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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쿄 소시민 Dec 06. 2017

과정이 바로 목적지다

Classic Inca Trail 3 n4 d 체험기

 모험의 땅 남미에는 수도 없이 많은 액티비티들이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최고를 뽑는다면 주저 없이 잉카 트레일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많은 사람들이 가는 우유니 사막투어도 재밌긴 하지만 그 감동과 경험은 잉카 트레일에 미치지 못한다. 잉카 트레일은 흔히 이야기하는 “Journey is the Destination”을 체험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기차보다 비싸다고?”

 잉카 트레일이 끝나고 쿠스코에서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가장 많이 나온 반응이다. 그렇다. 잉카 트레일은 통상 마추픽추로 가는 기차 가격의 4배~5배 정도 한다. 4일간의 숙식, 포터, 가이드 비용, 마추픽추 입장권, 그리고 마지막 날 아구아스 칼리안 테스에서 돌아오는 기차표와 버스비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전히 비용은 비싼 편이다. 학생 할인을 받았음에도 630$을 결재했다. 같은 팀원들끼리 비용도 4배, 걸리는 시간도 4배라고 서로 웃기도 하였다. 그러나 기차로 간다면 잉카 트레일을 걸었을 때 얻을 수 있는 경험, 재미, 감동을 모두 놓치게 된다. 결국 여행은 목적지보다 과정이 중요하지 않은가?

 잉카 트레일은 약 43KM의 옛 잉카의 길을 따라 걷는 트래킹을 지칭한다. 대부분 KM82라는 칠카 마을에서 출발하여 둘째 날 해발 4215M까지 올라갔다가 내리막을 걸어 4일쩨 되는 날 마추픽추에 도착하게 된다. 다음은 각 4일간 작성한 짧은 다이어리들과 사진이다.

DAY1 워밍업

KM82지점에 있는 시작표지

 워밍업의 날이다. 4시 10분경 호텔에서 픽업되었다. 버스는 쿠스코의 여러 호텔들을 돌며 전날 만난 팀원들을 태웠다. 마지막 팀원을 태운 뒤 버스는 출발지인 칠카 마을을 향해 달렸다. 중간 휴게소에서 12 솔짜리 털모자를 하나 샀다. 가이드가 고산지대의 밤은 춥다고 겁을 줬기 때문이다. 나중에는 가이드에게 감사했다.

 아침을 먹고 출발 표지에서 단체 사진을 찍었다. 출발은 가벼웠다. 브리핑에서 설명한 대로 야트막한 오솔길이 끝없이 이어졌다. 중간중간 경사가 심한 것도 있었지만 동네 야산 정도였다.

 80년대 국립공원으로 선포되기 전 거주하고 있던 주민들의 재산권을 인정해줬기에 아직도 이렇게 마을들이 남아있다.

 점심 이후에 경사가 가팔라지기 시작하면서 기대하던 풍경들이 등장했다.

고산지대에 위치한 잉카 유적지들은 아름다운 풍경에 낭만을 더했다. 기차를 탔다면 이 모든 걸 놓쳤을 거라는 생각에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4시 반경 해발 3100M에 도착한 첫 번째 캠핑장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멕시코 국민간식을 하나 먹었다. 캠핑장에는 화장실만 있다. 땀을 많이 흘렸지만 바람 덕에 금방 말랐다. 발만 간단하게 씻고 바로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고 나오니 캠핑장은 달빛으로 환했다.


DAY2: 등산의 날

어제와 마찬가지로 하루의 시작은 4시 반이다. 코카잎의 향기가 잠을 깨운다. 어제 통과해왔던 정글은 어느새 사라지고 눈앞에는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다. 발이 편하던 오솔길도 사라지고 잉카인들이 만든 울퉁불퉁한 돌로 포장된 길만이 끝없이 펼쳐질 뿐이다. 구름 사이로 사라지는 계단을 보며 우리들끼리 “Stairway to Heaven”이라고 농담하기도 했다.

 고산지대는 전혀 다른 세계다. 약간의 풀들과 덤불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날카로운 바위들 사위로 뛰어다니는 라마들, 알파카들이 우리들 외의 유일한 동물들이다.

중간중간 사진을 찍는 것은 쉬기 위한 좋은 핑계다. 확실히 3800M 이상에서 오르막을 오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카메라가 안데스 고산지대의 황홀함과 신비함을 모두 담지 못해 매번 아쉬웠다.

앞사람의 발을 보며 생각 없이 걷다 보면 어느새 잉카 트레일의 가장 높은 지점, “죽은 여인의 골짜기”에 도착한다. 해발 4215M인 이 지점에서는 실제로 구름이 산의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넘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여기를 내려가 점심을 먹으면서 잠시 쉬었다. 점심 뒤에는 다시 오르막이기 때문이다. 잉카 트레일에서 두 번째로 높은 지점이다. 그러나 전혀 힘들지 않았다. 이미 죽은 여인의 골짜기를 넘었기 때문이다. 모두 쉬지 않고 가파른 계단을 올랐다.

정상에서 다시 내려오면 멋진 잉카 유적지가 하나 나온다. 우리의 캠핑장 근처에 있는 사야크마사르카 유적지이다. 케추아어로 “Unreachable City”라는데 이름이 잘 어울리는 유적지다. 이 구름 속 도시는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었을 것이다.

 캠핑장에 도착했을 때 생각보다 다리가 아프지 않았다. 12시간 이상 걸으며 1000M 이상으로 오른 것 치고는 괜찮았다. 오히려 성취감에 몸이 가벼웠다.


DAY3: 관람

 잉카 트레일의 아름다운 모습들을 편하게 볼 수 있었다. 이제는 계속 내리막이기 때문이다. 한쪽은 산, 다른 한쪽은 낭떠러지인 계단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내리막이 오르막보다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은 하루였다.

 과거 천문대였던 유적지를 지나 1시간가량을 내려가다 보면 커다란 개간지가 나온다.

잉카인들이 만든 농경지다. 아직도 남아있는 테라스들 밑으로는 우루밤바 계곡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다. 당시 초보적인 도구만으로 이 정도로 자연환경을 변화시켰더니 정말 놀랍다.

 여기를 통과하니 바로 캠핑장이었다. 우리의 마지막 캠핑장은 꽤 규모가 컸다. 가이드에 의하면 500명 정도 수용 가능한 캠핑장이며 10분 거리에 잉카 트레일의 마지막 검문소가 있기에 인기가 많다고 했다. 샤워시설도 있어 3일 만에 찬물로 샤워를 했다.

 이후 한 유적지를 더 방문하였다. 상당히 큰 규모의 마을이었다. 그런데 특이하게 이 마을에서는 곡식을 재배하지 않았다. 이 많은 테라스들을 차지했던 것은 다름 아닌 약용 식물들이었다. 잉카 사회는 상당히 분업화가 진행된 사회 같다.



DAY4: 마법의 날

잉카트레일의 마지막 검문소

 마법의 날이다. 4일 동안 고생한 결과를 보는 날이었다. 모든 투어 업체들이 검문소에 1등으로 도착하는 것을 원하기에 우리는 모든 투어 업체들을 앞서려 했다. 2시 45분에 기상하여 3시에는 검문소에 도착하였다. 칠흑 같은 암흑 속에 우리만 있었다. 그런데 10분 뒤 다른 그룹이 왔다. 확실히 일찍 일어나길 잘했다. 검문소는 5시 20분쯤 열기에 2시간가량 아침을 먹고 화장실을 해결하는 등, 마추픽추를 볼 준비를 했다.

 그러나 마추픽추는 없었다. 하얀 구름들의 바다만 있었다. 밑으로 내려가면 좀 더 나을 거라는 기대에 모두 급하게 내려갔다. 하지만 하이럼 빙햄이 그 유명한 사진을 찍은 장소에서도 마추픽추는 없었다.

 무두가 실망하며 기다리던 중 갑자기 안개가 물러나며 잉카인들의 도시가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4일 동안 고생한 우리의 노력을 안데스의 신들이 알았는지 우리에게 마추픽추의 전경을 허락해줬다.

 도시를 2시간가량 돌면서 느꼈지만 마추픽추는 사실 아무것도 아니다. 피삭, 오얀타이탐보와 같은 잉카 유적지 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여기까지의 과정이었다. “Journey is the Destination”이라는 말을 뼈저리게 느꼈다. 잉카 트레일은 분명 “소비” 헹위다. 그러나 그 경험은 진짜다. 4일 동안 느끼고 보았던 풍경들과 새로 알게 된 사람들은 쉽게 잊지 못할 것이다.


잉카 트레일 팁

목도리와 장갑은 필수!

충전할 곳이 없으니 보조 배터리는 넉넉하게!(제일 좋은 것은 태양광 패널 충전기)

긴 바지와 엷은 긴 팔(자외선이 엄청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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