하고 계속 2번을 고른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떤 답을 고를 것인가??


놀랍게도 37%의 오답률이 나왔다. 그저 나머지 사람들이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선택에 동조했다. 명백히 정답이 아닌데도 말이다. 이와 비교해 혼자 실험을 했을 때는 전혀 틀리는 사람이 없었다.

"두려움을 불어넣어 사람들을 침묵시키는 데는 폭군까지도 필요하지도 않다. 혼자서 다른 견해를 지녔다는 이유만으로도 독창적인 사람이 두려움 앞에 무릎을 꿇고 다수에 순응하도록 만들기는 충분하다."


이 문제를 가장 손쉽게 해결하는 방법은 바로 단 한 명의 반론자를 너그럽게 받아주는 것이다. 단 한 명이라도 정답을 고르면 37%의 오답률은 5%로 줄어든다. 심지어 그 사람이 오답을 말하더라도 모두의 의견과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의 존재만으로도 정답을 고를 확률은 엄청나게 높아지는 것이다.


모두가 다른 사람과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너그러운 분위기를 형성 하자. 그것이 더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한 가장 필요한 분위기이다.


Q5. 언제나 First mover가 성공한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

정말 유명한 속담이다. 뭐든 먼저 시작하는 사람이 유리할 것이라는 통상적인 생각이다. 새로운 발견과 혁신은 시대의 요구와 잘 맞아야 한다. 너무 늦어서는 안 되지만 너무 빨라서도 안 된다.


마케팅 연구자인 Peter Golder는 개척자(선발주자)와 정착자(상품의 개발을 늦추고 개척자들이 시장을 조성한 후에 시장에 진입한 회사)로 분류해서 연구를 진행하였다.


개척자들은 실패율이 47%지만 정착자들은 실패율이 8%이다. 선발주자가 되면 불리한 점이 더 많다. 어떤 위험과 변수가 있는지 먼저 발을 디딘 사람들이 하는 모든 시행착오를 지켜보고 이를 반영하여 더 좋은 모델을 가져온 기업이 성공할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이다. 시간을 두고 기다리다가 더 준비하고 시작하는 것이다.


가정용 비디오 게임 콘솔 분야의 개척자는 1972년 마그나복스 오디세이였는데, 이는 우리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1975년 닌텐도가 문제점들은 개선해 나와 우리의 삶을 바꿨다. 반드시 선발주자일 필요는 없다. 냉정한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는 색다르고 더 나으면 그만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통념은 사실 옳지 않은 것이 많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다고 그 생각이 옳은 것은 절대 아니다. 항상 이 생각이 옳은지 의심해 봐야 한다. 의심하고 연구해 보아야 한다. 그렇게 해야 세상을 바꿀 확률이 더 높아질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나요? 혹은 사용당하시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