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울림메이커 May 31. 2020

드디어 간다! 쿰부 히말라야(에베레스트)

근데 나 잘할 수 있겠지?

* 1일 차, Kathmandu(1,281m) → Lucla(2,845m) 40분 소요 → Phakding(2,610m) 2.5시간 소요



2017.10.16, 월


  어제는 새벽 2시가 넘어 잠든 거 같다. 잠깐 눈을 붙이고 새벽 5시에 일어났다. 오늘은 공식적인 트레킹 첫째 날. 잠을 푹 자지 못했지만 피로감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설렘과 기대감이 나를 흥분시켰다.


* TMI

  안나푸르나 코스는 포카라 지역에서 시작하고(육, 항로 모두 이동 가능) 쿰부 에베레스트 코스는 루클라(Lukla) 지역에서 트레킹을 시작하는데 루클라까지는 경비행기를 타고 가야 한다. 네팔의 수도인 카트만두는 해발고도 1,281m에 있고 루클라는 해발고도 2,845m에 있다. 보통 네팔에서는 3,000m 아래의 산은 언덕(Hill)이라고 부른다. 루클라행 비행기는 정시에 출발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기상 악화로 인해 몇 시간씩 연착되는 것은 기본이고 심할 경우, 며칠씩 비행기가 운항하지 않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한다. 이유는 루클라 지역 비행장의 활주로 때문이다. 해발 2,845m에 위치한 쿰부 히말라야 지역의 관문 격인 텐징-힐러리 공항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으며, 짧은 1개의 활주로는 산비탈을 깎아 경사지게 만들어 놓았다. 특히 바로 앞이 낭떠러지여서 이륙할 때 비행기가 추락할 수도 있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공항이다. 그렇기 때문에 날씨가 좋을 때 헬리콥터와 경비행기만 이착륙이 허용된다. 내가 트레킹 다녀온 이후지만 2019년 4월(3명 사망) 그리고 이전에도 여러 번의 항공 사고가 발생하여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있다.
세계에서 제일 위험한 공항, 실제로 보면 활주로가 너무 짧아 아찔하다.


  06시 공항 도착. 카트만두 공항은 과거 우리나라 70~80년대 버스터미널을 연상케 했다. 허름한 대기실 의자에는 비행기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빼곡했다. 탑승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소문대로 비행기는 연착되었다.


  '늦어도 좋으니 제발 오늘 히말라야로 가고 싶다.'


  3시간 후 10시쯤 탑승 안내 방송이 나왔다.


  '앗싸!!!!!!!!!!!!!!!!'


  당일, 그것도 오전에 비행기를 타고 이동할 수 있다니.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내가 탑승한 비행기는 14명의 승객이 탑승할 수 있는 경비행기였다. 단체로 온 말레이시아인 13명은 혼자인 나를 보며 신기하듯 쳐다봤다. 그런 그들의 말에 정확히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 뭐라고 답을 해야 하는지도 잘 몰랐다. 그저 그들을 보며 웃으면서 양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줬다. 모를 땐 씩 웃으며 따봉을 날려주는 게 최고다.


  "너 정도 체격이면 혼자서도 문제없을 거야, 행운을 빌게!"


(좌) 귀여운 경비행기 탑승 전, (중) 버스보다 좁은 경비행기 내부 모습, (우) 단체팀 중 막내 TP와 함께.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렇게 작은 경비행기를 타고 이동을 했다. 이륙하는 과정부터 착륙하는 순간까지 경비행기는 수없이 흔들리며 굉음을 내기도 했다. 특히 공항에서 착륙할 때 봤던 아슬아슬한 낭떠러지 바로 위의 아찔했던 활주로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고도가 높아졌기에 약간 쌀쌀한 느낌이었다. 함께 트레킹 할 셰르파를 만났다. (셰르파 : 히말라야 고산 등반 시 안내자 역할을 하는 티베트족 계열의 고산족을 가리킴.) 이만(Iman)이라는 이름의 셰르파는 나의 가이드이자 짐을 나눠 멜 포터(짐꾼)이다. 한국형 얼굴과 선한 인상의 이만은 내향적인 성향 같았고 체구는 나와 비슷했다. 나도 영어를 못하지만 이 친구는 더 못하는 거 같았다.


'이만! 우리 잘할 수 있겠지?'




* 로지(Lodge, 산장)

  히말라야 트레킹 코스 중간중간에는 로지라는 곳이 있다. 그곳은 숙박과 함께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다. 해발고도에 따라 이용이 불가능한 지역도 있지만 비용 지불 후 간단한 세면부터 따뜻한 물 샤워, 세탁, 배터리 충전, 와이파이 사용 등이 가능하다. 한마디로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들리는 정보에 의하면 히말라야 지역에 로지를 운영하는 네팔 현지인들의 경우, 보통은 헬리콥터 한 대씩은 보유하고 있으며 헬리콥터로 물자나 사람을 실어 이동하기도 하는 엄청난 부자들이라고 한다.


  아침부터 신경을 많이 써서 그런지 배가 고팠다. 우선 점심을 먹을 수 있는 근처 로지로 들어갔다. 다른 메뉴들은 생각보다 비싸 보여서 우리 돈으로 약 3,000 원 정도인 공깃밥 하나를 시켰다.


'응? 이게 끝이라고? 반찬은?'


  생각해보니 여기는 한국이 아닌 네팔. 아직 출발도 안 했는데... 눈물을 머금으며 나의 피 같은 비상식량 참치 캔 하나를 개봉했다. 벌써부터 김치를 비롯한 반찬이 그리워졌다. 그래도 기대 이상으로 맛있게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웠다. 역시 시장이 맛집이다. 오늘 도착할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었지만 식사를 마치자 갑자기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비행기 연착으로 인한 지연 도착 그로 인해 트레킹 출발까지 늦어지는 상황이었다.


(좌) 3,000 원짜리 접시 밥과 내 비상식량 참치캔, (우) 체크포인트 앞 실종자를 찾는다는 게시판


  이제 진짜 시작이다. 쿰부 히말라야 지역의 체크포인트를 통과했다.


  등산 경험도, 히말라야에 대한 사전 조사도 없었지만 나에게는 그 누구보다 큰 설렘과 기대감이 있었다. 신나게 한발 한발 걷기 시작했다. 이만이 일부러 천천히 오는 건지 내 걸음이 빠른 건지 잘은 모르겠지만 거의 내가 앞서가며 그를 기다리는 식이었다.


  "이만, 괜찮아?"

  "난 괜찮아, 어서 가자!"


  '내가 가이드인가?'


  단순하게 무조건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내리막길도 많았다. 설렘과 조급함을 안고 트레킹 한 지 2시간 30분이 지나 우리는 첫날 목적지인 해발고도 2,610m에 위치한 팍딩(Phakding)에 도착했다. 오히려 시작 지점인 루클라(2,845m) 보다 고도가 낮아졌다.

소와 사람이 함께 트레킹 하는 히말라야, 소들은 짐을 싣고 응가를 하며 꼬리로 나를 치고 지나갔다.



  드디어 도착한 로지. 걷기만 해도 바닥에서 나무 소리가 나는 숙소와 식당.


  "삐거덕삐거덕"


  내부는 춥고 방음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세면대와 변기가 있는 화장실은 간단하게 양치 정도만 가능해 보였다. 모든 시설이 허름해 보였고 정전이 되기 일쑤였다. 와이파이, 따뜻한 물 샤워, 스마트폰 배터리 충전 등 모든 시설 이용은 돈이었다. 올라갈수록 더 비싸지고 나중에는 아예 사용이 어려워진다. 내가 너무 많은 것을 기대했던 거 같다.


(좌) 무겁지 소야?, (중) 롯지 옆 고산에 사는 소녀와 집, (우) 나의 아.늑.했.던. 첫날 숙소


  '그래도 텐트를 짊어지고 오르는 게 아닌 것만 해도 무조건 감사해야 하는 상황이잖아.'


  어느 정도 예상했고 각오도 했지만 실제 이런 환경에 놓이니 갑자기 몸도 마음도 힘들어졌다. 아마도 제대로 된 사전 준비 없이 무작정 왔기에 더 힘들게 느껴지는 거 같았다. 그러나 이제 와서 힘들다고 투덜대 봤자 방법이 없었다.


  '앞으로 2주 동안 야외 훈련한다고 생각하자'


  저녁 식사 후 이만과 함께 지도를 보며 전체적인 일정 체크를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처럼 이렇게 막무가내로 히말라야를 다녀가는 사람은 없을 거 같았다. 며칠 동안 어느 코스를 갈지에 대한 계획도 없었다. 나의 최초 계획은 16박 17일 동안 EBC(에베레스트 정상 등반을 위한 베이스캠프), 칼라파타르, 촐라 패스, 고쿄(가능하면 고쿄리 까지)까지 전체 EBC 그리고 1Pass 1Ri(또는 2Ri)를 넘는 것이었다.


  없는 계획이었지만 그조차도 내 뜻대로 되지 않았던 오늘, 나는 이미 몸도 마음도 피곤해져 있는 상태였다. 히말라야의 강한 추위와 바람을 느끼며 침낭 안으로 들어갔다. 어리바리하게 시작한 쿰부 히말라야 트레킹 첫날. 뭔가 불안 불안했다.


'근데 나 잘할 수 있겠지?'







누군가의 인생에 '울림'을 주는 삶을 꿈꿉니다.

916일 동안 80개 국가, 300개 도시를 방황하였고, 조금 다른 인생을 나만의 페이스로 살아가는 중.


- 개인 키워드 : 동기부여(울림), 가족, 약자, 자신감, 리더십(영향력), 강점, 세계일주, 퇴사(전역), 도전, 성취, 강연, 공감, 글, 코칭, 관계, 멘토, 달리기(러닝)

-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_captain.lee/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geon.lee.52

- E-mail

geonstory@naver.com

매거진의 이전글 쿰부 히말라야(에베레스트) 도전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