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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림메이커 Jun 14. 2020

별이 쏟아지는 히말라야 밤하늘

트레킹(등산)하며 깨달은 인생 법칙 2

* 4일 차, Namche(3,440m) → Pangboche(3,943m) 7시간 소요



2017.10.19, 목


  06시에 눈을 떴다. 아침을 먹고 바로 출발하기 위해 배낭을 챙겼다. 07시 30분 숙박비와 음식 값을 지불했다. 어제 하루 몸도 마음도 충전했고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출발했기에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출발하는 거 같았다. 어느새 편안한 마음으로 한발 한발 내딛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1, 2일 차와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룽다 뒤로 보이는 만년설산
4일 차부터는 눈만 뜨고 걷다 보면 만나는 흔한 풍경
존경스러웠다. 두 발로 냉장고를 배달하는 이들 앞에서 힘들다고 투덜대는 양심 없는 나란 사람...



  그러나 끝을 알 수 없는 오르막 길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 너무 힘들다'


  몸은 무겁고 숨쉬기는 불편했다. 한걸음 내딛기 조차 너무 힘이 들었다. 가는 길에 루클라행 경비행기에서 만났던 말레이시아 팀을 만났다. 힘들었던 찰나에 이들과의 만남은 정말 반가웠고 덕분에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들은 고쿄를 향해 가는 길이었고 나는 EBC를 향해 가는 길이었다. 10분 정도 함께 걸으며 간단히 안부를 주고받았다. 잠시 후 갈림길이 나왔고 다시 헤어져야 할 시간이 왔다.


  '건! 몸조심하고 행운을 빌게.'


  여행 속에서 계속되는 만남과 헤어짐은 어쩌면 우리의 인생과 많이 닮은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트만두에서 루클라 올 때 만났던 말레이시아 팀(TP와 그의 일행들)


  저 멀리 긴 내리막 길이 보였다. 산을 오르는 중이었기에 오르막 길만 있을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내리막 길이 나오기도 했다. 우리는 올라가기 위해 항상 앞으로만, 위로만 가야 하는 것이 아니다. 아래로 내려가야 할 때도 있고 뒤로 돌아가야 할 때도 있다. 오르막은 힘들지만 내리막은 어렵다. 오르막은 오래 걸리지만 내리막은 빠르다. 우리 인생에도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올라갈 수만 있으면 좋을 텐데 때론 내려가는 것도 필요하다. 높이 올라왔기 때문에 내려가기 싫고 그 상태에서 더 높이만, 더 멀리만 갈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게 우리 마음처럼 쉽지는 않다.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 인생에 내리막은 있기 마련이고 그 과정을 지나며 다시 올라가는 자만이 결국 최종 목표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이게 진짜 흔들 다리지.


  최초 목적지였던 해발고도 3,860m의 텡보체(Tengboche)에 방이 없었다. 근처 데보체(Deboche)에도 방이 없었다. 


  '설마... 길바닥에서 자야 하는 걸까?'


  끝없는 오르막과 내리막의 반복으로 인해 그만 걷고 싶었지만 길바닥에서 안 자려면 1시간을 더 이동해야 했다. 해발고도 3,943m의 팡보체(Pangboche)까지 총 7시간이 걸렸다. 반강제적으로 이동한 1시간은 체감상 2~3시간 이상의 체력 소모를 느끼게 했다. 너무 힘든 시간이었다. 오랜 시간의 산행은 물론 해발고도 4,000m에 가까워졌기 때문일까? 


* 여기서 잠깐! 세계 3대 미봉에 대해 알아보자.

1. 네팔 동부 쿰부히말에 있는 아마다블람(위 사진, 6,812m)
2. 네팔 북중부 안나푸르나히말에 있는 마차푸차레(6,993m)
3. 스위스와 이탈리아 국경 알프스 산맥에 있는 마터호른(4,478m)

쿰부 히말라야의 얼굴마담인 아마다블람은 오른쪽 주봉의 높이가 6,812m, 낮은 봉우리는 5,563m이다. 아마다블람은 '어머니와 진주 목걸이'라는 뜻이며, 진주는 만년빙을 상징한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여러 이유로 인해 상대적으로 접하기 어려운 풍경은 아마다블람 > 마차푸차레 > 마테호른 순이다.)


내가 바로 쿰부의 얼굴마담이올시다.


내 눈 앞에 아마다블람이 딱!



  이태리에서 온 지울리아(Giulia). 그녀는 EBC를 목표로 가이드 1명, 포터 1명과 함께 개인적으로 트레킹 중이었다. 진심으로 정말 멋있었다. 나처럼 혼자 온 사람을 4일 만에 처음 만나니 더욱 반가웠다.


  저녁 식사를 하며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그는 싱가포르에서 온 랄(Lal). 그 또한 가이드 1명, 포터 1명과 함께 개인적으로 트레킹 중이었다. 생각보다 멋진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말이 빨리서 이해하는데 어려웠지만 다른 나라에서 혼자 온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내가 EBC를 하루 먼저 갔다가 내려가는 길에 우리는 다시 만났고 몇 개월 후 싱가포르에서 또 만나기로 했다.)



(좌) 점심 메뉴, 야채만 있는 카레와 밥, (우) 저녁 메뉴, 고기 찾기 어려운 볶음밥



  화장실에는 수도가 없었다. 양치를 하기 위해 내 피 같은 생수 한 통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자연스레 하늘을 보는 순간 나는 그대로 멈춰버렸다.


'와... 대박....'


  이런 밤하늘은 처음이었다. 행군할 때 봤던 별과 사막에서 마주했던 별이 최고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히말라야에서는 별 사진을 찍지 못했다... 이해를 돕기 위해 호주에서 마주했던 사진을 첨부했다. photo by Jason.


  사막에서 보던 은하수와는 또 달랐다. 육안으로 보이는 면적을 굳이 비교해보자면 그때보다 2~3배 이상 넓게 온 하늘을 덮고 있던 수많은 별과 별자리들. 정말 많아도 너무 많았다.


  '와! 저기 별똥별(유성) 떨어진다.'


  혼자 흥분해서 갑자기 날뛰기 시작했다. 지금 이 하늘을 담아가고 싶었다.


  "혹시 카메라 있으신가요?"


  옆 방에 있던 백인 어르신, 지울리아 그리고 랄에게 물었지만 이들도 이런 밤하늘을 담을만한 카메라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아... 이 엄청난 순간을 담아갈 수 없다니...'


  별이 쏟아진다는 표현만으로는 뭔가 2% 부족한 느낌. 해발고도 4,000m의 고산이었고 패딩도 입지 않은 트레이닝복 차림에 맨발이었지만, 30분 넘도록 추위를 잊은 채 목이 뒤로 꺾일 때까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와... 말도 안 돼. 이거 꿈은 아니겠지?'


  믿을 수 없었다. '와'라는 감탄사만 수 천 번을 내뱉었다. 꿈같은 시간,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갑작스럽게 마주한 히말라야에서의 은하수와 별똥별은 말 그대로 예술이었다. 그 어떤 감탄사와 미사여구로도 설명할 수 없는 그때의 순간을 글로 다 쓸 수 없음이 아쉬울 따름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건 내 인생에서 처음 경험하는 이 순간이 정말 행복하고 감사했다.


  오늘 하루 7시간 산행으로 인해 피로가 누적된 상태, 몰려오는 좋은 느낌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던 나였지만 피로 앞에는 장사가 없었다. 쿰부의 얼굴마담 아마다블람이 지켜보는 팡보체에서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세상 달콤한 꿈나라로 향했다.








누군가의 인생에 '울림'을 주는 삶을 꿈꿉니다.

916일 동안 80개 국가, 300개 도시를 방황하였고, 조금 다른 인생을 나만의 페이스로 살아가는 중.


- 개인 키워드 : 동기부여(울림), 가족, 약자, 자신감, 리더십(영향력), 강점, 세계일주, 퇴사(전역), 도전, 성취, 강연, 공감, 글, 코칭, 관계, 멘토, 달리기(러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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