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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건 Jun 20. 2019

유튜브 끊는 방법.

습관을 이해하고 이용하자.

솔직하게 고백한다. 필자는 유튜브에 중독된 것 같다. 중독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습관이 되었다.


한국에서는 스스로를 굉장히 강력하게 통제하는 삶을 항상 살아왔다. 매일 내일을 계획하고, 하루를 얼마나 충실하게 살았는지 기록했다. (약 4년 동안 DR(일종의 다이어리)을 작성했다.) 유튜브를 보는 것은 대부분 시간낭비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핀란드에서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조금 더 자유롭게 살고 싶었다. 그래서 스스로를 조금 더 자유롭게 놓아주자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먼저 매일매일을 점검하는 DR(데일리 리포트)를 건너뛰게 되었다. 그래서 사실 현재 얼마나 많은 시간을 유튜브에 소비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지도 못한다.


사실 얼마 전까지 해외에서 생활하며 독서도 하고 있었고, 글도 브런치에 쓰고 있었다. 그래서 유튜브에 꽤 많은 시간을 소비하더라도 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최근에 큰 동기부여와 영감을 받은 것은 씽큐 베이션 때문이다. 정말 많은 분들이 1주일에 한 권씩 책을 읽으며 양질의 서평을 쏟아냈다. 더 놀라운 것은 대부분의 분들이 직장인이라는 사실이다.


최근에 연 PD 님을 운 좋게 만날 기회가 있었다. 북유럽 생활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 공감할 거리가 많았다. 북유럽에서 생활하심에도 참 열심히 사시는 것 같았다. 이 대화에서 역시 독서와 서평에 대한 동기부여를 받았다. 또한, 유튜브 제작이라는 추천을 받았다.


그래서 유튜브 제작, 독서와 서평이라는 새롭게 하고 싶은 강력한 일이 생겼다. 이제 하고 싶은 일이 생겼으니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위해서 시간을 만들어야 할 때는 전략이 필요하다. 습관을 만들 수 있다면 쉽게 내가 원하는 일을 시작할 수 있다. 그 방법은 이 책에 정말 잘 나와있다.


1. 인간을 움직이는 습관


우리가 매일 행하는 행동의 40%가 의사결정의 결과가 아니라 습관 때문이었다. (2006, Duke대학)-p23
우리 삶이 일정한 형태를 띠는 한 우리 삶은 습관 덩어리일 뿐이다. -p22


위의 연구 결과에서도 쉽게 알 수 있듯 습관은 우리의 전부이다. 처음에 습관을 만드는 것이야 사람이 하는 일이다. 그러나 그 습관이 만들어지고 난 이후에는 습관이 사람을 움직인다.


술에 잔뜩 취해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태를 생각해보자. 당연히 인지능력은 0에 가깝다. 그럼에도 다음날 눈을 뜨면 집에는 잘 찾아온 경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인지 능력이 없는데 대체 어떻게 집에 찾아가는 것일까?

우리 뇌의 모식도

바로 집에 찾아가는 것은 습관이 되었기 때문이다. 위의 뇌의 모식도에서 보라색 부분. Basal ganglia, 대뇌 기저핵이 습관을 담당한다.


1990년대 MIT대학에서 쥐를 이용한 실험이 진행되었다.

다음과 같은 세트장을 설정하고, 쥐가 초콜릿을 찾아가는 동안 쥐의 뇌를 관찰한다.

처음에 쥐들은 미로를 탐색하는 듯했다. 그래서 뇌가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고 이해하기 위해 전력으로 작동했다. (중략) 똑같은 길을 며칠 동안 다닌 후에는 의사결정을 위한 뇌 활동도 중단되었다. 쥐들이 생각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미로를 신속하게 통과하는 방법을 내면화했다는 뜻이었다. (중략) 기저핵이 패턴을 기억해서 패턴대로 행동하도록 하는 장치였다. P.69

만약 모든 하나하나의 행동을 다 의식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면 너무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뇌는 최대한 에너지를 아끼고 싶어 한다. 그렇기에 일정 시간 특정한 패턴을 반복하고 나면 해당 행동을 대뇌기저핵이 담당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습관이 형성되고 나면 어떠한 신호가 오게 되면 에너지 소비 없이 대뇌 기저핵이 행동한다. 그렇기에 술을 먹고 의식이 없는 상태여도 괜찮다. 충분히 반복된 집에 가는 행동은 대뇌 기저핵이 작동하여 무리 없이 할 수 있다.


2. 습관의 형성 방법


그렇다면 습관은 어떻게 형성이 되는 것일까? 다음의 도식도가 습관을 잘 설명해준다.

   신호가 오면 그에 따른 반복행동을 하고 이후 얻는 보상까지 한 번에 작동한다. 다음과 같은 습관 고리가 한번 형성되고 나면 신호가 오면 자연스럽게 반복행동과 보상까지 무의식적으로 얻게 되는 것이다.

뇌가 일련의 행동을 기계적인 관례로 변화하는 과정은 '청킹(Chunking)'으로 알려져 있다. 습관이 형성되는 과정의 근원이 청킹에 있는 것이다. - p70


이렇게 한번 청킹이 되고 나면 뇌가 신호가 오기만 하면 모든 고리가 전부 움직인다. 그렇기에 힘든 일이 생기면 무의식적으로 술을 찾거나,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그런 것을 끊기가 어렵다. 이미 고리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3. 습관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


습관에 대한 고민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이미 생긴 나쁜 습관을 어떻게 없앨 것인가? 그리고 새로운 습관은 대체 얼마나 반복해야 생기는가?


먼저 습관을 형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에 대해서 알아보자.


출처: James clear (https://jamesclear.com/new-habit)

2009년 과학자 Lally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질문을 먼저 했다. 런던대학교에서 96명을 조사한 결과 습관을 형성하는 데에 평균적으로 66일이 걸렸다고 했다. (© 2009 John Wiley & Sons, Ltd.)


여기서 66일은 단지 평균에 불과하고, 전체 실험자도 96명이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믿음직한 수치는 아니다. 전제 조건은 존재하지 않았던 습관을 새롭게 만드는 경우이다.


위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교훈은 따로 있다.

하루 이틀 중간에 망친다고 해서 습관 형성에 큰 지장이 없다.


습관을 형성하기 위해 새로운 것을 도전할 때를 생각해보자. 예를 들어 헬스.

처음에 의지는 강력하다. 첫날 이미 식스팩을 가진 기분이다.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 운동을 가는 것이 점점 귀찮아진다. 그래도 일주일까지는 간신히 헬스장에는 간다. 일주일이 지난 후, 회식이다. 회식이 있어 운동을 하지 못했다. 그렇게 하루를 빼먹고 나면 어떻게 되는가? 하루를 빼먹었기 때문에 나의 모든 의지는 무너진다. 그 빼먹은 하루 때문에 나를 폄하한다. 지난 일주일 동안 열심히 운동을 한 것은 잊어버리고 말이다. 그래서 이후에도 쭉 운동을 가지 않는다.


다시 한번 상기하자. 하루 이틀 빼먹는다고 습관 형성에 큰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꾸준하게 반복행동을 하기만 하면 된다. 그 확률이 100% 일 필요는 없다. 평생 하지도 않던 운동을 시작하려면 당연히 어려울 것이다. 만약 운동을 하루 혹은 이틀 빼먹을 수 있다. 그럼 그 이후 다시 운동을 하면 된다. 실패해도 다시 한번 시도하면 된다. 꾸준하게만 하면 습관이 형성될 것이다.


4. 나쁜 습관은 어떻게 없애지?


위에서도 말했듯 이는 습관에 대한 고민 쌍두마차이다. 어떻게 이미 형성된 나쁜 습관을 없앨 것인가?

사실 이 질문은 전략적이지 못한 질문이다. 한번 형성된 습관은 없애는 것이 쉽지 않다. 엄청난 의지력으로, 혹은 환경설정을 통해 순간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 담배를 피우지 않거나 휴대폰을 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습관은 원래의 환경에 돌아가거나 신호를 만나면 다시 찾아온다.

시간이 한참 흐르고 나서 보상을 같은 곳에 두고 쥐를 미로에 넣으면 곧바로 옛 습관이 다시 나타난다. 습관은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우리 뇌 속에 고스란히 저장되는 것이죠. -p80

아무리 노력해서 습관의 신호를 도망친다 해도, 언젠가 다시 그 신호가 주어진다면 이미 대뇌 기저핵이 학습한 습관 고리는 다시 나타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한번 생긴 습관은 영영 없앨 수 없는 것인가? 아주 좋은 방법이 있다. 이 습관 고리를 그대로 이용하는 것이다. 습관은 없애는 것이 아니다. 바꾸는 것이다.

습관을 바꾼다는 말의 정확한 뜻은 과거의 신호를 유지하고 과거의 보상을 전달하면서 반복행동을 바꾼다는 것이다. p184


5. 삶에 적용


아무리 좋은 책을 읽은들 적용하지 못하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삶에 한번 적용해 보자. 가장 위에 언급했듯이 현재 필자의 화두는 유튜브 습관이다. 이 유튜브 습관을 다른 것으로 대체해 보자.


습관을 바꾸기 위해서는 신호와 보상을 잘 알아야 할 것이다. 필자가 유튜브를 볼 때 신호는 크게 두 가지이다. 


1. 해야 할 일을 하기 싫어서 도피

2. 외국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한국말이 너무 그리워서


그리고 이에 대한 보상은 다음과 같다.

1. 순간적으로 집중, 다른 세계에 빠진다.

2. 영어도 못 알아듣고 말도 잘 못하다 한국 유튜브를 보면 쉽게 알아들으니 똑똑해지는 것 같고, 한국에 온 것 같다.  


자주 접하는 신호와 좋은 보상이 있으니 유튜브를 보는 것이 습관이 된 것이다. 이제 위의 신호와 보상 사이에 합당한 다른 반복행동을 넣어보자.


해야 할 일을 하기 싫을 때는 분명히 있다. 이때 의지로 참겠다는 목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해야 할 일을 하기 싫을 때는 유튜브 대신 책으로 도피해보자. 꾸준하게 책을 읽어야 하고 좋은 책을 읽다 보면 오히려 동기부여가 되어 다시 해야 할 일로 돌아가기 쉬울 것이다.


한국이 그리워서 유튜브를 볼 때는 차라리 유튜브를 만들어보자. 필자가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비디오에 담아 볼 것이다. 단순히 좋은 여행풍경과 핀란드의 삶만이 아니라 필자의 감정을 같이 담을 것이다.

1번 회로: 현실도피(신호) -> 독서(반복행동) -> 순간적 집중 (보상)
2번 회로 :한국에 대한 그리움(신호) -> 유튜브 비디오 제작(반복행동) -> 한국말을 할 수 있음(보상)


과거에 있던 좋은 습관도 다시 불러올 것이다.

위에서 말했듯 습관은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이는 나쁜 습관뿐 아니라 좋은 습관도 마찬가지이다. DR을 4년 가까이 작성했다. 상대적으로 쉽게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매일을 어떻게 지냈는지 반성한다면 생산성이 낮은 유튜브를 멀리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환경설정이다.

아주 사소하지만 이렇게 설정하면 적어도 휴대폰으로는 유튜브 앱을 사용할 수 없다. 물론 앱을 다시 숨김 해제할 수 있다. 그러나 숨김 해제를 하는 동안이라도 유튜브를 줄이겠다는 의지가 다시 생길 수 있다.



오늘의 글이 앞으로 어떻게 필자의 핀란드 생활을 바꿔 놓을지 기대가 된다. 이제 매주 DR과 유튜브 사용에 대한 후기를 올려보아야겠다. 독서와 서평 그리고 유튜브 제작이 핀란드 생활에서의 좋은 습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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